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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주도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사업
쪽방 주민 머물 임시거주시설 완공
이주 앞두고 주민들 엇갈린 목소리
보상·이주 완료되면 철거·재개발 속도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교도같은 방에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여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정현 기자


"교도소 같은 방 입주를 결사반대한다!" "교도소 같은 방에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여라!"

지난달 14일 찾은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에는 다소 살벌(?)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촌향도 현상이 본격화한 1970년대부터 영등포역 인근 여인숙과 집창촌을 중심으로 도시 빈민층이 몰리며 형성된 쪽방촌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민 재정착을 지원하는 재개발사업이 추진됐으나 지지부진해 반발하는 원주민이 적지 않은 것이다. 집 앞 슈퍼마켓 앞에서 만난 주민 최섬용(63)씨는 "재개발이 끊임없이 미뤄지다 보니 이제 반포기 상태"라며 "작년부터 이주 시작한다고 새집도 보여주더니 그 뒤로 아무 소식이 없어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공공이 주도하는 쪽방촌 정비사업 첫 대상지로 2020년 선정된 영등포 쪽방촌 재개발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자치구가 주도해 쪽방촌 부지(1만㎡)에 주거단지를 조성하는 이 사업은 당초 2021년 원주민과 세입자 이주 마무리, 2023년 입주라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지난해 11월에야 건물주 보상 절차를 밟기 시작해 이주가 완료되지도 않았다.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올 상반기 내 원주민 이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96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도 완공됐다. 방은 1인실 13㎡(4평) 크기다. 화장실과 샤워실, 조리실, 휴게실 등은 공동 사용하는 구조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이들은 공공 임대주택에 재입주하게 된다.

재개발 수년 지연... "아무 소식 없어"

지난달 찾은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골목 모습. 권정현 기자


수년째 제자리걸음 하던 사업이 최근에야 속도를 내자 주민들은 곧 다가올 이주를 반기면서도 여전히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20년째 쪽방촌에 거주한다는 김모(68)씨는 "새로 살게 될 집은 냉난방이 되는 것만으로도 지금 사는 집보다 훨씬 낫다"며 "한여름 무더위와 폭염이 오기 전에 이사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모(55)씨도 "임시거주시설에 들어갈 인원이 한정돼 입주 못 할 경우엔 거주할 곳을 구해야 한다"며 "결정된 게 없으니 대책도 못 세우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주민 수요조사 결과, 전체 360여 명 가운데 약 200명이 임시거주시설 입주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질환·연령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거쳐 96명이 1차 이주 대상자로 선정되고, 나머지 인원은 순차적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일부 주민들은 임시거주시설에 불만을 갖거나 정든 터전을 떠나는 것에 거부감을 느겨 이주를 반대하고 있다. 변경된 계획에 따라 지난해 연말 이주를 시작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이 또다시 반년가량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주가 또다시 미뤄지는 거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 관계자는 "처음에는 임시거주시설 외부만 보고 너무 좁다며 반발하는 주민들이 많아 서울시에서 설명회도 열고 지속적으로 설득하다 보니 늦어졌다"며 "이주 보상금 지급은 SH에서, 입주민 관리는 서울시가 분담해 소통이 더뎌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시거주시설 협소... 주민 반발 여전

지난달 찾은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 조성된 컨테이너 형식의 임시 주거시설. 권정현 기자


시설 입주를 원치 않을 경우 주거이전비(가구원 수 1인 기준 1,038만 원)와 이사비(주택 면적 33㎡ 미만 기준 85만 원) 등 보상금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사할 수 있다. 그러나 보상금으로 집을 구한다 해도 대부분 무직인 원주민들은 월세를 감당할 능력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45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뒤 현재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는 장모(64)씨는 "장롱도 못 들어가는 1인실에 남편과 둘이 살 수 없지 않느냐"며 "화장실, 샤워실이 다 공용이라 불편한 건 물론이고 주민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있어 싸움 나기 딱 좋은 구조"라고 했다. 장씨는 "보상금으로 방을 얻더라도 월세를 낼 형편이 안 되고, 시설에 들어와 살면 쪽방촌에 들어오는 후원 물품을 그대로 받을 수 있어 살림에 도움이 될까 싶어 입주를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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