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통령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 도중 절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에서 패한 김문수 국민의힘 전 대통령 후보가 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당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쏟아냈다. 임기 첫날을 시작한 이재명 정부에는 곧바로 색깔론을 제기했다.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선거 패배 책임을 희석하는 한편, 강성 지지층을 향한 ‘대여 투사’ 이미지를 다시 가다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후보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여러분에게 정말 죄송스럽다. 오늘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을 보면서 제가 너무 큰 역사적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다”며 큰절을 했다. “국민들이 대부분 원하지 않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는 과정을 보며 역사가 이렇게 가는구나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김 전 후보는 “제 부족함으로 기회를 놓치고 그로 인해 고통받고 상처받을 국민들을 생각하면 송구스럽다”면서도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윤석열 사당화’와 ‘후보 교체 시도’를 꼽았다. 그는 “우리 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신념, 그걸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명이 없기 때문에 계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로 나타났다. 우리 당이 계엄을 했던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의 뜻이 당에 많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데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자신을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강제 교체하려던 일을 거론하며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 과연 어떤 사람을 당 대표로 뽑느냐, 공직 후보로 뽑느냐,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 삼척동자가 봐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공직 후보를 뽑지 않았나.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전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첫 인사를 향해서도 의례적 ‘덕담’ 대신 색깔론을 들이댔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를 향해 “북한에 내재적 접근 방식을 (가진) 이런 사람이 국정원장을 하는 게 맞느냐. 굉장히 불안하고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두고는 “이 사람이 대한민국을 통합으로 가져가느냐, 대한민국을 어디로 가져갈 건지 굉장히 불안하다”고 했다.
해단식에 참여한 국민의힘 지도부 등은 당 안팎에서 분출하는 당 쇄신과 지도부 사퇴 등을 두고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각자의 말을 쏟아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 우리 스스로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선거 때 보인 다수 국민의 여망을 외면하면 지방선거와 총선 때도 같은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윤석열계 핵심으로 후보 교체 시도를 주도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히려 ‘민주당을 배우자’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도덕적, 인격적으로 얼마나 결함이 많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당선을 위해 잡음 하나 없이 뛰는 모습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데 내부를 향해서 싸우는 이런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대선 내내 ‘친윤 구태 청산’ 등을 요구하며 어깃장을 놓은 것이 대선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친한동훈계는 대선 패배 뒤 권 원내대표 등 친윤석열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잠재적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색깔론과 부정선거 의혹을 놓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좌파 사법 카르텔, 종북 주사파 카르텔, 부정부패 선관위 카르텔과 싸움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후보가 김문수 후보였다. 그래서 처음부터 김 후보를 지지했었다”고 했다. 차기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는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독재 행태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체성과 전투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