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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인증 첫 사례
섭씨 25도 토양에서 2년 만에 93% 썩어
학계·업계 "물성·가격 문제 해결한 국제적 선도 기술"
비에이디피코리아가 국내 최대 친환경 플라스틱 박람회인 2024 그린에너텍 행사장 부스에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회사 제공


국내 한 중소기업이 상온에서 완전히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첫 국가 인증을 획득했다. 상온에서 완전히 썩어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6일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비에디피코리아는 상온(섭씨 25도) 토양에서 플라스틱의 생분해 성과를 검사하는 ‘상온 일반 토양 생분해 시험’(EL724, ISO17566)을 국내 최초로 통과해 최근 환경표지인증을 받았다.

이 업체는 미생물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를 추출해 미세한 캡슐에 넣고, 이를 플라스틱 수지와 첨가한 뒤 제품을 만든다. 이 제품을 2023년 5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의뢰해 검증 시험을 시작했고, 2년 만인 지난달 기준 92.89%가 분해됐다. 이 속도면 7월이면 100% 완전 생분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그 동안 EL724 인증서가 (현실에서는 어려운) 58도 고온 조건에서 분해되는 것을 인증했다면 이 회사 제품은 현실 조건에서 분해되는 것을 시험한 국내 첫 사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비에이디피코리아의 원료를 사용해 만든 플라스틱 제품과 폐기 시 분해 상태(유리병). 회사 제공


현재 국내외 기업들은 사탕수수나 옥수수 전분을 섞어 생분해 효과를 거두는 PLA(폴리락트산) 제품을 개발하고 있지만 특정한 온도∙습도에서 분해되고, 일반 PET병과 혼합 시 재활용율을 떨어뜨리는 단점 등을 들어 대만, 미국 등에서는 사용 제한을 결정하거나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국내 SK리비오나 CJ바이오머티리얼즈 등도 PLA에서 탈피해 다른 성격의 친환경 고분자 물질 생산에 나서고 있다.

또 국내 환경단체들도 58도 고온 산업퇴비화 조건(ISO14855-1)이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생분해 인증을 내줘서는 안된다고 요구하자 환경부는 해당 인증을 지난해 12월 종료하려다 업계 반발로 2028년 12월까지로 유예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상온 생분해 1호 인증이 나오자 학계와 업계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미생물 유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회사 제품이 물성(제품 용도에 맞는 단단함)을 조절할 수 있고, 생산원가가 일반 플라스틱의 1.5배 안팎에 불과하다는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미생물 유도체 기술이란 미생물을 생산단계에서 플라스틱에 첨가해 일정 기간 후 분해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미생물은 캡슐에 쌓여 있어 프라스틱 사출 시 수백도의 온도에서도 죽지 않는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받은 인증서. 자세한 실험조건은 나오지 않는다. 회사 제공


인천대 친환경바이오플라스틱센터 강동구(인천대 화학과 교수) 센터장은 “상온 조건에서 완전히 썩는 플라스틱 개발은 친환경 플라스틱 분야에서는 대단한 선도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특히 해당 회사의 기술은 수요 제품의 필요에 따라 물성과 분해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GS25 등에 친환경 제품을 납품하는 (주)선진이노텍 원영길 대표도 “상온 생분해 제품이 국제적으로 없지는 않지만 문제는 물성 유지와 시장가격”이라면서 “이 회사 제품이 강도의 다양성 만 좀 더 확보한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업계 발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사 김명규 부사장은 “그 동안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인증 획득에 주력했으며, 이번 인증은 플라스틱 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 전환이 가능함을 증명한 상징적 성과”라면서 “국내외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유럽 TUV 인증 등 해외인증을 추가로 획득하고, 생산기업과 협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석유화학 5대 플라스틱인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S(폴리스틸렌), PVC, PET에 생분해 효소를 첨가해 미세 플라스틱 없이 완전 생분해 하는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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