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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사전 > 세계한잔 ※[세계한잔]은 우리 삶과 맞닿은 세계 곳곳의 뉴스를 에스프레소 한잔처럼, 진하게 우려내 한잔에 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러시아의 한 경제특구에서 공부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아프리카 젊은 여성들을 수백명 고용한 뒤 자살드론 조립을 시키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러시아 볼가 연방관구에 속한 타타르스탄공화국의 옐라부가 경제특구는 '옐라부가 스타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구 측은 "요식업, 숙박업 분야 등의 흥미로운 일-학습 프로그램"이라고 홍보했다.

러시아의 한 경제특구에서 공부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며 아프리카 젊은 여성들을 수백명 고용한 뒤 자살 드론 제조를 시키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유튜브

그러나 비영리단체 국제조직범죄방지기구에 따르면 근로자 대다수는 이란의 설계가 적용된 러시아산 자살드론 제조에 동원됐다.

지난해부터 서방의 제재를 받는 옐라부가 특구는 군사적 중요성이 커서 우크라이나의 주요 공격 타깃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4월 23일 우크라이나 드론이 옐라부가 경제특구를 공격했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공격으로 현지 기숙사에 살던 아프리카 여성 여럿이 다쳤다. 매체는 "아무리 절박하거나 무모해도 군사적 표적이 되려고 하는 학생이나 이주 노동자는 거의 없다"며 "그러나 젊은 아프리카 여성 수 백명은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전했다. 한 우크라이나 외교관은 "아프리카 여성이 우크라이나 미사일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비극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대다수는 이란의 설계가 적용된 러시아산 자살 드론(무인항공기) 제조에 동원됐다. 옐라부가 홈페이지
옐라부가 특구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부터 드론을 생산했다. 처음에는 현지 학생들이 조립 생산에 투입됐다. 하지만 일손이 달리자 공장주들이 값싼 해외 노동력을 찾기 시작했다.

매체는 "표면적으로는 전 세계 인재를 채용한다고 했지만, 실제 채용된 인력 대부분은 아프리카인이었다"며 "특히 채용 담당자들이 18~22세 여성을 염두에 뒀다"고 했다. "일하는데 여성 특유의 꼼꼼함이 요구된다"면서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고 한다. 젊은 여성을 선호하는 이유가 통제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옐라부가 경제특구 대표인 티무르 샤기발레예프는 과거 "아프리카 남성들은 공격적이고 위험해서 유연한 노동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021년 11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타타르스탄 공화국의 옐라부가 특별경제구역의 건물 모습. AP=연합뉴스

지원을 최종 취소한 한 에티오피아 여성은 매체에 "열악한 노동 관행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 하다"며 "현지 직원들은 외부인과 업무상 대화가 금지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엔 관계자는 텔레그램 등에 나온 채용 광고가 기만적이었다는 점을 들어 "이 프로그램은 인신매매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인력 채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성과는 없었다고 한다. 일부 국가들은 옐라부가와 공식 협정을 체결했고, 외교관들이 공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케냐 언론에서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자 케냐 주재 러시아대사관 측은 "케냐 정부는 프로그램에 분명한 이점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안다"며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케냐 노동부는 "현재 참여 중인 케냐인은 12명이며 드론 제작에 참여한 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인력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한 아프리카 국가는 부르키나파소뿐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제공하는) 청년 일자리가 아무리 형편없더라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러시아가 무기 생산을 계속 확대하는 한 이런 채용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해 AP통신은 우간다·르완다·케냐·남수단·시에라리온·나이지리아의 18~22세 여성들이 근로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온 러시아에서 무기 생산 시설의 노동자로 투입되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약 200명의 아프리카 여성이 러시아 직업 훈련생들과 함께 노동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이를 부인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러시아, 아프리카 구애 이유는 러시아는 서방 제재의 영향이 덜하면서 천연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국가의 군사정권에 무기를 지원해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얻은 금·다이아몬드·우라늄 등 각종 천연자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BBC에 따르면 러시아는 아프리카 정부에 ‘정권 유지에 도움을 주겠다’고 한 뒤 활동 비용을 현지 광산 채굴권으로 돌려받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유학생 모집 역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러시아 고등교육 관련 국가 산하기관인 러시아대학지역협회(RACUS)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아프리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 대상자를 연간 1만 5000명에서 3만명으로 확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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