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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보건의료원 상례원에 빈소 차려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2인1조 근무 여전히 지켜지지 않아”
김씨 친구들 “근무 인원 줄어 노동 강도 세졌다고 하소연”
경찰 수사 본격화···피해자 소속 업체 대표 소환 조사
충남 태안군보건의료원 상례원에 마련된 김충현씨 빈소. 강정의 기자


“아이고 우리 아들 어떡해. 얼마나 아팠을까….”

3일 고 김충현씨(50) 빈소가 마련된 충남 태안군보건의료원 상례원(장례식장). 김씨 모친은 손에 쥔 영정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내내 오열했다. 모친 옆에는 김씨의 친형이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씨의 어린 조카들은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잘 모른다는듯 빈소를 찾는 이들을 향해 이따금씩 웃어보였다.

한전KPS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던 김씨는 전날 오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을 하던 중 기계 끼임사고로 사망했다.

침통함만이 감돌던 빈소는 김씨와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이 들어서자마자 울음바다가 됐다. 김씨 모친은 김씨 고향 친구들에게 영정을 건네주며 “우리 충현이야”라고 울먹거렸다.

눈물 속 조문을 마친 고향 친구들은 김씨가 평소 비정규직 근무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친구 A씨는 “(충현이가) 늘 정규직을 원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1년마다 계약을 해야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을 자주 털어놓곤 했다”며 “아무리 일을 잘하더라도 1년마다 소속 업체 사장이 바뀌다보니 새로운 사장이 본인을 어떻게 인식할 지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 B씨는 “올 초에 재계약이 됐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어보니 ‘근무 인원은 줄고 노동 강도는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근무 환경이 위험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일을 원칙대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서부발전이 ‘임의로 작업하다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씨 고향 친구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 고향 선배인 C씨는 “고향에서 용접 작업 하나를 하더라도 무릎 보호대와 장갑, 보호 안경 등을 완벽히 착용한 뒤에야 작업을 하던 고지식한 친구였다”며 “시키지 않은 일을 절대 혼자 할리 없다”고 말했다.

김씨의 동료인 D씨는 “업무가 달라 자주 보진 못했지만 회사 내에서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시는 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가끔 지나가다가 마주칠 때 반갑게 인사를 해주신 모습이 아직도 선해 아직도 동료의 죽음이 믿기질 않는다”고 말했다.

김충현씨가 지난 4월16일 생일을 축하한다며 지인에게 보낸 문자. 강정의 기자


고향마을 사람들은 그를 “효자이자 따뜻한 청년”으로 기억했다. 김씨 고향인 충남 보령시 미산면 봉성리 마을이장 김유제씨(65)는 “김씨는 평소 주말에는 고향으로 와 마트를 하시는 어머니 일을 돕고 마을 화장실 청소를 하는 등 지역 봉사활동에 적극 나섰다”며 “마을 사람들 모두가 김씨를 좋아했고 효자로도 유명했다”고 했다.

이어 “동네 친구나 선배 생일 때만 되면 잊지 않고 먼저 연락을 해 와 생일선물을 챙겨주는 등 마을에서 성격이 가장 따뜻한 청년으로도 불리곤 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발전소에서 2018년 12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던 김용균씨도 끼임사고로 사망했다. 김충현씨와 김용균씨의 사고는 닮은 점이 많다. 김용균씨의 모친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빈소로 달려왔다.

김 이사장은 “장례식장에 도착해보니 7년 전 용균이 빈소 바로 옆이라는 걸 알았다”며 “너무나 힘든 트라우마로 남아 있어 다시는 찾고 싶지 않았던 태안의료원에 또다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 사건 이후 2인1조 근무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전날 빈소를 다녀간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이날도 찾아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소속 노동자들 과 유족이 3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5.06.03 /서성일 선임기자


이날 장례식장 인근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는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칭)’가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한국서부발전이 발표한 ‘임의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났다’는 표현은 과거 고 김용균씨 사건 당시 발표했던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가 일을 했다’는 내용과 너무나 유사하다”며 “아직 사고 원인과 과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적인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노조·유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원·하청의 사과와 유족 배·보상, 동료 노동자 트라우마 치료와 휴업급여 등 생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한전KPS의 하청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와 노동 안전을 위한 연료·환경 설비 운전 및 경상 정비 분야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내용을 담은 ‘김용균 특조위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권고 이행’ 등도 요구했다.

대책위는 “현장 인력을 확충하고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만 한다”며 “위험업무에 대해서는 무조건 2인1조로 근무해야 하며 발전소 폐쇄를 핑계로 채우지 않고 있는 인력 충원도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고 했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소속 노동자들 과 유족이 3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5.06.03 /서성일 선임기자


경찰은 사고 경위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태안경찰서는 지난 2일 김씨가 소속된 하청업체 대표이자 현장소장인 E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E씨에게 사고 당일 작업 현황과 작업물 개요, 원청 측의 작업지시 여부, 근무 형태 등 근무 전반에 관해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김씨는 1층에서 혼자 작업하고 있었고, E씨는 2층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계에는 긴급상황에서 전원을 강제로 차단하는 비상 스위치가 있었지만, 김씨가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던 탓에 스위치를 눌러줄 동료가 없었다.

경찰은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는 한편 김씨가 만들려던 공작물 도안이 그려진 스케치와 실제 공작물, 개인 장비 등을 수거해 분석 중이다. 설비와 작업일지, 작업자 배치 등도 살핀다는 방침이다. 김씨의 시신에 대한 부검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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