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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김용균 특조위 22개 개선안 권고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 직무 정규직화 담아
여전히 하청 소속에 홀로 근무하다가 숨져
'위험작업' 2인 1조 권고조차 여전히 미실행
태안화력 비정규직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칭)가 3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전날 오후 홀로 작업을 하다가 끼임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씨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숨을 앗아가는 산업재해 사고가 반복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7년 전 한국서부발전 산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故) 김용균씨가 사망한 후 특별조사위원회까지 꾸려져 22개 권고안을 내놓았으나 대부분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결과, 지난 2일 오후 같은 발전소에서 고 김충현(50)씨가 또다시 김용균씨처럼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휴지 조각' 된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4일 노동계에 따르면
2019년
9월 '김용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내놓은 개선안은 첫 번째 과제로
김용균씨가 속한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와 김충현씨가 속한 '경상정비 분야'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권고했다
. 세 번째 과제는 '노동안전을 위한 필요 인력 충원'을 권고하며, 위험 작업 시
2인 1조
, 장시간·야간노동 완화 등 세부 내용을 담았다.

그런데 김충현씨는 위험한 작업을 홀로 수행하다 목숨을 잃었다. 경상정비(발전소 내 설비 점검·관리 업무) 중에서도 정비 부품 등 공작물을 선반으로 깎는 일을 했던 김충현씨는 작업 중 기계에 옷이 말려 들어가 변을 당했다. 동료 작업자가 있었다면 기계 멈춤 장치를 눌러 대형 사고는 막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그는 '한국서부발전→한전KPS→한국 파워 O&M'의 구조 속 2차 하청업체 소속으로 2016년 입사 이래 소속 회사가 무려 8차례 바뀌며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11일 사망한 김용균(당시 25세)씨는 한국서부발전 하청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역시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권고안과 달리 김용균씨가 맡던 업무도 여전히 정규직화되지 않았다.

심지어 상황은 더 열악해졌다. 필요 인력 충원은커녕,
도리어 인력이 줄어들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칭)에 따르면, 김충현씨가 다녔던 업체는 2021년 27명이 일했지만 올해 25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 지회장은 "2차 하청 계약 조건은 굉장히 열악하고, 발전소 폐쇄까지 맞물려 (현장은) 굉장히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미충원의 이유를 두고 탄소중립을 위해 태안화력발전소 10기 중 6기가 올해부터 203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될 예정이라는 점을 들지만,
아직 폐쇄가 안 된 상황에서 앞장서 인력만 줄이며 현장을 더욱 위험하게 하고 있다
는 지적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정치권과 정부가 권고안 외면한 결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던 도중 끼임 사고로 숨진 한전KPS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50)씨의 작업 현장에 3일 국화꽃이 놓여있다. 동료들은 김씨가 평소 바닥에 작은 못도 남겨두지 않을 만큼 꼼꼼하게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는 성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특조위의 권고안이 흐지부지된 데는 정치권과 정부의 외면이 크다. 당시 당정은 김용균씨가 속했던 '연료·환경설비 분야'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으로 정규직 전환을 조속히 매듭짓는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논의가 지연되고
정권 교체로 추진 동력도 상실
되면서 7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전혀 이행되지 못했다.

김충현씨 사고가 난 '경상정비'는 권고안과 달리, 당정 논의에서는 정규직화 약속 대상에서도 빠졌다. 노·사·전(노측, 사측, 전문가) 협의체를 대신 꾸려
2021년 2월 처우개선 등을 골자로 한 합의문
이 나왔지만, 이 역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흐지부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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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정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이행”… 노동계 “직접고용 정규직화 외면”
(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2121536313404)

김용균 특조위는 "(외주화가) 주설비 운전과 나머지 공정을 무리하게 분리해
소통을 복잡하게 만들고, 안전에 위협
이 된다"고 진단했고, 이런 하청·재하청 구조가 "
노동자에게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제하고 협력사에 과도한 이윤
을 안긴다"고 지적했는데, 현장은 변하지 않고 아픔은 여전하다.

김용균씨 어머니 "왜 아직도 지켜지지 않나"

태안화력 비정규직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칭)가 3일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년 12월 유사 사고로 숨진 고(故)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맨 앞줄 왼쪽 네 번째) 김용균 재단 대표와 김용균 사망사고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권영국(오른쪽 세 번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용균씨의 모친 김미숙씨는 3일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외쳤다. "사고가 발생할 때 시급히 기계를 멈출 동료가 필요한데 2인 1조는 왜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겁니까? 서부발전은 발전소 폐쇄가 아직 되기도 전인데 미리 인원 감축으로 일 양을 가중시켜 놓고서는 도대체 사망사고는 어떻게 막겠다는 겁니까? 그리고 언제까지 사고를 덮기 위해 노동자 개인의 책임이라 거짓말부터 할 겁니까?"

대책위는 돌고 돌아
7년 전의 요구사항을 다시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다. 대책위는 노조·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과 함께 △한전KPS 하청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김용균 특조위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권고 이행 △위험업무 2인 1조 △발전소 폐쇄를 핑계로 채우지 않는 인력에 대한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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