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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는 1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 있는 벨라야 기지를 포함해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공격해 러시아 공군의 핵심 자산인 전략폭격기 40여대를 타격했다.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텔레그램
"마치 진주만 공습을 보는 것 같았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1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의 공군기지에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습을 감행한 것에 대해 러시아 군사 블로거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이번 작전이 러시아군의 허를 찌른 데다, 전략폭격기 40여대를 타격하는 등 막대한 손실을 입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2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2차 휴전협상 바로 전날 공격을 감행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이날 공격 대상은 최전선에서 4300km 이상 떨어진 러시아 동부 이르쿠츠크 지역의 벨라야 기지 등 공군기지 4곳이었다. 드론 공격은 러시아 공군의 핵심 자산인 전략폭격기에 집중됐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사용한 드론은 한 대에 수백 달러(수십만 원)에 불과하지만, 파괴된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는 수십억 달러(수조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당국자는 "러시아에 약 70억 달러(약 9조 7000억원)어치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트럭에 싣고 접근…"러 정보기관도 몰랐다"
러시아는 그간 전략폭격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순항미사일 공격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제거해야만 하는 가장 큰 위협이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무기들의 사거리로는 절대 공격할 수 없는 지역에 전략폭격기들이 배치돼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이 정도로 멀리 떨어진 지역을 드론으로 타격한 사례가 전무했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1년 6개월 간 '거미줄 작전'으로 부르는 비밀작전을 은밀히 진행했다. 일인칭 시점(FPV) 드론을 컨테이너 트럭에 싣고 육로를 통해 러시아 본토 4개 공군기지로 접근시킨 다음, 컨테이너 지붕을 열고 드론을 날려 기지에 주기된 전략폭격기들을 타격하는 게 작전 내용이었다.

신재민 기자

이와 관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X(옛 트위터)를 통해 "가장 흥미로운 점은 러시아 영토 내 (우크라이나의) 작전 사무실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본부 바로 옆에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자신들의 바로 옆에서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공격 작전을 계획하고 준비한 것을 몰랐다고 조롱한 것이었다. 러시아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군사 블로거 미하일 즈빈추크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번 공격은 러시아에 매우 큰 타격"이라면서 "러시아 정보기관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판 트로이 목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번 비밀작전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 역사상 가장 장거리의 작전이자 역사책에 남을 만한 매우 훌륭한 성과"라고 자축했다. 그러면서 "총 117기의 드론과 이를 운용할 관제요원이 (이번 작전에) 투입됐다"며 "(러시아) 공군기지에 배치된 순항미사일 탑재 전략폭격기의 34%에 명중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1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 있는 벨라야 기지를 포함해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공격해 러시아 공군의 핵심 자산인 전략폭격기 40여대를 타격했다. 우크라이나는 '거미줄 작전'으로 부르는 이번 작전에서 일인칭 시점(FPV) 드론을 컨테이너 트럭(사진)에 싣고 육로를 통해 러시아 본토 4개 공군기지로 접근시킨 다음, 컨테이너 지붕을 열고 드론을 날려 기지에 주기된 전략폭격기들을 타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측은 이같은 공격 내용을 부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공군기지 5곳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이르쿠츠크 등 2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은 격퇴했다"며 "소수의 항공기만 피해를 봤고 공격에 가담한 사람 몇 명을 검거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드론 470여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각지에 공격을 하는 등 곧바로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에 대해 SBU는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2022년 2월 전쟁 발발 이래 하루 동안 이뤄진 공격으로는 규모가 가장 컸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1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 있는 벨라야 기지를 포함해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드론으로 공격해 러시아 공군의 핵심 자산인 전략폭격기 40여대를 타격했다. 바실 말류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이 '거미줄 작전'으로 불리는 이번 작전을 계획 중인 모습.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텔레그램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고위급 대표단은 2일 오후 1시(한국시간 2일 오후 7시) 튀르키예 이스탄불 츠라안궁에서 2차 휴전 협상을 갖는다. 지난달 16일 이스탄불에서 양국 고위급 대표단이 만난 지 17일 만이다.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크렘린궁 보좌관이 각각 대표단을 이끌고 협상에 참여한다.

하지만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고,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커서 협상 결과는 회의적이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사전에 전달한 협상 '로드맵' 내용 대부분이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라고 짚었다. 양국은 지난 1차 협상 당시에도 30일 간의 무조건 휴전,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중립 등 핵심 의제들에 대해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1000명씩 포로 교환을 하는 것에만 겨우 합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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