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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공교육 현장 리박스쿨 강사 투입에 분노
1년 앞당기면서까지 밀어붙인 교육당국 지적도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리박스쿨 사무실이 닫혀있다. 김영원 기자 [email protected]

“아이들을 학교에서 오후 3시까지 돌봐준다고 하니 좋은 취지의 사업인 줄로만 알았어요. 다음 학기부터는 늘봄 수업을 모두 빼려고요.”

지난 3일 서울 서초구의 한 투표소 앞에서 만난 학부모 김아무개(38)씨는 이렇게 말하며 초등학교 2학년 자녀의 미술수업 등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대선에서 댓글 조작팀을 운영한 극우 성향 역사교육 단체 ‘리박스쿨’이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프로그램과 강사를 공급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아찔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은 주체적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강사가 어떤 교육을 받고 투입된 건지 알 수 없으니, 더는 늘봄 수업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늘봄학교에 리박스쿨이 강사를 투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기존 방과후학교와 돌봄프로그램을 통합한 늘봄학교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로 도입 시점을 1년이나 앞당기며 무리하게 시행됐다. 도입 뒤 현장에서는 늘봄학교 강사를 구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는데, 리박스쿨이 이 빈틈을 파고든 셈이다.

학부모들은 극우 단체가 공교육에까지 손을 뻗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박아무개(43)씨는 “(극우 단체가) 아이들을 상대로 실험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특정 이념을 아이들에게 심으려 학교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까지 손대려 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초1 자녀가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는 정하진(35)씨도 “큰 아이들도 아니고 초등학교 저학년을 상대로 극우 역사관을 주입하려 한 것 자체가 충격”이라며 “계엄 사태 뒤 안 그래도 극우 세력이 결집해 목소리를 크게 내는 모습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일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어디까지 이들의 계획이 뻗쳐나갔을지 아찔하다”고 했다. 초2 자녀를 둔 안아무개(46)씨도 “아이들은 좋아하는 선생님의 말이면 다 진실이라 믿는다. 공교육에서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체계 없이 늘봄교육을 무작정 밀어붙인 교육당국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초2 학부모 김아무개(38)씨는 “아이를 늘봄학교에 보내긴 했는데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하게 시행된 사업이란 인상을 받았다”며 “학기 초 학부모 사이에서도 늘봄 수업의 질이 떨어져 도저히 아이를 못 맡기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초2 자녀를 둔 박아무개(55)씨는 “늘봄 강사 채용과 관리에 구멍이 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공교육 차원에서 운영하기로 한 사업이라면 교육부와 교육청이 채용부터 관리까지 제대로 책임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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