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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부의 지혜를 듣는다] 현오석 전 부총리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가 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새 정부에 “좌우 대립과 과거 향수에서 벗어나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웅 기자

현오석(75)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 정부에 내놓은 첫 조언은 “미움에서 벗어나자”였다. 박근혜정부 초대 부총리인 그는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념에 집착하지 말고 어떤 쪽 이념이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리자”고 제언했다. 경제에 좌우가 없다는 의미다. 두 번째 조언은 “향수(nostalgia)를 버리자”였다. 그는 “과거의 어떤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고 지금 만병통치약처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도 위태로운 경제성장률, 내수 침체, 미·중 대결 구도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수출 환경까지 한국 경제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현 전 부총리는 이 파고를 넘을 처방을 마련할 비상 기구가 단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아닌 민·관·학 전체가 모이는 일종의 ‘비상경제포럼’을 만들어 진단을 받자”며 “그 조직을 1년 정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1호 행정명령으로 가동을 지시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와 연결된다.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는 ‘경기 후퇴’(리세션·Recession) 방지를 꼽았다. 이를 위해 재정, 금리 인하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현 전 부총리는 다만 지원은 정말 어려운 계층에게 두텁게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기본소득’은 신중을 기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자고 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당장 급한 일이 무엇인가.

“경제 회복 방법이 전통적으로 수출과 내수였는데 지금 둘 다 어렵다. 미·중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수출 경기를 기대할 수 없고,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가 많아 내수를 끌어올리는 건설경기 활성화가 쉽지 않다. 상당 기간 저성장 등의 여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정말 힘든 계층을 도와야 한다. 비상적인 경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해결 방안은.

“일단 전체적인 기조에서는 ‘미움’과 ‘향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움에서 벗어난다는 건 이념에 집착하지 말고 어떤 쪽 이념이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에 관해서는 정말로 실용주의적인 정책을 택해야 한다. 향수에서 벗어나자는 건 과거의 어떤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고 그게 지금 만병통치약처럼 통하는 게 아니니 이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거다.”

-내수 회복은 어떻게 유도해야 하나.

“저소득층 소비가 살아나도록 직접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고용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텐데, 기업이 고용을 더 많이 하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고용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수출과 관련해선 우리도 기업에 보조해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자유무역협정에 어긋난다고 꺼렸지만 미국은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등을 통해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경제 환경이 과거와 달라졌다. 성장보다 포용이 중요해졌고, 기업은 돈만 많이 벌면 되는 집단이 아니게 됐다.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도 규제보다 기업에 협조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경제를 위한 안보가 아니라 안보를 위한 경제로 바뀌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아닌 민·관·학 전체가 모이는 일종의 ‘비상경제포럼’을 만들면 좋겠다. 통합의 상징이 될 만한 인물들을 모아서 1년 정도 지속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재정 역할론이 비등하지만 곳간이 부족하다.

“경직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곳간은 어려울 때 적자를 내도 좋을 때 흑자 내서 채우면 된다. 지금은 재정 적자보다 경기 후퇴 우려가 더 크다. 경기 후퇴를 피하는 게 재정 적자 우려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덧붙이자면 한국은행도 금리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더라도 경기 후퇴가 오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좀 낮출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주느니 어려운 사람들에게 두 배 주는 게 맞는다고 본다. 기본소득은 중장기 과제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면 일자리가 사라지니까 그때 가서 제도화를 고민할 수 있다. 제도화하더라도 정말 필요한 계층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서민이 똑같이 받으면 되겠나.”

-기재부 분리 방안은 어떻게 보나.

“김대중정부 때 예산실을 떼어 본 적 있는데 그때를 잘 참고하면 좋겠다. 다만 예산 기능은 떼고 안 떼고를 떠나 합리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 부처가 매년 더 늘어난 예산을 들고 오면 기재부에서 합리적으로 조율한다. 예산실을 떼어내면서 (예산을 늘리는) ‘확장성’에 초점이 맞춰지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을 짜고 실행할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1976년 경제기획원에 들어가 50년 정도 경제정책을 봐 온 입장에서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세상에 진짜 공짜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정책을 비용 없이 할 수 없으니 그만큼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정부가 시장을 절대 못 이긴다는 거다. 마지막은 규제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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