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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1일 일론 머스크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보수 진영이 ‘테크(기술) 우파’ 대표 격인 일론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머스크는 지금 “미국에서 실제 중도층인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는 질문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설문조사 중이다.

둘 간의 싸움은 실제로 트럼프 지지 세력 간의 정치적 내전에 가깝다. 현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하는 정치적 세력은 크게 두 갈래다. 1기 때 마가 구호를 내세운 포퓰리스트 우파 세력이 주도권을 잡으며 기존 보수 우파 싱크탱크 쪽을 융합했는데, 거기에 2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세한 것이 머스크로 대변되는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신흥 테크 우파다.

반기득권·반세계화·국가주의적 가치를 내세운 포퓰리스트와, 규제 완화를 꿈꾸는 기술계 엘리트 간 동맹을 묶어 준 공통점은 바로 미국 관료제와 이를 운영해 온 기존의 엘리트층에 대한 반감이었다. 하지만 ‘공동의 적’이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라진 후 이 동맹은 삐그덕대기 시작했다.

두 세력은 공통의 목표도 있지만 여러 사안에서 깊은 견해차를 보인다. 예컨대 전기차나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에 대해 마가는 ‘좌파 자본주의’라는 반감이 강한데, 머스크가 이끄는 게 바로 그 전기차 산업이다.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노동시장 불안 문제, 사생활 침해 문제 등에서도 포퓰리스트 우파는 첨단기술 보급에 중점을 둔 테크 우파와 생각이 다르다. 일부 공화당 주의회 의원들은 자율주행차 도입 제한 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드론에 대해서도 음모론적 경계심이 강하다.

온라인 규제에 대해서도 얼핏 보면 포퓰리스트 우파와 테크 우파가 똑같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아동 보호 관련해서는 견해가 갈린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텍사스공공정책재단(TPPF)은 담배나 주류처럼 소셜미디어도 연령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 내에서 포퓰리스트 우파 진영의 핵심인 스티브 배넌과, 테크 우파의 대변자인 머스크는 줄곧 사이가 나빴다. 배넌은 트럼프 취임 전인 1월에도 머스크가 트럼프의 정책을 방해한다며 “사악한 인간”이고 “돈을 댔으니까 참았는데 더 못 참겠다. 취임식 전까지 워싱턴에서 쫓아내겠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번 트럼프와 머스크 간 갈등 때도 가장 앞장서서 머스크를 비판하고 있는 인물이 배넌이다.

결국 극우 포퓰리스트와 테크 엘리트 간의 ‘불안정한 동맹’은 예견된 결별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태는 테크 기업 중심의 우파와 마가(MAGA) 포퓰리스트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하는 한편, “생각보다 빠르게 (둘 사이가) 틀어졌다. 일론이 정말 원했던 건 대통령 자리가 아닌가 싶다”는 머스크 측근의 말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정치적 기반을, 머스크는 돈과 소셜미디어 권력을 갖고 ‘정략결혼’했지만 몇 달 만에 파탄에 이르렀다”고 평했다.

테크 우파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을 구상할 가능성도 있다. 머스크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를 탄핵하고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또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와 머스크 가운데 어느 편을 들 지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인용하며 “트럼프는 3.5년 남았지만, 나는 40년 넘게 주변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는 소셜미디어에서 2억명이 넘는 팔로워들을 상대로 ‘미국에서 실제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엑스(X)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나란히 배치한 일러스트. AFP연합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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