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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우가 만난 셰프들]
<7> 아워플래닛 김태윤 셰프

편집자주

음식을 만드는 건 결국 사람, 셰프죠. 신문기자 출신이자 식당 '어라우즈'를 운영하는 장준우 셰프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너머에서 묵묵히 요리 철학을 지키고 있는 셰프들을 만납니다. 한국 미식계의 최신 이슈와 셰프들의 특별 레시피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김태윤 셰프는 서울 종로구 서촌의 팝업 레스토랑 '아워플래닛'을 운영하며 지속가능한 식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장준우 제공


'지속가능성'은 단순한 환경 보호 이상으로 미래 세대까지 자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개념이다. 기후 위기에 너도 나도 지속가능성을 외치지만, 먹고살기 팍팍한 이들에겐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거나 상업적으로 이미지만 소비되는 실정이다. 미식 업계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요리사와 식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진정성엔 늘 의문이 든다. 한때 지속가능한 요리의 아이콘이었던 덴마크의 레스토랑 '노마(Noma)'도 문을 닫았다. 과연 지속가능성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그리고 진정성 있게 하는 요리사가 있다. 지속가능 미식연구소를 표방하는 팝업 레스토랑 '아워플래닛'의 김태윤(45) 셰프다. 서울 종로구 서촌에 위치한 아워플래닛은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지속가능한 식탁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진동 미더덕, 낙동강 갈미조개, 거문도 삼치 등 지역의 로컬 식재료를 주제로 미식 다이닝을 구성하는 '로컬 오딧세이', 토종 쌀과 우리 콩 등 잊혀 가는 다양한 품종의 식재료를 요리로 풀어내는 '계절의 기억', 맛있는 채식을 선보이는 '비건 다이닝'과 같은 행사다. 또 생산자,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을 운영한다.



'지속가능한 식탁'을 꿈꾸다

다섯 가지 제주 시트러스와 방풍나물, 뿔소라 안티파스토. 장준우 제공


김 셰프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군 복무 중 진로를 고민하다 요리사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요리에 늘 진심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뭘 할 때가 가장 즐거웠나 고민해보니 어린 시절 주방에서 놀던 시간이 떠올랐죠." 대학 졸업 후 여러 요리를 두루 배울 수 있는 일본 핫토리 영양전문학교로 향했다. 졸업을 앞두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 호텔 주방에서 일하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에 돌아온 그는 2010년 서촌에서 첫 레스토랑 '7PM'을 열었다. "처음엔 지중해 음식으로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도 반도 국가고, 지중해 연안 국가들처럼 같은 기후를 다른 문화로 해석하는 게 흥미로웠거든요." '7PM'은 단순히 외국 음식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과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지중해 요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평소 좋아하던 전통주와 아시아와 중동의 향신료를 함께 내는 '주반'을 오픈하면서 미식가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마드라스 커리향의 고사리 고기지짐으로 속을 채운 볼오방. 장준우 제공


식당을 운영하면서 그는 다른 식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재료를 써서 음식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좋은 재료를 쓰려다 보니까 결국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하는 분들을 자꾸 만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마르쉐(친환경 채소 직거래 장터)'도 알게 되고, 좋은 생산자들과 인연이 만들어지다 보니 지속가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됐죠."

고민의 결과로 2018년 문을 연 '이타카'는 지속가능 미식을 표방한 야심 찬 프로젝트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관심을 가져야 할 숨은 좋은 재료들을 찾아 접시에 담는다는 목표로 운영했지만, 의외로 제철 재료가 많고 재료를 처음 다루다 보니 충분히 연구해서 음식을 낼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콘셉트의 식당인 경우 연구를 같이 하면서 운영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식당은 많지 않죠."

스스로 불완전한 음식을 내고 있다는 생각과 투자자, 생산자에 대한 미안함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결국 팬데믹과 함께 문을 닫았다.

셰프란 "좋은 재료를 잘 전달하는 기술자"

'아워플래닛'의 김태윤 셰프가 친환경 식재료를 이용해 커리를 만들고 있다. 장준우 제공


이후 그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활동가로 변모했다. 로컬 식재료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장민영 작가와 함께 뜻을 모아 '아워플래닛'을 설립해 단순한 요리를 넘어 식문화를 바꾸는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준비했다.

제대로 꿈을 펼치기도 전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로 경추를 다쳐 1년 넘도록 입원했다. "차트상으로는 사지마비나 하반신 마비가 될 수도 있는 안 좋은 상황이었죠. 기적적으로 회복했지만 지금도 5시간마다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24시간 아프죠."

지속적인 통증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자신부터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고, 평소 좋아하던 자연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산꾼 친구가 있는 경남 하동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요리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다. 예전엔 요리사란 기술과 재료를 보는 안목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요리 한 접시가 담고 있는 마음의 무게를 헤아리게 된다.

"점점 겸손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산자가 누군지 알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식재료를 기르는지 알게 되니까 도저히 허투루 다룰 수가 없죠. 사랑으로 정성으로 키운 분이 있는데 제가 그걸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낼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죄송스러운지 몰라요."

그의 팝업 레스토랑은 매달 한 번, 많게는 두 번 열린다. 인스타그램 공지로 운영을 알린다. 대부분 시간은 하동 지리산 자락에서 생산자를 만나 식재료를 발굴하고 연구하며 보낸다.

손님 칭찬을 받을 때도 달라졌다. "음식이 맛있다는 칭찬을 받으면 그 요리에 담긴 재료를 기르는 생산자들이 생각나요. 혼자 그 공을 다 가져갈 수 없죠. 나는 단지 이 좋은 재료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기술자일 뿐이란 생각을 합니다."

지속가능성이 트렌드로 소비되는 현상에 대해 그는 어떤 생각일까. "지속가능성이 트렌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환경 문제는 너무 시급하니까요. 유행이면 어떻고, 진정성이 없으면 어때요. 관심을 갖는 100명 중 2명만 각성해도 충분해요. 그 2명이 또 자기 친구나 가족에게 얘기해줄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안 하면 그 한두 명으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나머지도 다 포기하는 거잖아요."

그 역시 완벽하게 실천하진 못한다. "저도 배달음식 시켜 먹고, 일회용품도 써요. 육식도 하고요. 그걸 다 떨쳐내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도 있어요. 하지만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는 거죠."

누군가는 요리를 통해 스스로를 뽐내며 화려한 테크닉이나 트렌디한 플레이팅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지만, 누군가는 재료에 대한 존중과 생산자에 대한 감사, 지구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요리를 한다. 도시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지리산 자락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요리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진정성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실천의 누적이자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였다.

'아워플래닛'의 김태윤 셰프가 만든 스페인풍의 기장멸치 초절임. 김태윤 제공


[레시피] 스페인풍의 기장멸치 초절임<재료>
통멸치 250g, 막걸리식초 100ml, 소금 1t, 파프리카 1개, 통마늘 1개, 이탈리안 파슬리 약간, 엑스트라 버진 오일 약간

<만드는 법>
1. 멸치를 얼음물에 담근 뒤 비늘, 가시를 손질해 다시 얼음물에 담가준다.
2. 얼음물에서 멸치를 건져내 물기를 털어낸 후 식초와 소금에 2~6시간가량 절여준다.
3. 파프리카를 반으로 잘라 오븐에 구운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둔다.
4. 초에 절여진 멸치를 체에 건지고 물기를 제거해 구운 파프리카와 함께 플레이팅 해준다.
5. 얇게 슬라이스한 마늘을 올려준 뒤 파슬리와 오일을 뿌려 마무리해서 완성한다.

어라우즈 셰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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