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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여사>
정치색 없는 종교계·사회적 약자 챙기기
'배우자 리스크' 조심하며 국민화합 초점
<김문수 후보 부인 설난영 여사>
노동운동가 시절부터 남편과 정치적 동지
온가족 총출동해 유세... 李와 차별화 노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달 27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주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가 호남 최대 재래시장인 전남 순천시 풍덕동 아랫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뉴스1


6·3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거대 양당 대선 후보의 배우자들은 대조적인 행보로 유권자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는 어떤 공개 발언도 하지 않고 '조용한 내조' 선거운동을 치렀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인 설난영 여사는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러닝메이트'급 일정을 소화했다.

지역 방문 때마다 사찰, 성당 등 종교계 찾은 김 여사



김 여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불거진 '김건희 리스크'를 의식한 듯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이 후보와 별도로 대부분 비공개 일정만 소화했다. 그러나 김 여사의 '발'은 전국 곳곳을 분주히 누볐다. 주로 정치색을 띠지 않는 종교계와 제도권 밖 사회적 약자층을 찾아 목소리를 듣는 행보였다. 리스크는 최대한 줄이되 국민 화합을 위한 활동을 물밑에서 해왔다는 게 선대위 관계자들의 평가이다.

김 여사의 전략은 동선을 살펴보면 엿볼 수 있다. 우선 김 여사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종교 시설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12일 서울에서 열린 조계종 중앙신도회 행사에 참석했으며 다음 날에도 서울 명동성당을 방문해 정순택 천주교 서울 대교구 교구장과 면담을 가졌다.

특히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충북 단양의 구인사, 경남 합천의 해인사 등 사찰을 유독 많이 찾았다. 김 여사는 기독교인이지만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고(故) 자승스님으로부터 ‘천수안’이라는 법명을 받는 등 불교와도 연이 깊다.

이처럼 종교계를 찾는 이유는 '사회 통합'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정치의 가장 큰 목표도 국민 통합이지만 종교도 사회를 통합시키고 화해시키는 역할을 한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종교계 원로분들을 뵙고 조언을 구하겠다는 생각이 강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앞줄 오른쪽) 여사가 5월 24일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열린 행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경제인, 청년들과 주로 만나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김 여사는 우리 사회의 아픈 '과거'를 주로 들여다봤다. 지난 14일에는 전남 광주 오월어머니집을 찾아 5·18 유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했고, 5·18 민주화운동의 증인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 조영대 신부도 만났다. 지난 21일에는 전남 목포 신항을 찾아 항 내 안치된 세월호 선체를 둘러봤다.

또한 김 여사는 5월 27일 한센인의 아픔이 서린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방문해 한센인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고 면담이 끝난 후에는 이들이 살고 있는 생활동도 방문했다. 그는 방명록에 "아픈 시간을 견뎌온 삶의 자리, 그 용기와 사랑을 가슴에 새기고 함께 기억하겠다"고 적었다.

김 여사의 이 같은 행보는 '김건희 반면교사'로 읽힌다. 김건희 여사처럼 국정에 개입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 역시 부담이다. 김혜경 여사는 지난 12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 항소심에서도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경쟁 후보 측의 공격이 들어와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설난영 여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여사의 법인카드 의혹을 풍자했을 때도 "정치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지적한 게 다였다.

그러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국민들은 김건희 논란 등 영부인 리스크로 인한 피로도가 크다"면서 "경쟁 후보의 배우자가 지나치게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金 대신 '고향' 호남 챙기고, '법카 유용 의혹' 직격도



설 여사의 활달한 선거운동 행보를 두고는 김 후보와 함께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정치적 동반자 이미지를 강조함과 동시에 '가족 리스크'에 발이 묶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자연스러운 대비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설 여사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본투표 직전인 2일까지 쉴 틈 없는 개별 일정으로 김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초반에는 종교계 만남이나 복지관 배식봉사 등 비교적 정치 색채가 옅은 일정 위주로 다녔지만, 갈수록 행보도 메시지도 과감해졌다. '2번 김문수'가 새겨진 붉은색 선거 운동복을 입고 재래시장을 순회하며 시민들에게 악수를 건네거나, 직접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각별히 공을 들인 지역은 호남이다. 전남 고흥군에서 태어나 순천여고를 나온 설 여사의 지역 연고가 약세지역 표심 공략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설 여사는 지난달 14일 호남미래포럼 조찬 모임에서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 바로 '호남 사위 김문수'"라고 강조한 데 이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인 18일 김 후보를 대신해 광주로 내려가 희생자를 기려온 사찰과 교회를 찾았다. 27일 순천 방문 땐 아랫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나 "고향에서 좀 밀어달라"며 한 표를 당부했고, 지역 택시회사 대표들과 정책 간담회도 가졌다.

방송 출연에도 적극적이었다. 노조위원장을 지낸 경력으로 대중 연설에 능한 설 여사는 직접 방송 찬조 연설을 맡아 정치 인생 동반자로서 김 후보의 지난 삶을 조명하고 도덕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스 가락시장' 이런 말은 절대 하지 말라고 했다"며 남편의 실언 논란을 직접 매듭짓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직격한 건 파격적이었다는 평가다. 'SNL 코리아 시즌7'의 한 상황극 코너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분한 설 여사가 김 여사를 연상시키는 배우를 껴안으며 "앞으로 법카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장면이 화제가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배우자 설난영 여사, 딸 동주 씨, 사위가 22일 경기 부천시 부천역마루광장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설 여사뿐만이 아니다. 외동딸 동주씨와 사위 역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사생활 의혹에 휘말린 이 후보의 장남과 차별화를 위해 온 가족이 총출동해 '가족 메리트'를 한껏 띄우는 모습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동주씨 부부는 지난달 22일 김 후보의 경기 광명시 어린이집 간담회 일정에 동행하며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날 부천역 광장 집중 유세 때도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후 지난달 28일 김 후보의 유튜브 채널에 다시 등장한 동주씨는 담담하게 읽어내린 10분 분량의 영상편지를 통해 "아빠 같은 사랑꾼이 가득한 우리나라라면 앞으로도 작은 행복이 이어지는 하루하루가 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이튿날에는 부녀가 함께 이 후보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를 찾아 사전투표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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