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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오픈AI·딥마인드 등 인력 대거 영입
“AI 안전·자율성 문화가 인재 끌어당겨”
코딩 성능 등 GPT-4o 능가하며 기술 신뢰도↑

일러스트=챗GPT

요즘 인공지능(AI) 업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는 어디일까요. 기술 성과나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메타 같은 빅테크가 떠오르지만, 정작 세계 최고 AI 인재들이 몰리는 곳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입니다.

6일 미국 벤처캐피털(VC) 시그널파이어가 공개한 ‘2025 인재 보고서(State of Talent Report)’에 따르면, 오픈AI와 딥마인드 출신 인력은 각각 앤트로픽으로 이직하는 비율이 반대 방향보다 8배, 1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오픈AI와 앤트로픽 채용 페이지에는 각각 300개, 200개에 달하는 채용 공고가 올라와 있습니다. 사실상 ‘인재 유출 흐름’이 일방향인 셈입니다.

앤트로픽의 인재 유지율은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 2년 내 채용된 인력 중 80%가 여전히 재직 중이며, 이는 딥마인드(78%)나 오픈AI(67%), 메타(64%)를 모두 웃도는 수치입니다. ‘한 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가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은 2021년 오픈AI 출신들이 독립해 설립한 신생 기업입니다. 공동 창업자 다리오 아모데이를 비롯해 창립 멤버 전원이 오픈AI 출신이며, 이들은 “너무 빠르게, 너무 상업적으로 움직이던 오픈AI의 행보에 우려를 느껴 회사를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AI의 안전성과 공익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설립된 앤트로픽은 기업 형태도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입니다. 수익보다 공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 형태입니다.

이처럼 앤트로픽을 향한 이직 러시는 단순한 처우가 아닌 ‘철학의 충돌’에서 비롯된 측면이 큽니다. 오픈AI의 AI 안전 연구를 이끌던 얀 라이케(Jan Leike)는 지난해 앤트로픽으로 이직하면서 “오픈AI는 반짝이는 제품에 몰두하고, 중요한 안전 연구는 뒤로 밀렸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또 “중요한 연구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조차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구글 브레인 출신 연구자 니키 파르마, 딥마인드 소속이었던 닐 홀스비도 비슷한 이유로 앤트로픽에 합류했습니다.

오픈AI와 딥마인드는 핵심 인재를 붙잡기 위해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픈AI는 일부 핵심 연구자에게 연간 1000만달러(약 135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안했고, 이직을 막기 위해 200만달러(약 27억원)의 리텐션 보너스와 2000만달러(약 270억원)에 달하는 주식 보상까지 내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딥마인드는 경쟁사로의 이직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 연구자에게 6~12개월간 유급 휴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앤트로픽의 사례는 ‘돈’으로 막는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픈AI의 공동 창업자 존 슐만(John Schulman)도 “AI 합의(AI consensus)에 더 집중하고 싶다”며 앤트로픽으로 옮겼다가, 이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미라 무라티가 이끄는 신생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AI업계에서 조직 단위의 이탈은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딥마인드의 닐 홀스비는 앤트로픽 유럽 연구소 설립을 위해 스위스 취리히로 자리를 옮겼으며, 구글에서 7년간 근무한 보안 전문가 니콜라스 칼리니는 “앤트로픽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AI 보안 문제를 진지하게 다룬다”며 이직을 택했습니다.

수많은 인재의 합류로 앤트로픽의 AI 개발 기술력은 빅테크의 아성을 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이 지난달 공개한 차세대 언어모델 ‘클로드 4(Claude 4)’는 상용화된 AI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상위 버전인 ‘오푸스(Opus) 4’는 코딩 능력을 측정하는 SWE-벤치에서 72.5%를 기록하며, 챗GPT의 최신 버전 GPT-4o(69.1%)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연구자들은 클로드가 복잡한 장기 맥락 추론, 외부 도구 연계, 자체 메모리 관리 능력을 두루 갖춘 ‘실질적인 에이전트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술적 신뢰도에서 우위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개발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클로드’의 인기도 인재 유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시그널파이어는 보고서에서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자주 쓰고 감탄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자연스럽게 이끌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앤트로픽이 신생 스타트업이란 점도 매력입니다. 오픈AI는 2015년 설립돼 현재 기업가치가 3000억달러(약 407조원)를 넘겼지만, 앤트로픽은 아직 기업가치가 615억달러(약 84조원) 수준입니다. 성장 여력이 더 큰 조직에서 초기 지분을 확보하고 싶어 하는 젊은 인재들에겐 오히려 기회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시그널파이어는 “앤트로픽은 연구자의 자율성과 지적 토론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으며, 빅테크의 연봉과 브랜드 파워보다 개인 몰입과 철학적 정체성이 더 강한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유연한 근무 조건과 빠른 승진 경로 등 실질적인 업무 환경도 장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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