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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의 미래다'

만약에 누군가 이렇게 말한다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이란 늘 간단치 않은 주제니까요. 가깝고도 먼 나라끼리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그런 주장을 하고 나섰습니다. 일본 경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몇 가지 단서가 붙긴 하지만, 일본을 정면에 내세워 한국 경제를 평가합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한국과 일본은 다섯 가지가 닮았다는 겁니다.

한은이 어제(5일) 발표한 보고서 'BOK 이슈노트: 일본경제로부터 되새겨볼 교훈'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 일본 경제의 교훈, 다섯 가지

1. 부채구조가 닮았다

거품경제 전후 일본에서 자금이 쏠린 곳은 부동산입니다.

금융 규제가 느슨하고 투기심리까지 섞이며 '토지 불패 신화' 형성되면서 민간 부채가 급상승했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한국에도 존재합니다.

지난해 GDP 대비 민간 부채(가계, 비금융기업의 대출/채권) 비율은 207.4%입니다. 버블기 일본의 최고 수준인 1994년 214.2%에 근접했습니다.

한은의 경고는 버블이 꺼지고 난 뒤입니다. 돈을 빌려준 은행들이 연쇄 부실화됩니다.

자금이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에 집중되니, 제조업은 자금 부족에 시달립니다.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2. 인구구조가 닮았다

알다시피 일본의 저출생 고령화 분야 대선배 격이죠.

한국은 그런 일본을 급격히 따라잡는 중입니다.

한국은 2020년 전체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는데, 감소 속도가 일본보다 더 빠릅니다.

한은이 짚은 일본의 실수는 대응이 늦었다는 겁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함에도 유휴 인력의 사회진출이 지체됐습니다.

첫째 원인은 공채 선호. 둘째 원인은 육아의 여성 전담이었습니다.

거품 붕괴 이후 취업 빙하기가 도래합니다. 그럼에도 일본 기업은 공채만 고집합니다. 청년층은 스펙을 쌓느라 쉽게 직장을 못 구하게 됩니다.

결국 결혼은 줄었고, 출산율 하락은 가속했습니다. 2005년 다른 선진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1990년대 시작된 문제를 2010년부터 뒤늦게라도 풀기 위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하고 문호를 개방합니다. 여성과 고령층,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 '저성장' 병은 심해질 대로 심해졌습니다.


3. 기술구조가 닮았다

정부 주도로 산업을 육성하고 상품을 선진국에 적극적으로 수출하는 성장 모델은 일본의 황금기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견제로 1990년대 위기가 왔습니다.

일본은 기존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한은은 '성공의 유혹'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그간의 성공 경험과 기술경쟁력이 오히려 새로운 변신을 막았습니다.

혁신은 미루고 우리가 잘해왔던 것만 키우다 보니, 우리가 알던 일본의 세계 1위 기업들이 점차 도태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도 '성공의 유혹'에 빠질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중국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모델인데, AI 확산을 기점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새로 조성되고 중국의 반도체는 우리나라 수준으로 올라와 자급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은은 인재를 키워 첨단산업 육성에 역량 모으고, IT와 의료, 문화콘텐츠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수출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4. 재정정책이 닮았다

일본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023년 240%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합니다.

문제는 재정의 쓰임새입니다. 상당 부분 연금이나 의료보험 같은 사회 보장성 지출이었습니다. 생산 활동에는 별로 안 쓰였습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년에서 23년까지 176.7% 포인트 늘었는데, 연금과 의료보험 지출 기여도가 각각 90% 포인트 이상 기여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부채비율은 50.7%입니다. 상황은 달라 보이지만 사회 보장성 지출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2000년부터 23년까지 34.6% 포인트 증가했는데, 사회 보장성 지출들이 각각 40% 포인트를 차지합니다.

그렇기에 한은은 흑자재정을 통해 재정 여력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5. 통화정책까지 닮을 수 있다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비전통적 통화정책, 즉 잘 안 쓰는 통화정책까지 동원해 25년간 진행합니다.

금리인하를 하다가 결국 제로금리까지 가고, 심지어 2016년에는 마이너스 금리를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양적완화도 진행합니다.

물론 약간의 효과는 있었습니다. 성장률과 물가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효과는 반짝하고 사라졌습니다.

일본은행 스스로도 '통화정책의 다각적 리뷰'를 통해 이러한 운용의 성과와 부작용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한은은 통화정책이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저성장, 저물가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구조개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칫하면 일본은행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스스로를 경계했습니다.

한은은 마지막으로 요한 노르베르그의 peak human이란 책의 제목을 빌려썼습니다. 거대 문명을 이룩한 7개국의 사례를 들어 왜 이들 국가의 황금기가 유한했는지 분석한 책입니다. 이 책의 핵심은 국가 흥망성쇠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에 따라 이뤄졌다는 겁니다.

일본을 닮을 것이냐, 일본과 달라질 것이냐, 정부와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는 엄중한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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