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인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잇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로 출동해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란 임무를 받은 국군 방첩사령부 장교가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을 수갑 채우거나 포승줄로 묶어 신병을 넘기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주요 정치인의 체포를 지시하는 방첩사 간부의 메시지도 법정에서 제시됐다.

신동걸 방첩사 소령은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조 청장 등은 윤석열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주요 정치인 체포조를 운영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 소령은 계엄 당일 밤 방첩사 사무실에서 김대우 당시 방첩사 수사단장으로부터 국회로 출동하란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김 단장이 대부분 지시했고 ‘신동걸 이재명’, ‘최진욱 한동훈’ 이렇게 준비되는 대로 출동하라고 했다”며 “체포조나 임무 얘기는 없다가 마지막에 ‘체포조 출동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 소령이 이 대통령, 최진욱 소령이 한 전 대표를 담당해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다.

출동을 위해 집합한 체육관에서 보급받은 장비에 관해서도 진술했다. 신 소령은 “백팩 형태로 세트화돼있는 것이 있었는데 안에 방검복, 수갑, 포승줄, 장갑이 있었다. 삼단봉도 있었다”며 “일부는 착용하고 일부는 착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 소령은 팀원 4명과 함께 국회로 이동하던 중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0시38분쯤 김 단장이 전화로 ‘현장 병력과 경찰로부터 (이 대통령의) 신병을 인계받아서 포승줄로 묶거나 수갑을 채워 신병을 (수방사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단장이 각 팀에 이재명·한동훈·우원식 3명의 검거에 집중하란 취지의 지시를 했다. 직접 검거가 아니라 신병을 인계받으라는 취지였다”고 했다.

법정에서 제시된 당시 수방사 단체채팅방 메시지에서도 이런 내용이 확인됐다. 최석일 방첩사 소령은 같은 날 오전 0시40분에 단체채팅방에 ‘모든 팀은 우원식·이재명·한동훈 중 보시는 팀이 먼저 체포해서 구금시설(수방사)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현장에 있는 작전부대를 통해 신병을 확보한 이후 인수받아 수방사로 구금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포승줄 및 수갑 이용’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변호인이 ‘최 소령이 이 글을 올린 건 사실상 단장의 지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이해해도 되느냐’고 묻자 신 소령은 “맞는다”고 답했다.

그는 출동 임무에 관해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한 건 매체를 통해 확인했으나 그 외 상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이동하면서 상황 파악을 해보자는 것으로 이해하고 갔다”고 말했다. 또 ‘헌법에 따르면 계엄이 선포돼도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을 막을 수 없는데 알고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엔 “(출동 전에는) 급박하고 정신없이 돌아갔고 위법성을 인지한 건 차로 이동하는 순간이었다”며 “운전하는 수사관이 ‘(국회까지) 몇 분 남았습니다’라고 했을 때 ‘야, 이거 아닌 거 같다. 속도 줄여라’라고 말한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신 소령은 “최종 판단으로 그냥 갓길에 차를 대라고 했다. (국회에) 가지 않았고 그 뒤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민일보

양한주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