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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사진 연합뉴스TV 캡처

학기 첫날 선생님에게 '예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성적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로 '교권 침해 학생'으로 몰려 징계 처분을 받은 초등학생이 법정 다툼 끝에 억울함을 풀었다. 법원은 담임교사를 당혹스럽게 하는 부적절한 발언일 수는 있어도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행정1부(부장 김병철)는 A군 측이 원주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에서의 봉사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군은 올해 1월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부터 교내 봉사 2시간이라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5학년이던 지난해 3월 4일 시업식 후 담임교사 B씨에게 "선생님 예쁘세요, 저랑 사귀실래요?"라는 발언을 해 성적 불쾌감을 줬다는 이유였다.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A군 측은 "선생님 예쁘세요"라고만 말했을 뿐 "저랑 사귀실래요"라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애정의 표현으로 선생님에게 '예쁘다' '잘생겼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라는 주장을 폈다.

또 '저랑 결혼해주세요' '연애 얘기해주세요'라고 말했다고 성희롱이나 교육활동 침해라고 표현하는 교사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A군은 만 11세에 불과했고 학기 첫날 선생님에게 호감을 표한 것일 뿐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면서다.

재판부는 당시 목격 학생의 자필 진술서 등을 토대로 A군이 '저랑 사귀실래요'라고 발언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담임교사를 당혹스럽게 할 순 있어도 일반적인 관점에서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거나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주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A군이 평소 다른 학생들에게도 성적인 언동을 했음을 알게 돼 이를 학부모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는 B교사의 신고 경위에 대해서도 이런 사정만으로 A군의 발언에 '성적인 의미'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B교사가 A군을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신고한 배경에도 주목했다. 학기 초부터 학교폭력을 겪은 A군은 부모와 함께 B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피해가 점점 심해지자 B교사가 충분한 관심이나 적절한 대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신체적·언어적 폭력에서 나아가 성폭력 피해까지 보게 되자 A군 측은 가해 학생들을 상대로 지난해 9월 학교폭력 신고와 함께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 결과 일부 학생들이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고 일부는 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A군 측은 11월에 B교사를 상대로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후 B교사가 A군의 학기 초 발언을 문제 삼으며 뒤늦게 교권 침해 학생으로 신고한 사정이 재판부로서는 석연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아울러 A군 부모가 학교폭력 피해 문제로 말미암아 B교사에게 세심한 주의를 당부한 일 등이 교육활동 행위를 침해한 것이라며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A군 부모에게 내린 특별교육 이수 6시간 처분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은 헌법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으로, 자녀가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정황을 발견한 경우 담임교사에게 이를 알리고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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