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종연 박. FBI/AFP 연합뉴스
[서울경제]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난임클리닉 폭파 테러의 공범이 약 2주 만에 검거됐다.
미 연방검찰청은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켄트 출신 한국계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대니얼 종연 박(32)을 폭탄 제조 및 테러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박씨는 지난달 17일 캘리포니아주 출신 가이 에드워드 바트커스(25)와 함께 팜스프링스 난임클리닉을 폭파한 혐의를 받는다. 바트커스는 당일 폭발물을 실은 차량을 클리닉 건물 앞에서 터뜨려 건물 일부를 파손시키고 인근 4명을 다치게 한 후 현장에서 숨졌다. 주말이라 클리닉이 문을 열지 않아 직원이나 환자 피해는 없었다.
검찰 수사 결과 두 사람은 극단적인 '반출생주의'를 공유하는 온라인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반출생주의는 인간 출산과 인구 증가에 반대하는 극단적 신념이다.
박씨는 2022년 10월부터 폭발 위험물질인 질산암모늄을 대량 구매하기 시작해 올해 1월 바트커스 집으로 81.7㎏을 보냈다. 이후 1월 25일부터 2월 8일까지 바트커스 집에 머물며 함께 폭발물을 제조하고 실험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챗봇을 활용해 강력한 폭발물 제조법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4일 후인 5월 21일 유럽으로 도주했지만,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의 송환 요청으로 폴란드에서 체포돼 전날 밤 뉴욕 공항을 통해 송환됐다.
박씨의 극단적 사상은 오래전부터 형성됐다. 2016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출생주의를 긍정적으로 소개하며 동조자를 모집하는 글을 게시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죽음을 지지하는 신념까지 갖고 있었다고 가족들이 증언했다. 사건 한 달 전에는 "지구 생명 멸종 과정을 가속할 버튼이 있다면 누르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상에서 형성된 극단적 이념이 현실 테러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분석된다. 미국 내 반출생주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의 급진화 양상과 AI 기술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본디 장관은 "여성과 모성을 돕는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인류 중심을 겨냥한 잔인한 범죄"라며 "법의 최대한도로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유죄 확정 시 최대 1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뉴욕 법원 출석 당시 우크라이나 관련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한쪽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