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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 놓고 찬성·반대파 갈리지만
맨몸으로라도 국익 지켜야 할 상황
트럼프와 만남이 실보다 득 많아
초청 받고도 안가면 불필요한 오해 우려
G7 '고정 멤버' 될 기회도 살려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탄핵 후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둘 수 없다. 60일간의 예열 없이 대통령 임기를 곧바로 시작했고 취임 선서도 선거 다음 날 약식으로 치렀다. 축배를 들 여유도,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릴 시간도 없었다. 1분 1초를 쪼개 내각과 정책의 틀을 짜야 하는 와중에 정상외교는 그래서 더 부담이 크다. 솔직히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충분한 준비 뒤 정상외교에 나서면 최선이겠지만 지금은 통상전쟁의 국면이다. 피할 겨를이 없다. 맨몸으로 부딪쳐서라도 대한민국의 이익을 지켜야 할 상황이다. 이달 캐나다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취임 선서의 여운도 가시지 않은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놓고 정치권뿐만 아니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5일 대통령실과 외교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참석과 관련해 행동파와 신중파가 나뉜 것으로 전해졌다. G7 회의는 15~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개최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미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G7 회원이 아니지만 초청국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 한미 정상회담 개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 당면 과제인 관세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행동파와 새 정부 출범 열흘 만의 국제 무대 진출은 부담이라는 신중파가 논쟁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파는 양국 대통령이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신중파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 현 정부의 고심에 대해 한 전직 외교부 장관은 “신중파는 전쟁이 벌어졌는데 전쟁 준비가 부족하니 조금 있다 전쟁하자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행동파의 손을 들어줬다. 만나야 실타래가 풀린다는 얘기였다.

“거대한 체스판이 더욱 크게 움직이고 있다.”

탈냉전 이후 독보적이고 예외적인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 한국 역시 부지런히 노력했다는 게 전직 외교부 장관의 평가였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이후 미국이 ‘눈앞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며 우방도 봐주지 않는 외교정책을 펴면서 국제 관계(체스판)의 틀이 완전히 바뀌었고 한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진단이었다.

그는 “한국은 미국 입장에서 중국 견제에 유용한 국가”라며 “과거 불리했던 지정학적 위치가 오히려 유리한 위치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조선·원전·배터리 등의 기술력까지 보유해 ‘기정학적 강점’까지 갖춘 몇 안 되는 나라로 국가적 위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카메라 앞에서 돌발 상황을 연출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같은 취급을 이 대통령은 받을 리는 없다는 말이었다. 곤혹스러운 상황이 연출되면 그 자체를 외교적 기회로 삼을 준비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태형 숭실대 교수는 “G7에서 미국 리더십이 약해진 면도 있다”며 “국가 간 여론전을 통해 오히려 협상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 역시 “G7 참석은 단순한 회의체 참여의 의미가 아니다”라며 “달라진 국가 위상에 맞게 앞으로 정식 회원국으로서 역할을 다지는 계기”라고 전했다.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 G7에 고정 멤버로서 자리 매김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참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친중(親中) 정부라고 의심 받는 이재명 정부가 G7에 초청장을 받고도 참석하지 않을 경우 대외 신인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이제부터 본격화할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을 피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질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고 압박의 강도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백악관은 3일(현지 시간) 이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다”면서도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면서 이례적으로 중국에 대한 거부감까지 드러낸 것이다. G7 회의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참석한다. 이 대통령이 참석하면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도 가능해져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힘을 실어주고 한국도 협상 카드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태에서 G7 참석이 캐나다에 우호적인 제스처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기우라는 지적이다. 외교관 출신의 한 교수는 “이 대통령이 캐나다 총리와 새 정부 출범 축하 통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G7 초청을 받는 방식을 취하면 미국이 오해할 일도 없다”며 “실용 외교를 강조한 이 대통령이 빠르게 다자 외교를 통해 공백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 시간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가에 따르면 G7 참석이 가능한 행정적·의전적 준비가 모두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는 끝났고 이 대통령의 결심만 남았다는 얘기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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