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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고인
[SK하이닉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한국이 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특히 비중이 큰 게 시스템반도체다. 한국이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집중 육성 중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김수환(金秀桓)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5일 오전 11시20분께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59세. 고인은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었고, 별다른 지병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주고, 고려대 전자공학과(학사·석사)를 졸업한 뒤 1993∼1999년 LG종합기술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1년 미국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2004년 미국 IBM TJ왓슨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다 귀국해 2004년부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강단에 섰다. 연구만 한 게 아니라 2018년 11월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인 '관악아날로그'를 설립해 아날로그·전력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으로 키웠고, 2020년에는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융합전문인력 양성센터장을 맡았다. 최근까지 투자를 유치하려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고인이 전공한 '아날로그 신호 처리'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핵심 기술이다. 음성, 온도, 먼지 등 각종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게 시스템반도체 회로설계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이중 디지털 신호 저장에만 관련되지만, 시스템반도체를 만들려면 아날로그 신호 처리를 알아야 하고, 센서나 파워 쪽도 고려해야 한다. 전켄트 관악아날로그 사업본부장은 "시스템반도체 설계의 핵심 요소인 아날로그, 파워, 디지털 분야를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몇 안 될 만큼 손꼽히는 석학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논문만 쓴 게 아니라 실제 사업화(양산)에도 나섰다. 2014년 반도체 설계 업체인 '크레파스테크놀러지스'를 공동 창업한 뒤 2015년에는 가속 센서 칩, 2016년에는 먼지 센서 칩을 개발했다. 또 시스템반도체의 핵심 기술로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사용되는 '고해상도, 저전력 신호증폭기가 내장된 다채널 24비트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ADC)'에도 성공했다. 이 기술로 2017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가 주는 도연창조상을 받았다. 고인이 개발한 ADC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체가 오랜 기간 개발에 매달렸지만 실패했던 기술이다. 최대 128배 신호 증폭 기능뿐만 아니라 전력 소모와 공급전압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7년과 2018년에는 SK하이닉스가 주는 '산학 연구과제 우수발명' 포상식에서 연속 수상했다.

관악아날로그 설립 후 세계 최초로 미약음향신호감지 기능을 내장한 고성능 디지털 멤스 마이크로폰용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했다. 또 스마트폰 근접센서 칩을 만들었다. 이 칩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거나, 전화를 받을 때 얼굴에 가까이 대면 디스플레이가 저절로 꺼지게 해서 전력 소모량을 줄여준다.

고인은 2019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시스템반도체 중소벤처기업의 기회와 육성방안'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4차산업혁명이 팹리스의 기회가 되기 위해선 '인공지능 반도체'가 아닌 '인공지능을 위한 반도체'에 정부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켄트 본부장은 "중국에는 고인처럼 시스템반도체 설계의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투자 제안이나 기술 지원 요청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외국에선 투자받지 않고, 한국에서만 받는다는 원칙을 관철했다"고 했다. 또 "우리가 성공하지 못하면 한국에서 시스템반도체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는 자부심으로 일한 분"이라고도 말했다.

유족은 부인 이화경씨와 2녀(김세윤<카네기 멜론 대학원생>·김수민), 형 김규환(전주본병원 원장)·김정환(울산대 의대 교수)씨와 동생 김효정(을지대 의대 교수)씨, 매제 최재혁(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3호실, 발인 8일 오전 5시, 장지 전주 모악추모공원. ☎ 02-3010-2000

[email protected]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email protected](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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