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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4일 여야 대표들과 국회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대통령이 취임 첫날 야당 대표와 점심 식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메뉴는 각 지역의 특산물을 골고루 넣어 통합의 의미를 담은 비빔밥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귀빈 접객용 한옥 건물인 사랑재로 이동해 여야 대표와 한 테이블에 앉았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이 대통령은 “첫날 갑자기 시간을 잡아 참석이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도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며 “특히 (우원식) 국회의장께서 자리를 마련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치가 국민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저부터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권한대행)도, (국민의힘) 김용태 대표(비상대책위원장)도 제가 잘 모시겠다. 자주 뵙길 바란다”며 “제가 자주 연락드릴 테니 시간 내주시고, 의제와 관계없이 대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준비한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연 진보당 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 대통령, 우 의장,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임현동 기자

이날 식사 자리엔 우 의장을 비롯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김용태 위원장,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천하람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 및 여야 6당 대표와 오찬을 위해 사랑재에 도착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대통령은 정당 대표단 앞에서 특히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을 혼자 100% 취할 수 없기에 양보할 건 양보하고 타협할 것은 타협해서 가급적 모두가 동의하는 정책들로 국민이 나은 삶을 꾸리게 되길 소망한다”며 “적대와 전쟁 같은 정치가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인정하고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취재진을 물리고 비공개로 이어진 오찬에서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대선 과정에서 나왔던 공통 공약을 신속히 추진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달 인공지능(AI)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100조원 규모 민관 투자 유치와 ▶AI 데이터 센터를 포함한 인프라 구축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소상공인 금융·경영 부담 줄이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민생 분야 공약도 상당 부분 같았다.

복수의 배석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챙겨 보지 못했던 반도체특별법의 제정과 홈플러스 사태도 합리적으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의 전례에 비춰 보면 대통령이 취임 뒤 첫 끼를 야당 대표단과 함께한 건 이례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첫날 서울 용산 집무실에서 참모진과 전복죽 식사를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비공개 오찬을 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후보 시절 약속을 지킨 의미도 있다. 이 대통령은 4월 25일 민주당 경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만날 인물로 여야 대표들을 꼽았다. 그는 “여야 대화도 끊어지고 너무 적대화돼 있기 때문에 야당 대표와 주요 (야당) 정치인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얘기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오찬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하지만 이날 오찬 분위기가 마냥 좋았던 건 아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에 대해 재직 기간 동안 형사재판 절차를 중단하는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재판 중지법(형사소송법) 등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고 한다.

김용태 위원장은 이 대통령을 향해 “쟁점 법안에 대해 국민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이 이걸 밀어붙인다는 건 대통령이 말한 국민 통합과는 괴리가 크다”고 했고, 천하람 대행도 “삼권분립 훼손과 관련해 충분한 반대 의견을 들으며 신중히 추진해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오찬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내일(5일) 처리 안 할 수도 있고, 법원조직법만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새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국민의힘이 거짓말로 흠집을 내려한다”고 역공을 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5일 본회의에서는 김용태 위원장이 우려한다는 3가지 법안이 아닌 내란특검법 등 3대 특검법과 검사징계법을 처리할 예정”이라며 “김용태의 젊은 정치가 고작 이런 수준이었느냐. 진정한 통합은 거짓과 구태를 배격할 때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임기 초 쟁점 법안 드라이브에 대해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의 식사가 끝나자마자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모습보다는 훨씬 더 시급한 민생 사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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