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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진 경기 불황 그림자]
◆ 얼어붙은 소비자 지갑
불황에 담배·음료 소비까지 줄여
편의점 점포수 사상 최초 0.2%↓
대형마트·백화점 매출도 역성장
자동차 등 셀프수리족은 증가세
타이어 판매 4.5배 이상 늘기도
연합뉴스


[서울경제]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 모 씨는 출근길 편의점에서 담배 한 갑과 캔커피를 사던 루틴을 중단했다.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잠시 사무실을 벗어나 동료들과 커피를 마시며 담배 한 대를 피우는 것이 낙이었지만 줄줄이 물가가 오르면서 여윳돈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는 “식품, 외식, 자녀 학원비까지 안 오른 것이 없다”며 “도저히 지출을 줄일 곳이 없어 담배 피우는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대표적 기호식품인 담배 소비마저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한 것은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편의점 담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하면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담배는 편의점 매출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백화점·대형마트 등이 일찌감치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한 것과 대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불패 신화’를 쓰던 편의점 매출이 올 들어 처음으로 0.4% 감소한 것 역시 담배 매출 감소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담배와 함께 편의점 매출을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인 ‘음료 등 가공식품’ 역시 감소 추세가 뚜렷하다. 실제 올해 1분기 음료 등 가공식품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1년 11.6%, 2022년 12.0%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다 올해 1분기 0.4%로 정체됐다. 편의점 매출에서 음료 등 가공식품 비중은 45.8%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담배와 함께 캔커피나 탄산 등 음료까지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단가가 낮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음료를 박스째 주문했다가 외출할 때마다 들고 나가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담배의 마진율은 5% 내외로 크지 않지만 음료는 상대적으로 고마진 제품이라 편의점으로서는 음료 판매 부진 타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담배와 캔커피’로 상징되던 편의점 매출 두 축의 성장 엔진이 멈추면서 편의점 CU와 GS25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실적도 부진에 빠졌다. BGF리테일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 16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26억 원으로 30.7% 감소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 매출 역시 1분기 2조 123억 원으로 2.2%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72억 원으로 34.6%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성장을 이어가던 편의점의 성장세가 내수 침체와 e커머스 성장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국내 편의점 점포 숫자 역시 처음으로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올해 4월 4만 8480개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감소했다.

경기 불황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부진은 비단 편의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대형마트(-3.1%), 백화점(-2.9%) 등 다른 유통 채널의 매출도 역성장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만 0.2%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월간 오프라인 전체 매출로 보면 올해 2월부터 3개월 연속 지난해 동월 대비 감소했다. 온라인은 같은 기간 15.8% 증가하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경기 불황 우려는 e커머스 업계라도 다르지 않다. 온·오프라인 유통 기업을 고객으로 둔 국내 한 대형 택배 회사 관계자는 “지금 국내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온·오프라인 간 경쟁이 아닌 국내 경제 전체에 드리워진 내수 침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소비심리가 얼마나 살아날지는 모르겠지만 택배 물량 자체가 지난해 대비 줄었다”고 토로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에서도 올해 1분기 가구당 실질소비지출은 0.7% 감소해 2023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특히 팬데믹 당시인 2020년 4분기(-2.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국내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지난해 12월 88.4로 떨어진 후 올해 4월까지 5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소비에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사치품 구매를 줄이고 소용량보다는 대용량, 1+1 제품 위주로 구입하는 소비 패턴도 확산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 매출 모두 전년 대비 줄었다. A대형마트의 올해 1~5월 골프클럽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고 골프공 역시 같은 기간 11% 매출이 줄었다. B백화점 역시 패션 및 골프 분야 매출 신장률이 각각 0.1%, 0.3%에 그쳤다.

반면 자동차 보수 등을 셀프로 하는 ‘셀프수리족’은 증가하고 있다. A마트에서 판매하는 엔진오일·타이어·워셔액 등 차 보수용품 매출 증가율은 62.5%로 이 중 타이어는 4.5배 이상 판매가 급증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가능하면 모두 줄이고 꼭 필요한 생활용품도 가격 민감도가 커지면서 대용량과 1+1 제품 등 위주로 잘 팔린다”며 “자동차 보수 등 서비스 부문도 과거에는 무조건 카센터에 갔다면 타이어 등 필요한 용품을 직접 사서 셀프로 하든지 공임만 받는 사이트에 맡기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팍팍해지는 살림에…편의점 담배판매, 사상 첫 역성장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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