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한 장면. 티빙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누군가 불쑥 찾아와 “넌 일주일 뒤에 죽을 거야,”라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나요. 시시한 농담으로 넘길 수도, ‘날 위협하는 건가?’ 의심할 수도 있겠죠.

공교롭게도 검은 양복을 입은 상대가 자신이 저승사자라고 주장한다면 어떨까요.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 방금 죽은 이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며 혼을 데려가는 것을 손수 보여주기까지 한다면요. 그때부터 자칭 저승사자가 일러준 ‘남은 일주일’은 이전과는 다른 무게를 지닐 겁니다.

지난 4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 공개된 6부작 드라마 <내가 죽기 일주일 전>에서는 ‘희완’(김민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희완은 어쩐지 곧 들이닥칠 죽음보다, 눈앞 저승사자의 존재에 더 경악합니다. 찾아온 그가 다름 아닌, 4년 전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람우’(공명)였기 때문입니다. 희완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 상대였죠.

티빙 오리지널 <내가 죽기 일주일 전> 포스터. 티빙 제공


집안으로 빛 한 점 들어오지 못하게 꽁꽁 쳐둔 커튼을 제멋대로 걷어낸 람우가 희완에게 말합니다.“김람우, 잘 지냈어? 그동안 나 안 보고 싶었어?”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던 어느 만우절 날 이름 바꾸기 놀이를 하던 때처럼, 저승사자가 된 람우는 희완을 제 이름으로 부르며 다가옵니다. ‘김람우’라는 세 글자로 살았던 만우절 하루는 하필 희완의 인생에서 손에 꼽게 운수 좋은 날이었습니다. 만우절이 다 지났는데도 ‘네가 정희완, 내가 김람우 할게!’라고 우겨댔을 만큼이요. 얼굴에 신남을 가득 묻히고, ‘김람우’를 찾는 곳마다 저가 먼저 나서는 희완에게 람우는 못이기는 척 어울려줬습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람우가 죽고, 혼자 성인이 된 희완은 그때의 농담들을 후회했습니다. 혼자 젊음을 즐기는 게 죄스러워 웃음을 잃은 그를 저승사자, 람우는 자꾸 세상 밖으로 내보내려 합니다. “일주일 뒤면 죽을 텐데, 해보고 싶은 거 정말 없냐”면서요. 서로를 마음 깊이 아꼈지만, 연인이 되지 못했던 두 사람은 이 일주일을 어떤 모습으로 채우게 될까요.

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의 고등학생 ‘람우’(공명)과 ‘희완’(김민하)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티빙 제공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서은채 작가가 2018년 펴낸 동명의 책을 원작으로 합니다. “저승사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찾아온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판타지 로맨스 소설입니다. 이번 드라마는 영화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 살인기> 등을 연출한 노덕 감독이 크리에이터를,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김혜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대학교 졸업반이 된 희완의 앞에 저승사자 람우가 등장한 ‘현재’와 람우와 희완의 옛 고등학교 시절 ‘과거’ 이야기가 교차합니다. 4년 차이의 시간선에서 가장 대비되는 건 희완의 성격입니다.

“건강한 애야. 잘 뛰고, 잘 먹고, 잘 놀고, 뻔뻔하고. 뭐, 객관적으로 보면 귀여운 편인가.” 고등학생 람우가 친구 ‘홍석’(정건주)에게 설명했던 희완의 모습입니다. 현재의 희완은 180도로 변해버립니다. 늘 우울한 얼굴에 친구 없이 혼자이길 자처합니다.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찾아오는 공황 증세는 그가 여전히 람우의 죽음에서 받은 상처를 끌어안고 산다는 걸 보여줍니다.

티빙 <내가 죽기 일주일 전>에서 ‘희완’ 역을 맡은 배우 김민하. 유튜브 예고 영상 갈무리


람우와 희완의 풋풋한 학창 시절 에피소드는 유치한 데가 많지만, 희완 역의 배우 김민하가 짓는 장난기 어린 얼굴은 시청자들도 그 이야기에 끌려들게 합니다. 그가 웃고 화내고 눈물 흘릴 때, 연기가 아니라 ‘진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것 같은 감정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람우 역의 배우 공명도 ‘만인의 첫사랑’의 이미지를 무리 없이 구현해 냅니다.

지난 4월 열린 작품 제작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초반에는 풋풋한 마음으로 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애절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 말처럼 끝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깊어집니다. 드라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이들의 상처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다 보고 나면,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먹먹한 마음으로 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후반 몰입지수 ★★★★☆: ‘희완에게 남은 일주일이 다 지나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걸까.’ 궁금증을 동력으로 마지막화의 클라이맥스를 만들어 낸다.

교복 어울림 지수 ★★☆: 약간의 어색함은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커버한다.

경향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965 [단독]“한덕수가 그날 후보 등록하러 가지 않은 것은 팩트” 랭크뉴스 2025.06.07
48964 '댓글 조작 의혹' 리박스쿨 건물 CCTV 확보 랭크뉴스 2025.06.07
48963 경찰, 대선 직후 '비화폰 기록 삭제 의혹' 김성훈 경호차장 재소환 랭크뉴스 2025.06.07
48962 경찰, ‘비화폰 인멸’ 의혹 김성훈 재소환…박종준 전 처장도 수사 선상 랭크뉴스 2025.06.07
48961 ‘보수화 vs 진보화’…2030 남녀 정치성향 더 벌어지나 랭크뉴스 2025.06.07
48960 李대통령, 15∼17일 G7 정상회의 참석…다자 정상외교 데뷔(종합) 랭크뉴스 2025.06.07
48959 이 대통령, 15~17일 G7 정상외교 데뷔…트럼프와 대면 주목 랭크뉴스 2025.06.07
48958 “기존 원전 줄이지는 않겠지만”… 불안한 원전업계 랭크뉴스 2025.06.07
48957 대통령실 "이재명-트럼프 통화, 성공적이었다…친밀감 확인" 랭크뉴스 2025.06.07
48956 ‘이준석 제명’ 청원 하루만 10만…“여성신체를 정치도구로” 랭크뉴스 2025.06.07
48955 클래식도 내 식대로 즐긴다, Z세대가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방법 랭크뉴스 2025.06.07
48954 與서영교, ‘오광수 민정수석설’에 “더 좋은 사람 많이 있을 것” 랭크뉴스 2025.06.07
48953 서울서 집 사려면 얼마 있어야 하나...'충격' 랭크뉴스 2025.06.07
48952 "담배 냄새 때문에 미치겠어요"…금연 구역 거리 정해져 있어도 소용없다는데 랭크뉴스 2025.06.07
48951 與 서영교, 오광수 민정수석설에 "더 좋은 사람 찾길" 랭크뉴스 2025.06.07
48950 “트럼프와 갈등, 머스크의 ‘AI사업’ 6조대 대출에 그림자” 랭크뉴스 2025.06.07
48949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상장 이틀 만에 시총 29조 랭크뉴스 2025.06.07
48948 李대통령, 오는 15~17일 ‘G7 참석’... “첫 정상외교 데뷔” 랭크뉴스 2025.06.07
48947 "매일 '이것' 2스푼, 혈관 청소한다고?"…콜레스테롤 '뚝' 떨어뜨리는 연구 결과 랭크뉴스 2025.06.07
48946 돌잔치·체육대회 때 ‘받던’ 기념품?…이젠 집 꾸미려 ‘사는’ 감성 소품 랭크뉴스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