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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몽이와 대박이의 그림을 활용해 고은주(33)씨가 직접 제작한 투표 인증 용지. 사진 고은주씨

고은주(33)씨는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난 투표했개’라는 문구와 반려견 두 마리 캐릭터 그림이 인쇄된 투표 인증 용지를 직접 만들었다. 고씨는 지난달 30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반려견 대박이·몽이와 함께 찍은 투표 인증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다. 고씨는 “대박이와 몽이가 투표 인증을 한 것 같아 더 의미 있었다”라며 “새로운 대통령이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을 도입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6·3 대선에서도 MZ 세대 사이에선 반려동물이나 캐릭터 등이 담긴 투표 인증 용지를 투표소에 가지고 가서 기표한 뒤 ‘인증샷’을 남기는 방식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2020년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를 하느라 손등에 기표 도장을 찍을 수 없게 된 뒤부터 새로운 문화로 등장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개인이 가져간 투표 인증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는 건 문제가 없다.



"투표하는 이들 사이 즐거운 문화"…챗GPT가 그려준 투표 인증 용지도
사전 투표 기간 엑스(X)에 게시된 사전투표 인증 용지. 사진 독자

특히 젊은 층에 투표 인증 용지는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직장인 강소영(30)씨는 평소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에서 배포한 투표 인증 용지로 사전투표 인증샷을 남겼다. 강씨는 “좋아하는 빵집을 널리 알릴 수도 있고, 지인들에게 간접적으로 투표를 독려하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혜원(26)씨는 “일종의 팬덤 문화처럼, 이런 인증샷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즐거운 표현 방식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고 했다.

선거철 인증 용지는 당시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선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번 대선에선 ‘춘식이’·‘깜자’ 등의 캐릭터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지브리 등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변환된 가족사진 등을 투표 인증 용지에 사용하는 게 유행이다.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그림자로 '투표 피스' 만드는 방법. 손채영(31)씨는 이를 활용해 사전투표 인증샷을 남겼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투표 피스’란 이름으로, 손 그림자로 투표 기호를 만들어 인증하는 방식도 나왔다. 손채영(31)씨는 지난달 30일 이런 방식의 사전투표 인증샷을 남겼다. 그는 “개성 있는 방법으로 소중한 권리 행사를 독려하고 싶었다”며 “양손을 이용하는 것이라 사진을 찍어줄 동행자가 필요했는데, 친구와 함께 가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종교계도 동참했다. 불교 전문 출판사인 불광출판사는 지난달 29일 ‘부처님과 투표하기’, ‘천수관음보살과 투표하기’라며 부처님 손에 기표 도장을 찍을 수 있게 용지를 디자인했다. 불광출판사는 “투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의 기도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부처님과 함께 응원하는 마음으로 귀엽고 따뜻한 인증 용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된 투표 인증 용지. 챗GPT를 활용해 가족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부처님 캐릭터가 쓰이기도 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선관위도 투표 인증 용지 제작·배포에 나섰다.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파주시, 장성군 등은 선관위 캐릭터인 참참이, 지역 마스코트를 활용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 일부 지자체장도 직접 인증샷을 올리며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대전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 장성군이 제작한 투표 인증 용지.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소소한 감정 공유 중시 MZ 취향 반영"…기표소 안 인증샷 불법
전문가들은 투표 인증 문화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개성을 표현하고 투표 참여를 유도하는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강한 정치적 슬로건이나 구호로 소속감을 드러냈다면, MZ 세대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감정 공유로 소속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며 “재미와 흥미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대에, 투표 참여를 이끄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표소 안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건 불법이라 주의해야 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기표소 내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개인이 준비한 투표 인증 용지에 기표 도장을 찍은 뒤 투표소 밖, 입구 등에서 촬영은 가능하다.

6·3 대선 본 투표는 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파면에 따른 보궐선거로, 선거법에 따라 통상적인 오후 6시보다 2시간 연장된 일정으로 운영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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