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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7일 오후 민주당 전현직 지도부를 한남동 관저로 초청했다. (사진출처 : 이 대통령 페이스북)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인 7일 민주당 대표 시절 함께 일했던 지도부 24명을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대해 만찬을 했습니다.

오후 6시부터 8시 반쯤까지 이어진 만찬에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박찬대 당대표 대행, 차기 원내대표로 출마하려는 김병기·서영교 의원 등 24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자정쯤 페이스북에 "당 대표 시절 더불어민주당을 함께 이끌어주신 1, 2기 지도부 여러분을 모시고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며 "오랜만에 동지들과 마주 앉아 지난 여정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제 우리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늘 그랬듯 '원팀 정신'으로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썼습니다.

이 대통령과 만찬 참석자들의 기념사진.

■ 취임 사흘 만에 의원들과 '초고속 만찬'…역대 대통령은

이번 만찬은 현직 대통령이 취임 후 여당 지도부를 가장 빨리 만난 사례입니다.

기록을 살펴보니, 통상 '대통령 친정'인 여당 인사들은 새 정부 출범 한 달 전후로 청와대를 처음 찾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12일 만에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열었고, 문재인·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 대선 직후 총선을 치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취임 44일 후에야 당 대표 등을 초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반 후에 지도부를 초청하며 "당 사람들을 보고 싶어 상사병이 났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빨리 불러주셔서 우리도 다 놀랐다"며 "1기 지도부는 사법적 문제, 2기 지도부는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 대통령님 입장에서도 애정이 있고, 또 선거 기간에 각자 열심히 뛴 것에 대한 감사를 나누고 싶었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출처 : 박홍근 의원 페이스북

■ 자율 착석에 훈훈한 분위기…대통령 양옆엔 당권주자들이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만찬은 격식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관저 내 사각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한식으로 식사했는데, 지정 좌석이 따로 없이 자율 착석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이 대통령 양옆엔 차기 당 대표 선거 출마가 유력한 박찬대·정청래 의원이 착석했다고 합니다.

만찬에 참석한 A 의원은 "만약 의전을 따졌다면 김민석 국무총리 내정자가 대통령 옆에 앉아야 했을 텐데, 정말로 자유롭게 앉았다"며 "격의 없는 자리였다"고 전했습니다. B 의원은 "(대통령이) 자주 소통하겠다고 했다"며 "다들 앉아서 정말 편하게 대화하는 분위기였다"고 했습니다.

대통령도 참석자들도, 최근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이나 추가경정예산안, 신임 지도부 선출과 같은 현안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고, 선거 기간 후일담을 말하며 서로 격려하는 자리였다고 복수의 의원들이 전했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 여당이 된 만큼 국정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찰떡 공조'해야 할 것"이라며 "화기애애했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만찬을 마쳤다"고 전했습니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의원은 "주권자 국민께서 이재명 정부에 맡긴 권한을 제대로 써서 꼭 성공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더 겸손하고도 치열하게 뛰자고 다짐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 만찬에는 13일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는 김병기·서영교 의원도 나란히 참석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두 사람과는 위와 같이 따로 사진을 찍었고, 출마의 변을 들은 후에는 "열심히 하시라"는 덕담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습니다.

김병기 의원은 "각별한 자리였다"며 "민생의 회복, 개혁의 완수, 내란의 종식까지 넘어야 할 산은 높지만 함께라면 갈 수 있다"고 SNS에 썼습니다. 서영교 의원도 이 후보와 함께 찍은 '셀카'를 SNS에 올리며 만찬 후기를 전했습니다.

(위) 2016년 5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로 여야 3당 원내지도부를 초청했다. 왼쪽부터 박지원(국민의당), 우상호(민주당), 정진석(새누리당) 당시 원내대표 / (아래) 2017년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취임 9일 만에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 상춘재 오찬에 초대한 모습. 좌측부터 故 노회찬(정의당), 정우택(자유한국당) 당시 원내대표.

■ 이 대통령, 윤 정부 때 끊긴 '야당 초청 대화' 재개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시절 끊긴 야당 지도부와의 소통을 재개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좋으나 싫으나 야당 지도부와 형식적으로라도 만났습니다. 실질적인 '협치'에 이르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마주 앉는 기회는 여러 차례 열었습니다.

일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청와대 상춘재로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해 오찬했고, 이후에도 방미나 평창올림픽 등 현안을 앞두고 5차례 여야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오·만찬하며 대화했습니다.

이른바 '영수 회담'도 관례였습니다. 제1야당 대표와 일대일로 만난 사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임기 중 8번으로 가장 많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3번, 노태우·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2번, 문재인 전 대통령 1번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대일 회담은 하지 않았지만 여야 대표들을 함께 만나는 3자, 5자 회동을 8차례 열었습니다.

지난해 4월 30일 용산 대통령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미루고 미루다 취임 720일 만인 지난해 4월 30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를 대통령실로 초대했습니다. 2시간 15분간의 차담은 내내 겉돌았습니다. 김건희 여사와 채 상병 특검과 거부권 행사 문제, 민주당의 1인당 25만 원 지원금 등 현안에 대한 이견만 확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당시 회동이 끝난 이후 "답답하고 아쉬웠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않았고, 이듬해 정권은 바뀌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치르며 "내란 종식"을 위한 인적 청산과 "대통합"을 동시에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극단으로 치닫는 진영 대립이 더해지며, 대화와 타협으로 향하는 길은 더 좁고 험해진 듯 보입니다. 이전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에서, 이 대통령의 다음 만찬 초청장은 누가 받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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