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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구글·엔비디아 등 초정밀 AI 예보 모델 개발 잇따라
“기후위기 시대, AI 기상모델이 ‘게임 체인저’ 될 것” 기대감
“AI, 단기 정밀도 높아… ‘하이브리드 체계’ 현실적”

일러스트=챗GPT

2023년 7월 태풍 ‘독수리(Doksuri)’가 필리핀 북부에 상륙하기 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모델 ‘오로라(Aurora)’는 이미 진로를 예측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과 기상당국은 대만 북부를 지목했지만, 오로라의 판단이 최종적으로 맞았습니다. 이는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의 공식 예보보다 4일이나 앞선 것이었습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날씨 보조 도구를 넘어, 기상 예보의 정확도와 속도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MS, 구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기관이 주도하던 영역에 속속 진입하며, 세계 각국은 예보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MS는 지난달 자사 리서치팀이 개발한 AI 모델 오로라의 성능을 공식 블로그에 공개했습니다. 위성, 레이더, 관측소 등에서 수집한 100만 시간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은 태풍, 사이클론, 대기오염, 해양 파고, 모래폭풍 등 다양한 기상·환경 현상을 동시에 예측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기존 수치예보 모델은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다단계 계산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지만, 오로라는 통계적 추론 기반의 딥러닝 모델입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활용해 슈퍼컴퓨터보다 수천 배 빠른 연산 속도를 갖췄으며, 현재 MS의 MSN 웨더 앱에도 일부 기능이 탑재돼 실시간 시간별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로라의 강점 중 하나는 현장 적용 속도입니다. 웨슬 브루인스마 MS 리서치팀 연구원은 “기존 수치예보 모델은 개발에 수년이 걸리지만, 오로라는 몇 명의 연구원이 4~8주 안에 새로운 기능을 파인튜닝할 수 있다”며 “특정 지역, 산업, 재난 대응 목적에 맞춰 현지화된 맞춤형 예보 체계를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S는 태풍 예측 외에도 이라크를 덮친 모래폭풍, 일본에 상륙한 태풍 난마돌(Nanmadol) 등의 실제 사례를 제시하며, 오로라가 기상청의 예보를 앞섰다고 밝혔습니다. 난마돌의 경우, 오로라는 파고 높이와 방향까지 예측해 기존 해양예보 시스템보다 높은 정밀도를 보였다는 설명입니다.

메건 스탠리 MS 리서치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통합해 학습한 덕분에 오로라는 전반적인 정확도가 높을 뿐 아니라, 극한 기상 현상 예측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보인다”며 “대기화학이나 오염물질 반응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공기질 예측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습 일반화 성능이 입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변수 간 관계에 대해 어떤 규칙도 강제하지 않고, 딥러닝 모델이 의미 있는 관계를 스스로 학습하게 했다”며 “이것이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딥러닝의 진짜 힘”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기상 예보 분야에서 AI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지난해 말 기상 예보 AI 모델 ‘젠캐스트(GenCast)’를 발표하고,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보다 97.2% 높은 정확도를 입증했습니다. 젠캐스트는 40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15일간의 날씨를 시간 단위로 예측하며, 예측 소요 시간은 8분에 불과했습니다. 현재 ECMWF도 젠캐스트 알고리즘 일부를 사용 중입니다.

엔비디아는 기상 예보 AI 소프트웨어 ‘스톰캐스트(StormCast)’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체 AI 예보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중국 기상청 역시 자국 AI 모델 ‘딥시크’를 예보 체계에 접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며, AI 전담 연구소까지 설립했습니다.

이처럼 각국은 예보 정확도뿐 아니라 속도, 비용 구조, 현장 적용성 등 전방위적 혁신을 목표로 AI 기반 예보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상청도 이 같은 기술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현재 기상청은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6호기 슈퍼컴퓨터를 도입 중이며, 총사업비 1156억원, 이자 비용만 103억원에 달합니다. 다만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천억원을 투입하고도 예보 정확도 개선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강재우 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AI 예보 모델은 과거 관측 데이터에 기반한 패턴을 학습하기 때문에, 유사한 상황에서는 빠르고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100년에 한 번 있을 법한 극단적 이상기후처럼 학습 범위를 벗어난 상황에서는 여전히 예측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현 시점에서는 AI와 물리 기반 수치모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예보 체계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며, 궁극적으로는 학습 범위를 넘어서는 예측까지 가능한 AI가 등장할 때 비로소 전면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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