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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노무현정부 초대 비서실장 인터뷰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김대중재단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 전 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주문했다. 권현구 기자

“국민이 주인이고, 대통령은 맡은 일에 최종 책임을 지는 공복입니다. 정치든 정책이든 국민 통합을 먼저 생각하고 움직이면 국민적 평가를 받게 될 겁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일보와 1시간가량 인터뷰를 하면서 ‘통합’이란 말을 스무 번도 넘게 언급했다. 그는 통합은 대통령이 정치적 상대인 야당과 그 지지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의장에게 이날 첫걸음을 뗀 이재명정부 앞에 놓인 과제와 나아가야 할 방향성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 대통령의 최대 과제는 무엇인가.

“두말할 것 없이 국민 통합이다. 공자는 ‘정치가 무엇이냐’는 제자 자공의 물음에 ‘족병(足兵)’ ‘족식(足食)’ ‘족신(足信)’을 꼽았다. 정치는 결국 안보와 경제, 믿음이라는 것이다. 자공이 ‘셋 중 불가피하게 포기한다면 무엇을 먼저 버려야 하느냐’고 재차 묻자 공자는 처음엔 ‘병’, 다음엔 ‘식’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믿음 없이는 바로 설 수 없다는 것이다. 정치와 공동체 존립의 본질은 구성원 상호 간의 신뢰다. 그 신뢰가 있어야만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국가가 된다. 국가 경영이 중요치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통령 성적 평가는 과락제여서 국민 통합과 국가 경영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순 없다. 그럼에도 둘 중 더 중한 것을 고르라면 통합이라는 것이다.”

-통합의 의미가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시대다.

“지금의 정치 양극화는 소통과 조정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겐 ‘대화의 6원칙’이 있었다.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고, 어떤 경우에도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공은 상대에게 돌렸다. 상대를 인정한 것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야말로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첫째 일이다. 야당 대표를 인정하고, 본인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도 인정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보다 반보 앞서 함께 걸어야 한다’던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지금도 유효하다.”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과 야당 관계는 최악을 달렸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노태우정부는 ‘3김(金)’을 야당으로 둔 여소야대 지형 속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냈다. 여당 원내총무 김윤환과 정무장관 박철언이 총대를 메고 제1·2·3야당과 담판을 지으며 어떻게 해서든 야당을 설득하려고 했다. 그 결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중국·러시아와의 수교 등 결실을 맺었다. 대통령이 참고, 대화하면 이런 일이 생긴다. 김 전 대통령은 파격적 인사를 통해 통합에 나섰다. 보수 진영의 거물인 김종필 박태준 이한동을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비서실장으론 노태우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김중근을 앉혔다. ‘새끼’들이 가만히 있었겠나. 하지만 관철했다. 그런 내부적 반발을 때론 무시할 수 있는 통찰력과 지도력이 곧 리더십이다.”

-보수 진영은 여권의 입법·행정 권력 집중을 우려한다.

“우리 국민의 민주적 소양을 과소평가하는 기우다. 심판은 국민이 한다.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결국 중요하다. 한국 국민은 역대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들고일어나 뒤집었다. 4·19 혁명이 그랬고, 6·10 항쟁이 그랬고, 촛불혁명이 그랬다. 정치권에선 야당도 야당의 몫을 다해야 한다. 영어로 ‘오포지션 파티(opposition party)’, 반대당 아닌가. 힘에 의해 여당의 거수기, 2소대로 전락해선 안 된다.”

-참모들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실은 ‘아니요’가 용납되는 공간이다. 모든 대통령은 당선되기 전까지 토론과 경청을 즐긴다. 그런데 1년, 2년, 3년 정보가 집중되고 대통령 의중에 맞는 보고서를 받다 보면 달라진다. 오만해지는 것이다. 아무리 영민한 대통령이라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럴 때 참모들이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 참모로선 어려운 일이지만, 늘 깨어 있어야 하고 지적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주군과 함께 죽는다.”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 권력기관 개혁도 내세웠다.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국민통합과 별개가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김대중정부가 사용한 ‘광주 5원칙’은 진실-책임-명예회복-배상-기념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화해와 용서까지 가기 위해선 그 전에 거쳐야 할 단계가 있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도 ‘용서는 하되 잊지 않는다’고 했다. 문제는 속도다. 문재인정부 적폐청산은 임기 내내 이어졌기에 문제가 됐다. 아무리 필요한 개혁이라고 해도 2년, 3년 끌면 정치보복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김영삼정부는 취임 직후 신속하게 중앙청을 허물고 ‘역사 바로세우기’를 진행해 국민적 호응을 얻었다. 국민 피로도를 줄이려면 내란을 신속히 극복하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취임 후 100일이 특히 중요하다. 민생경제나 외교 같은 중대 현안 대응은 물론 개혁 추진을 위해서도 그렇다.”

-개헌 공약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간 정치권에선 권력분산 개헌을 주장하던 야당이 막상 여당으로 입장이 바뀌면 개헌에 대해 소극적으로 돌아서곤 했다. 대통령 본인의 굳은 신념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약속한 대로만 하면 된다. 본인이 공약한 만큼 신뢰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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