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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새 농림수산상에 기대감 고조

과거 엉뚱한 언행으로 구설에 올라
비축미 쏟아내며 쌀값 안정화 채찍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이 지난달 30일 가나가와현의 정부 비축미 보관 창고를 살펴보고 있다. ‘쌀값 파동’ 소방수로 투입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현장 행보와 적극적인 메시지로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이터연합뉴스

쌀값 급등으로 민심이 흉흉한 일본에서 고이즈미 신지로 신임 농림수산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정부 비축미를 ‘시세 반값’으로 판매하는 등 강력한 인하책을 내놨다. 한국의 농협 역할을 하는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전농)와 농촌 지역구를 둔 집권 자민당 중진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이자 자민당 소장파 선두주자로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엉뚱한 언행으로 조롱받던 그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의 행보에 위기감을 느낀 야권에서는 당대표급 인사들까지 총출동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고이즈미가 쌀값 안정화에 성공해 자민당이 6월 도쿄도의회 선거와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총리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패배 반년 만에 컴백

고이즈미는 지난해 10월 말 중의원(하원) 선거 참패로 큰 타격을 받았다. 조기 총선을 강력히 요구했고 당내 4역 중 하나인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결국 선대위원장 사퇴 후 잠행을 이어갔다. 그 사이 차기 총리 여론조사에서도 강경 보수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에게 계속 밀렸다.

그러다 쌀값 폭등 상황에서 “나는 쌀을 사본 적이 없다. 지지자들이 많이 줘서 집에 팔아도 될 정도로 있다”고 발언한 에토 다쿠 농림수산상이 전격 경질되면서 고이즈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달 21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그에게 농림수산상을 맡긴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쌀 소매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일본에선 올 초 쌀 5㎏당 평균 가격이 4000엔(3만8000원)을 넘어섰다.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지난달 12~18일 기준 가격은 4285엔(4만1000원)으로 전년(2120엔)의 2배가 넘는다. 20㎏당 5만5000원 안팎인 한국 쌀 소매가격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농업개혁파인 고이즈미가 농림수산상을 맡은 것은 관례를 벗어나는 ‘파격 인사’로 평가받는다. 농림수산상 자리는 보통 ‘농수족’(농림수산 관련 의원) 출신이 임명됐다. 농수족은 JA전농 및 관료들과 함께 삼각관계를 구축해 감산 정책 등으로 기득권을 유지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고이즈미는 2015년부터 2년간 자민당 내 농림부 회장을 맡아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의 농업개혁 선봉에 섰다. 하지만 JA전농과 농수족·관료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고이즈미는 농림수산상 임명과 동시에 개혁 조치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그는 “시세 절반으로 살 수 있게 하겠다”며 취임 첫날부터 비축미 방출 방식을 대형 슈퍼체인 등 소매업체들과의 수의 계약 형태로 변경했다. 기존의 경쟁 입찰 방식은 JA전농이 독점하게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사히신문은 “농림수산성은 수의 계약에 소극적이었다.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거부해 왔다”며 “이시바 총리의 지원을 받은 고이즈미에 의해 수의 계약을 통한 비축미 방출에 나설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고이즈미는 쌀값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정부가 보유한 비축미 중 남은 분량도 무제한 방출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경쟁 입찰로 방출한 비축미를 재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40년 이상 이어온 쌀 생산량 감산 정책의 전환 가능성도 언급하고 나섰다. 지지통신은 “고이즈미의 발언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며 소비자의 불만을 완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당내 농수족의 비판도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다. 노무라 데쓰로 전 농림수산상이 지난달 31일 “당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규칙을 기억해야 한다”고 비판하자 고이즈미는 곧바로 “이것이 규칙”이라고 맞받았다.

여론은 기대… 야권은 견제구

고이즈미의 속도전을 두고 여론의 기대는 큰 상황이다. 교도통신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8%는 “고이즈미의 취임으로 쌀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시바 총리가 당내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이즈미를 중용한 것도 이를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도쿄도의회·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고이즈미가 성과를 낸다면 기반이 약한 이시바는 당내 장악력을 강화할 수 있고 고이즈미도 차기 총리 1순위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한 자민당 중진 의원은 지지통신에 “(선거를 앞두고) 붕괴 직전이었던 이시바성에 고이즈미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야당에선 고이즈미의 행보를 두고 경계하고 있다. 고이즈미가 지난달 28일 중의원 농림수산위원회에 출석하자 주요 야당 대표들이 직접 질의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가 참석하지 않은 상임위 심의에 야당 당수들이 모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들이 고이즈미를 얼마나 의식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고이즈미는 정제되고 단호한 어투로 야당 대표들에게 밀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케다 슈타로 게이오대 교수는 “고이즈미의 신속한 대응은 평가받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대변자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극찬했다.

다만 자민당 지지세가 약해진 상황에서 농민표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고이즈미의 속도전에도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엔 당내 강경 보수파로부터 역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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