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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 50대 비정규직 김충현씨
홀로 일하다 참변…"비명도 못 질러"
사측 보고서엔 "파급피해·영향 없음"
노동자에 책임 돌리는 설명자료도
노조 "비인간적 행태" 강력히 비판
태안화력 비정규직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칭)가 3일 충남 태안군 한국서부발전본사 앞에서 사망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50)씨 영정을 들고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50)씨 사건에 대해
사측이 "파급피해·영향 없음"이라고 평가한 내부 보고서
가 공개됐다. 노조는 "노동자 죽음 앞에서 발전기 가동 여부만 골몰하는 비인간적 행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람이 죽었는데…사측 "파급피해 없음"

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공개한 한전KPS 자체 보고서. 사고개요와 향후 전망에 "파급피해·영향 없음"이라고 적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 노조


3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김씨의 원청 중 하나인 한전KPS가 전날 작성한 '태안사업처 사고보고' 문서를 공개했다.
사측은 해당 문건 '사고개요'와 '향후전망 및 대책'에 "파급피해·영향 없음"이라고 적었다.
구체적 이유도 기재했는데 "발전설비와 관련 없는 공작기계(절삭 등 기계를 만드는 기계)에서 사고발생"이라고 서술했다. 김씨는 발전소 설비를 정비하는 한전KPS의 하도급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노동자가 위험한 작업환경에서 홀로 일하다 사고를 당했는데, 사측은 발전설비 정상 가동 여부와 경제적 피해만 따졌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발전소 생산과 이윤 생산에 차질이 없다면 노동자 목숨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질타했다. 또 "최초의 사고보고에서 정확한 사고조사를 위해 노력하는 대신 언론보도 동향을 먼저 챙기는 작태는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전KPS는 전날 배포한 '태안사고 관련 설명자료'에서도 사고의 책임을 숨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됐다.
설명자료에는 "(김씨가 했던 작업이) 금일 작업오더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기재, 김씨가 작업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뉘앙스로 해석됐다.

비명 조차 못지른 노동자…"기계음 이상해 사고 발견"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50)씨가 끼임 사고를 당한 기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반면 노조는 김씨가 2인 1조 근무를 보장 받지 못해 혼자서 일하다 참변을 당했고, 안전 인력도 없어 김씨의 사고에 즉각 대응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사고일지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오후 2시 30분쯤 태안화력 9·10호기 종합정비건물 1층 기계공작실에서 정비를 위해 선반 작업(재료 등을 회전시켜 깎아내는 과정)을 하던 중 기계에 몸이 끼인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시 김씨는 혼자 작업 중이었다.


사고 최초 발견자는 협력사 직원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사고 최초 발견자가 이상을 감지한 징후는 김씨의 비명이나 동료의 도움 요청이 아니라 '끼이익' 소리를 내며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기계음이었다고 한다.
김씨 몸이 빨려들어 가면서 기계가 정상 작동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
또 직접적인 구호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사고가 발생한 뒤 김씨가 얼마나 방치됐는지도 명확치 않은 상태다.

김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지 33분이 지나서야 119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고 태안군 보건의료원에 이송된 것은 오후 3시 44분이었다. 한전 KPS 측은 "조사기관의 사고 원인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재발방지 대책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천안고용노동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와 서산출장소 산재예방지도팀 소속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고원인과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가 숨진 태안발전소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계기가 된 고 김용균(당시 25세)씨가 2018년 12월 사망한 곳이다. 한국서부발전의 하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 김씨는 석탄 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그 역시 혼자 근무하다 변을 당했다. 7년 만에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노동자 안전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태안군보건의료원 장례식장 2층 1분향실에 마련됐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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