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가 책임질지 결정하기 전엔 추방 안돼"
독일 국경 검문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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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유효한 서류나 자격 없이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를 국경에서 곧바로 추방하는 독일 정부의 난민정책이 법원에 가로막혔다.
일간 타게스슈피겔 등에 따르면 베를린 행정법원은 2일(현지시간) 폴란드로 추방된 소말리아 국적 난민 3명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국경에서 검문을 통해 난민을 돌려보내는 조치는 위법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유럽 난민협정인 더블린 조약에 따라 이민자의 망명 신청을 어느 나라에서 맡을지 결정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이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는 난민을 추방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더블린 조약은 난민이 유럽연합(EU)에 처음 입국한 국가가 망명 절차를 책임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난민이 많이 유입되는 일부 국가는 실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독일 새 정부는 출범 이틀째인 지난달 8일 임신부와 어린이, 취약계층을 제외하고 불법 이민자를 국경에서 곧바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2015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의 지시에 따라 처음 어느 나라에 입국했는지와 무관하게 난민을 받아들였다.
소송을 낸 소말리아인들은 이 지침이 발표된 이튿날 폴란드에서 기차를 타고 독일에 입국했다. 이들은 독일 동부 프랑크푸르트오더역에서 연방경찰의 검문을 받으면서 망명 신청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내무부 지침에 따라 폴란드를 '안전한 국가'로 간주해 같은 날 돌려보냈다.
이같은 방식의 난민 추방은 유럽법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었다. 독일 정부는 법질서, 국내 안보 문제와 관련해 예외적으로 EU 규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유럽연합기능조약(TFEU) 조항을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질서와 안보 위험이 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정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날 결정에 대한 항고도 불허했다. 이에 따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추진해온 난민억제 정책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폴란드와 체코 등 주변국은 독일의 난민 추방 방침에 반발해 왔다.
타게스슈피겔은 "폴란드는 난민들이 어쨌건 독일로 가고 싶어 한다며 추방된 난민 수용을 거부해 왔다"며 "폴란드에 새 우파 민족주의 대통령이 당선된 상황에서 두 나라가 어떻게 대응할지 흥미진진하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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