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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의장 사퇴했다 복귀 혼란…"지방선거 압승에도 역량 부족" 지적도

기세 꺾이진 않을 듯…기반 없던 스코틀랜드 의회 보궐선거서도 선전


영국개혁당 패라지 대표(가운데)와 유수프 전 의장(오른쪽)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에서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이 내부 혼란을 겪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무슬림 금융인 출신인 지아 유수프(38)는 지난 5일 영국개혁당 의장직에서 갑작스럽게 사퇴했다.

영국 정당에서 대표와 별도인 의장은 당의 선거전략과 내부조직 관리를 지휘하는 고위직이다. 유수프는 지난해 7월 의장직을 맡아 영국개혁당을 수권이 가능한 주류 정당으로 자리 잡도록 한다는 임무를 받았다.

7일 오후 나이절 패라지 대표와 유수프는 유수프가 당 지도부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유수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에서 이름을 딴 당내 신설 팀 '영국 DOGE'를 이끌며 당이 장악한 지방의회의 지출 삭감을 주도할 예정이다.

이번 사퇴 및 복귀 사태는 부르카(무슬림 여성의 전신을 덮는 옷) 금지를 둘러싼 당내 갈등 이후 벌어졌다.

같은 당 세라 포친 하원의원이 키어 스타머(노동당) 총리에게 부르카 금지를 촉구한 것을 두고 유수프 의장은 당의 공식 정책과 맞지 않는다며 "멍청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 직후 리 앤더슨 원내총무는 부르카 금지를 공개 주장했다.

패라지 대표는 이날 BBC에 유수프의 복귀에 대해 "기쁘다"면서 유수프가 "11개월간 과도한 업무로 지쳐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패라지 대표는 "우리는 모두 인간이며 그가 이것(부르카 논란)에 과잉반응했고 실수라고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당 최고 지도부의 불안정성과 분열상이 노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인 출신인 유수프는 당에 20만 파운드(3억7천만원)를 기부하고 나서 의장직에 앉은 이후 당내 기강을 높이겠다며 직원이나 선거운동원 해임을 시도하는 등 조직 장악력을 높이려다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진다.

유수프가 같은 당의 루퍼트 로 하원의원이 자신과 다른 당내 인사들을 위협했다고 주장한 뒤 로 의원의 당원 자격이 정지되는 일도 있었다.

일부 영국 매체는 유수프의 사퇴를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빚고 있는 떠들썩한 갈등에 빗댔다.

반(反)이민, 반유럽통합을 내건 신생 영국개혁당은 오랜 전통의 집권 노동당과 제1야당 보수당을 제치고 지지율 1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7월 총선 이후 첫 주요 선거였던 지난달 지방·보궐선거에서 압승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분석한 여론조사 추이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영국개혁당 지지율은 31%, 노동당은 22%, 보수당은 17%다.

5월 지방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이 압승했는데도 지방자치단체를 운영할 인력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개혁당은 이번에 10여 개 지방의회를 처음으로 장악했으나 지난 몇 주간 회의가 줄줄이 취소, 연기되는 등 지방의회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상당수 지방에서 '헝 의회'(과반 다수당이 없는 의회)에 직면했으나 다수당인 영국개혁당이 다른 정당과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패라지 대표
[AFP/게티이미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내홍이나 역량 부족 지적도 영국개혁당의 기세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지난 5일 스코틀랜드 의회 보궐선거에서도 영국개혁당의 약진이 확인됐다.

해밀턴·라크홀·스톤하우스 스코틀랜드 의원(MSP) 보궐선거에서 영국개혁당 로스 램비 후보는 3위였지만, 26.1% 득표율로 노동당의 데이비 러셀 당선인(31.6%)과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케이티 라우던 후보(29.4%)와 표 차가 크지 않았다.

스코틀랜드는 집권 SNP를 비롯한 전통적인 정당이 강세여서 영국개혁당은 자치 의회에 의석이 전무할 만큼 기반이 없는 곳이지만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것이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노동당이 이번 승리에도 불구하고 영국개혁당의 득세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저명한 선거 전문가인 존 커티스는 BBC에 "영국개혁당이 남쪽(잉글랜드)에서처럼 북쪽(스코틀랜드)에서도 정치 기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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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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