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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청와대를 찾은 관람객들이 청와대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지난 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집무를 시작한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청와대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환영과 우려 목소리가 엇갈렸다.

지난 3~5일 경향신문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청와대의 역사성·상징성을 이유로 ‘돌아오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시위·통제 등으로 인한 불편을 걱정했다.

40년 넘게 가회동에 거주한 A씨(74)는 “청와대는 오랜 기간을 거쳐 검증된 장소다. 돌아오는 게 당연하다”며 “이곳은 청와대길이라는 정서적 자부심이 있는 동네”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일하는 공간은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나. 용산(대통령실)보다는 청와대가 품격있다”고도 했다. 26년째 옥인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정영기씨(65)도 “청와대를 품었다는 자부심이 큰 동네인 만큼 주변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대통령실이 갑자기 용산으로 옮긴다고 했을 땐 허탈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청와대 인근에 사는 박건하씨(19)도 “풍수지리 좋은 곳에 청와대가 있는데 너무 급하게 옮겼다”며 “용산의 상징(이미지)이 안 좋아졌다”고 했다.

치안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학부모 채모씨(45)는 “청와대가 있을 때는 시설도 잘 관리되고 경찰들이 많아 한밤중에도 안심하고 다녔다”며 “요즘은 관광객이 너무 많고, 청와대도 방치된 느낌이다. 다시 들어오면 동네가 조용해지고 정비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씨도 “여러 나라 돌아다녀봤는데 대한민국, 특히 이 동네에서 애 키우고 싶다면서 실제로 이사 와서 아이 낳은 외국인 부부도 있다”고 했다.

경제적 기대감도 있다. 효자동에서 디저트 가게를 4년째 운영 중인 심건씨(34)는 “근처에 사무실이 없는데 대통령실 직원들이 돌아오면 손님이 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인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58)도 “경찰, 경호 인력 등 상주인구 수천명이 상권에는 더 도움 된다”며 “관광객은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고 했다.

잦은 시위와 교통 통제로 인한 불편이 되풀이될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누상동에서 30년 동안 거주한 윤여경씨(66)는 “대통령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 볼꼴, 못 볼꼴 다 봤다. 나는 (시위에) 학을 뗐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 빠진다는 소식 들었을 때 너무 ‘해피’했다”며 “서울에 여기만큼 조용하고 사람 사는 냄새 나는 따뜻한 동네가 없는데, 다시 시끄러워지면 주민들에겐 ‘직격탄’”이라고 말했다. 건축사인 윤씨는 “건물을 짓기만 해도 종로경찰서 정보과에서 나와 감시하듯 이것저것 묻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미형씨(45)도 “시위가 너무 많아 청와대가 떠날 때 좋았다”며 “급하게 떠났다고 급하게 돌아올 필요는 없다. 대통령 두세 명 지나 보고 장단점을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5일 청와대재단에 따르면 청와대 경내 탐방로 전면 보수·정비 작업이 지난 4일 시작됐다. 재단은 이번 공사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대통령 선거 이전에 예정됐던 공사 일정”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복귀와 관련해 아직 별도 지침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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