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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택배사 대선일 업무 멈춰
쿠팡, 사상 처음 로켓배송 휴무
특고는 투표 시간 보장 안 돼
"사전투표는 그림의 떡 같아"
윤중현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3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초등학교에 설치된 투표소 대기줄에 서 있다. 인천=박민주 기자

[서울경제]

하루의 절반은 배송 전쟁…쿠팡 ‘로켓배송’이 사상 처음 멈췄다



“국민이면 누구든 투표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생각이 ‘택배 없는 날’을 이끌어 낸 게 아닐까요?”

3일 인천 미추홀구 숭의초등학교 2학년 5반에 설치된 숭의제4동 3투표소. 사전투표로 미처 다 담아내지 못한 투표 열기는 초등학교 건물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로 증명되고 있었다. 오전 10시께 대기줄 인파에 합류한 윤중현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투표를 앞두고 “투표를 하면서 울컥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이날 열린 21대 대선에서 쿠팡·CJ대한통운·롯데글로벌로지스·한진·우체국택배·로젠택배 등 주요 택배사들은 ‘택배 없는 날’을 진행했다. 택배기사의 참정권 행사를 보장하라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택배업계 1위인 쿠팡이 로켓배송을 중단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당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 택배기사들은 투표일 유급휴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직선거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투표 시간을 보장하도록 규정하지만, ‘특고’에게는 예외인 셈이다.

윤 부위원장이 일하고 있는 우체국 택배는 사정이 낫다. 보편적 우편 서비스를 표방하는 만큼 전국 단위 선거마다 휴무를 보장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택배사는 그렇지 않다. 2020년 총선 이후 주요 택배사들은 선거일을 휴일로 지정해 투표권을 보장했지만, 이마저도 쿠팡을 필두로 주 7일 배송이 시작되면서 불확실해졌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3일 윤중현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인천 미추홀구 숭의초 투표소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인천=박민주 기자


이틀에 걸친 사전투표로 참정권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윤 부위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분초를 다투는 택배기사에게 사전투표 참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지난 사전투표 열기가 뜨거워 대기줄이 없는 투표장이 대부분이지 않았나.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면 금세 재촉 문자와 고객들의 요청이 쏟아지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연령 45~55세인 택배기사들은 주 6일 일평균 11시간 이상 쉼 없이 근무한다. 배송 물량이 많으면 주 77시간 이상 근무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투표 날 배송이 멈추면서 2만 명 이상의 택배 기사가 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불완전한 측면은 있다. 윤 부위원장은 “선거일 쿠팡의 주간 업무는 쉬지만 오전 7시까지 야간·새벽배송은 진행됐다”면서 “새벽에 일을 마친 택배기사들이 투표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고의 한 표는 일당 20만 원에 버금가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 윤 부원장은 “내년에도 지방선거가 예정된 만큼 택배 없는 날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노무를 제공하는 자’에게 투표 시간을 보장하도록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다른 ‘특고’들은 투표할 수 있을까…배달 라이더들의 고민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운중학교 1층 체육관에 마련된 월영동 제4·5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또다른 특고인 배달 라이더들은 택배업계와 다르게 쉬지 않는다. 주요 업체에서 투표와 관련해 선거일을 휴무일로 삼자는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도 배달에 나선 배달 라이더 A(28)씨는 “배달업종 특성상 평일보다 휴일이 바쁜 경우가 많고 바쁠수록 기본 배달비가 상승하는 구조”라면서 “같은 근무시간이어도 공휴일 및 토요일 일요일 주말 근무가 더 효율적인 데다가 공휴일에 오프를 신청하면 관리자들이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달업계의 경우에도 본 투표날 잠시 시간을 내 투표하기란 쉽지 않다. A 씨는 “장시간 근무하거나 시간 내 많은 배달을 하면 배달 라이더 등급이 높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라면서 “공식적인 불이익은 없더라도 낮은 등급의 배달 라이더는 낮게 금액을 정산받거나 배차 후 순위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특고 내부에서도 선거날 휴일 보장에 대해 이견이 갈린다. 택배 없는 날을 맞이한 일부 택배기사 사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야간·새벽 배송 기사들의 경우 배송이 멈춘 만큼 처리해야 할 물량이 늘어난 사례도 많고, 휴무 대신 수익을 바라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A 씨는 “개인마다 계약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배달 라이더들은 개인 사업자와 비슷한 형태를 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면적인 휴무를 도입하기 이전에 개개인의 고용 형태와 목표로 하는 소득 수준 등을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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