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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이 무엇이든 해보려는
전진의 순간을 놓치지 말자.
크든 작든 그 시도를 인정하고
아쉬운 결과는 리프레이밍해
다음 시도를 향한 용기를 심어주자”


세상의 모든 변화와 혁신은 누군가의 ‘시도’에서 시작됐다. 보고서 뚝딱 써주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병든 세포만 겨냥해 치료하는 유전자 가위(Genetic Scissors)까지. 이 모든 기술은 누군가의 시도가 없었다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변화, 혁신하려면 구성원이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시도는 많지 않다. 많은 리더들이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회의 시간에 “이번 건 누가 해보겠어요”라고 물어보면 회의실은 조용해지고 구성원은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 “리소스가 부족하다”며 안 되는 이유부터 줄줄이 꺼낸다. 어떤 리더는 요즘 직원들은 뭘 해보려는 의지가 없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움직이지 않는 구성원을 탓하기 전에 왜 시도하지 않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저 시도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시도가 나오게 만드는 조건을 고민해야 한다. 시도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리더가 무엇을 챙겨야 할지 알아보자.

크든 작든 모든 시도는 의미가 있다

‘시도’라는 단어를 들으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게 다르다. 누군가는 신시장 개척이나 신제품 개발 같은 큰 도전을 생각한다. 물론 이런 시도도 필요하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큰 도전만 인정받는다면 일상 속에서의 작은 시도는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건 너무 사소해서 해봤자 인정도 못 받겠지’라고 구성원이 생각하면 그 시도 아이디어는 조용히 묻히고 만다. 따라서 리더는 작든 크든 구성원이 무엇이든 해보려는 움직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조직에는 어떤 시도들이 있을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개선’은 지금 하고 있는 방식이나 도구를 더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바꾸려는 시도다. 예를 들어 불필요하게 복잡한 보고서 양식을 간단하게 바꾸는 것이다. 둘째 ‘변화’는 환경이 달라졌을 때 그에 맞춰 기존 것을 수정하거나 대체하는 시도다. 예컨대 팬데믹 이후 원격근무 체계를 도입하거나 고객 니즈에 맞춰 기존 서비스를 개편하는 것이다. 셋째 ‘도전’은 아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시도다. 신제품 기획, 신시장 진출이 여기에 해당한다.

리더는 개선, 변화, 도전의 어느 영역에서든 구성원의 작은 시도를 장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작은 성취를 포착하고 인정해야 한다. 이때 단순히 “수고했다”, “잘했다”라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시도가 팀과 조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던 대로’의 함정에서 벗어나게 하라

“저번에도 이렇게 했으니 이번에도 이렇게.” 많은 조직에서 흔히 오가는 말이다. 사람은 한번 효과를 본 방식이 있으면 다음에도 그 방법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 위험이 적고 이미 검증된 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익숙함이 어느 순간 새로운 시도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경험이 많을수록 그럴 가능성은 더 크다. 리더는 특히 베테랑 구성원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활용해 볼 수 있다. “고객이 보면 뭐가 불편할까?” “경쟁사가 보면 어떤 약점이 보일까?” “외부 전문가라면 무엇을 개선하라고 할까?” “신입사원이 보면 어떤 의문이 생길까?” 이런 질문을 통해 구성원은 자신의 시각에서 보이지 않던 새로운 시도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시각’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아는 리더다. 현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과거 잡스와 함께 일하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스티브 잡스는 일부러 논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자기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죠. 그는 확신했던 겁니다. 문제를 외부 관점으로 깊게 고민해 봐야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스티브 잡스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첫 번째 아이폰을 개발하던 때로 돌아가보자. 당시 개발팀은 디스플레이를 덮는 소재를 유리로 할지 플라스틱으로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유리는 깨질 수 있고 플라스틱은 쉽게 흠집이 나는 단점이 있었다. 결국 개발팀은 플라스틱을 선택한다. ‘개발자 시각’으로는 깨질지도 모를 제품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스티브 잡스가 한마디 던졌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봤나요? 폰은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주머니 속엔 열쇠도 있고 동전도 있습니다. 그러면 금세 잔스크래치가 생기겠죠. 고객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애플이 잘못 만들었네’ 할 겁니다. 하지만 유리가 깨지는 건 폰을 떨어뜨렸을 때예요. 정상적으로 사용할 때는 괜찮습니다. 만약 떨어져서 깨지더라도 고객은 ‘내가 실수했네’ 하고 자신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겠죠.” 이 한마디에 개발팀의 시각이 넓어졌다. 그동안 개발팀은 깨질 수 있는 소재는 안 된다고만 생각했지 실제 고객이 어떻게 제품을 쓰고 어떤 생각을 할지 상상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아쉬운 결과는 리프레이밍하라

애써 시도했지만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람이라면 의욕이 꺾이고 ‘괜히 시도했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리더는 실패 경험이 단지 실패로만 남지 않고 다음 시도로 이어지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리프레이밍(reframing)’을 활용할 수 있다. 리프레이밍이란 말 그대로 관점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같은 실패 결과라도 관점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된다.

사례를 보자. 미국의 한 보험사 직원은 고객에게 거절당할 때마다 ‘25달러 벌었다’고 생각한다. 언뜻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그의 계산은 이렇다. 하나의 계약을 성사시키기까지 평균 20번의 통화가 필요하고 계약 건당 버는 커미션이 500달러라면 전화 한 통당 25달러의 가치가 있다는 셈이다.

실험이 일상인 연구조직 NASA도 리프레이밍을 활용한다. 2021년 NASA는 인류 최초로 화성에서 헬리콥터를 이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 화성 탐사는 인공위성과 탐사로봇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위성은 멀리서만 볼 수 있고 탐사로봇은 이동 속도가 느려 한계가 있었다. 헬리콥터가 화성 공중 탐사라는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그 도전의 중심에는 미미 아웅이라는 과학자가 있었다. 미미 아웅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 대기의 1% 수준인 화성에서 뜰 수 있는 헬리콥터를 만들어야 했다. 헬리콥터는 공기 저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는 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기체 무게, 날개 회전 속도, 모터 조건을 찾아야 했다. 이 도전에 6년의 시간이 걸렸다. 바꿔 말하면 6년 동안 수없이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또 실패한 것이다. 그럼에도 시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리프레이밍’이다.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NASA는 그 일을 맡았던 사람을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실패를 단순히 결과로 보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인사이트에 가치를 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한다. 조직 혁신의 대가 테레사 아마빌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전진의 법칙(progress principle)’을 통해 이 사실을 실증적으로 밝혔다. 아마빌 교수는 3개 산업, 7개 기업, 26개 팀에서 일하는 직장인 238명으로부터 일기를 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사람은 자신의 일에서 ‘전진’이 있을 때 가장 기분이 좋고 동기부여돼 일에 더 깊이 파고 들었다.

시도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구성원이 무엇이든 해보려는 전진의 순간을 놓치지 말자. 크든 작든 그 시도를 인정하고 아쉬운 결과는 리프레이밍해 다음 시도를 향한 용기를 심어주자.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전진할 때 그 조직은 앞서가는 조직이 될 것이다.

백재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인사이트연구소 수석연구원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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