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강뷰·신축·대단지 트렌드 집약…재건축으로 치고 나가며 압구정과 쌍벽 이뤄
래미안 원베일리와 반포한강공원 인근 전경. 사진=임근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지난 10여 년간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반포 아파트의 위상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였다. 2019년 10월 신반포1차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 리버파크’가 3.3㎡당 1억원에 실거래된 뒤 불과 5년 만인 지난해 12월 바로 옆 ‘래미안 원베일리’가 3.3㎡당 2억원을 기록했다.

냉소도 뒤따랐다. “허위거래일 것”이라거나 “일시적 현상으로 곧 조정될 것”, “압구정, 대치와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뒤이은 추격 매수로 인해 이 같은 주장은 어느새 힘을 잃었다.

현재의 반포 신화를 일군 요소는 누가 뭐래도 재건축, 그리고 한강이다. 이미 경부고속도로, 올림픽대로가 교통 인프라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이 생활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최신 트렌드가 더해지며 시너지를 낸 것이다. 공원과 각종 편의시설이 가깝고 한강까지 내려다보이는 브랜드 아파트는 어느새 전 국민의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압구정이 반포를 따라잡았다. 강 건너에는 한남뉴타운도 열심히 재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추격 중이다. 마침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이면서 악재도 생겼다.
그러나 또 다른 대단지가 재건축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 반포의 뚜렷한 대체재가 없다는 점에서 실수요는 여전히 대기 중이다. 국내 최고 부촌으로서 반포의 지위는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다.

‘교수촌’이던 반포 위상
1960~70년대 영동개발과 함께 조성된 반포아파트지구는 다른 강남권이 그렇듯 서울이 대규모로 확장된 1963년 전까지 경기도에 속했다. 그러나 1963년 서울 영등포구에 편입된 뒤 1968년 ‘영동 제1토지구획 정리사업지구’에 의해 현재의 서초구 일대, 강남구 강남대로 서쪽 일대와 함께 개발됐다.

가장 먼저 아파트가 지어진 곳은 현재 법정동으로 반포본동인 반포의 근본, 일명 ‘구반포’다. 침수지역이었던 이곳은 공유수면매립사업이 진행됐고, 대한주택공사는 매립된 땅에 1971년부터 아파트를 분양했다. 5층 높이의 반포주공1단지가 그것이다. 처음 개발할 당시에는 ‘남서울아파트’라는 이름이 붙었던 반포주공1단지는 한강변쪽 1·2·4주구, 대로변 반대쪽 3주구로 나뉘어 있다. 3주구는 당시 개발 자금이 부족해 미국 차관을 들여와 지었다는 이유로 AID차관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특히 1·2·4주구는 중대형 타입 위주로 지어졌는데 이곳을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개발했던 정부는 고위관료와 교수, 해외 유학파들에게 숙소로 활용했다. 102~107동은 서울대 교수들에게 특별분양됐다. 일부 세대는 지금의 KDI 사택으로 쓰기도 했다. 최초 분양가도 높았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학력이나 자산, 소득 수준은 서울시민 평균에 비해 매우 높았고 ‘교수촌’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주민들의 교육열이 높았고 세화고, 세화여고 등 지금까지 서초구를 대표하는 명문학군이 자리하게 된다.
압구정과 엎치락뒤치락
이후 반포동에는 반포주공2단지, 3단지가 차례로 들어서고 민영 건설사인 한신공영이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에 ‘신반포 아파트’를 무려 1차부터 28차까지 짓게 된다. 당시에는 ‘신반포’보다 ‘구반포’의 명성이 높았으나 반포지구 자체가 하천의 포구였던 옛 기능에서 나온 지명에서 유래해 “비 오면 물이 들어찬다”는 편견에 시달렸다.

한 대학교수는 “당시 동료가 반포에 아파트를 샀는데 우리 가족은 비가 오면 물이 찬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데 집을 샀다”며 “지금은 집값을 비교하며 매우 후회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후 반포지구는 더 신축인 대규모 고층 아파트가 조성된 압구정 지구와 고급 주택단지가 형성된 반포4동부터 방배동 일대 ‘서래마을’ 등에 다소 밀렸다. 특히 압구정 현대는 현대그룹사 임원들과 기업가들 다수가 자리를 잡으며 반포보다 앞서가는 부촌 이미지를 형성했다. 압구정 현대 조성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옛 한국도시개발)이 현대백화점을 함께 조성했고 1990년대에는 한양쇼핑센터에 갤러리아백화점이 오픈하기도 했다. 부유층 2세이자 유학파인 ‘오렌지족’이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반포는 2000년대 본격화한 재건축으로 지금의 명성을 일궈가기 시작했다. 반포주공2단지와 3단지가 각각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자이로 재탄생했다. 이들 단지는 금융위기가 터진 시점에 시장에 나와 오랜 미분양에 시달렸지만 마침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규제가 풀린 시점에 공급돼 높은 가격에 분양을 했다. 각각 2444, 3410가구 규모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특화 조경, 커뮤니티 시설 등 ‘대단지 아파트’의 미덕을 보여줬다.

‘영 앤 리치’가 찾는 대표 부촌
‘아파트지구’인 만큼 아파트 단지로 채워진 반포지구는 이후에도 새 아파트를 선보이며 재건축 사업 추진이 느렸던 강남구 경쟁자 압구정, 대치를 따돌렸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아크로 리버파크’이다. 강남에서 한강조망을 극대화한 북향 설계와 높은 층고(2.6m), 스카이 커뮤니티, 조식 서비스 등 그동안 일반 아파트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구조와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다.

이후에는 잠원동에 ‘아크로리버뷰 신반포’, ‘신반포 센트럴자이’, ‘신반포 르엘’, ‘메이플 자이’가 지어졌고 반포동에도 ‘래미안 원펜타스’ 등 재건축한 새 아파트가 등장했지만 시세를 선도하는 곳은 단연 ‘래미안 원베일리’다. 신반포3차와 23차, 경남아파트 등 총 5개 단지를 통합 재건축한 덕에 총 2990가구 대단지로 조성됐다. 반포지구 중심에 한강변 입지뿐 아니라 단지 규모와 첨단 커뮤니티까지 다 갖췄다는 평이다. 전반적으로 단지 규모가 작은 삼성동이나 청담동 새 아파트에 비해 강점이 뚜렷하다.

이들 아파트가 들어서는 사이 ‘반포 아파트’는 선망 또는 과시의 대상이 됐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가 귀한 강남권에서 시세를 선도하게 되면서 손바뀜이 일어날 때마다 부유층 주민들이 진입하는 흐름이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올 3월 전용면적 84㎡가 70억원에 거래되면서 일명 ‘국평(국민평형) 3.3㎡당 2억원 시대’를 열었고 전용면적 234㎡ 펜트하우스가 165억원에 팔리기도 했는데 매수인이 메가MGC커피 창업자 하형운 전 대표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유명 연예인들이 반포 아파트를 보유하거나 거주하고 있다. 2019년에는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전용면적 140㎡를 40억8000만원에 매수한 바 있다.

다만 최근에는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앞둔 압구정 현대에 ‘국내 아파트 시세 1위’의 바통을 넘겼다. 그러나 반포의 경쟁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압구정 재건축이 이제 조합설립을 넘긴 단계로 아직 입주까지 기간이 워낙 많이 남았고 반포는 이미 착공에 들어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3주구가 각각 ‘디에이치 클래스트’와 ‘래미안 트리니원’이라는 이름으로 분양 및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반포지구 내 원조 부촌인 디에이치 클래스트만 무려 4794가구 규모다.

그래서인지 드디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는데도 시세는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반포동 아파트 시세 평균가격은 45억5000만원으로 압구정(64억1000만원)에 이어 서울 행정구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상승률은 1.35%로 압구정이나 다른 경쟁지역보다 높다. 반포 지역 부동산에선 “집값이 워낙 높아 거래가 드물지만 현금 동원력이 좋은 실수요로 인해 가격이 계속 오른다”며 “어쩌다 한 번이라도 매매 거래가 나오면 중개인이 몇 달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 중개사무소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설명이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 대표는 “주거 편의 측면에서 반포만큼 좋은 곳을 찾기가 어렵다”며 “압구정 재건축이 실현되기까지 반포는 자체적인 강점을 통해 최고 부촌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비즈니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645 직무·행정 능력보다 '이것' 때문…'이재명에 투표한 이유' 여론조사 결과 보니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44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확대개편…위기관리센터 안보실장 직속으로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43 권성동 "비대위원장 지명 생각 없다"…친한계 겨냥 "또 음모론"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42 대통령실, AI 미래기획수석실 신설… 첨단기술·인구·기후위기 다룬다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41 [속보]대통령실 국정상황실 확대개편···위기관리센터 안보실장 직속으로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40 이재명엔 '내란종식·능력', 김문수엔 '도덕성·反이재명' 기대로 표 줬다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9 일가족 살해 40대 가장, 범행 전 아내와 공모한 정황 드러나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8 풀무원 빵 2종 식중독균 검출…“섭취 중단·반품하세요”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7 ‘PK 재선’ 최형두 “눈치보다 용기 못 냈다”… 국민의힘 ‘릴레이 사과’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6 아파트 위로 쓰러진 80t 공사 장비… 주민 긴급 대피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5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용범·경제성장수석에 하준경 임명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4 野 "이 대통령-트럼프 통화 지연… 美, 새 정부 노선 의구심 반영"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3 버티는 김용태 명분은 "尹 절연 매듭"... 친윤 "이미 끝난 일" 반발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2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확대 개편…국정기록비서관 복원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1 진성준 "전 국민 지원금, 2차 추경 당연히 포함… 재정 여력이 관건"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30 대통령실, 사법제도비서관실 설치… “사법부가 인권 보루로”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29 "팝콘각이네"…트럼프-머스크 요란한 파국에 SNS도 '후끈'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28 경호처, 공채·경채 모두 전면 취소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27 李, 정책실장 김용범, 경제성장수석 하준경, 사회수석 문진영 임명 new 랭크뉴스 2025.06.06
48626 李대통령, 광복회 삭감된 예산 원상복구 조치 당부 new 랭크뉴스 2025.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