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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 차장, 국회에서 비화폰 화면 일부 공개
국정원-경호처 '보안 조치' 관해 수차례 연락
조태용-박종준 통화 직후 尹 비화폰 등 삭제
'증거인멸' 정황, 지시 '윗선' 수사로 규명해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2월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불법계엄' 사흘 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 통화 기록이 삭제되기 직전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비화폰 기록 삭제가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누가 지시를 내렸는지 수사를 해왔는데 조 원장과 박 전 처장의 개입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이 최종 배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홍장원 전 차장과 윤 전 대통령이 통화한 내역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소희 기자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12월 6일 삭제된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과 관련해 국정원과 경호처가 주고받은 연락 내역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면담하며 "윤 전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한 날이다.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하라 했다"며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도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과의 비화폰 통화 화면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 화면엔 통화 내역 4건(△12월 3일 오후 8시 수신, 7초 통화 △12월 3일 오후 8시 22분 발신, 20초 통화 △12월 3일 오후 10시 53분 수신, 1분 24초 통화 △12월 4일 오후 4시 57분 발신, 통화 안 됨)과 '대통령님' '무선보안 1000' 'pss1000'이라고 적혀 있다. pss는 경호처(Presidential Security Service)의 약자고, 1000은 대통령을 의미하는 경호처 내부 표기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임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홍 전 차장이 이처럼 통화 내역을 공개한 직후 국정원과 경호처는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국정원은 경호처에 ①홍 전 차장에 대한 위치추적이 안 되고 ②국회에서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화면을 공개했으니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연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안 조치는 원격 로그아웃을 뜻하는 말이다. 원격 로그아웃을 하면 통신 내역 등이 지워져 비화폰이 초기화된 것처럼 이른바 '깡통폰'이 된다. 경호처는 보안 조치를 실행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조 원장과 박 전 처장 사이에도 통화가 오갔는데 두 사람의 마지막 통화 직후 비화폰 삭제 조치가 이뤄졌다.

이 보안 조치가 적절했는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보안 조치가 필요했더라도 계엄의 핵심 도구로 쓰인 비화폰을 원격 로그아웃한 건 증거 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 또 보안 사고가 난 건 홍 전 차장 비화폰인데 윤 전 대통령 비화폰까지 함께 삭제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삭제를 지시한 윗선이 윤 전 대통령인 지도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경찰은 조만간 박 전 처장 등을 소환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일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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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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