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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논설위원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주인이 유능한 머슴, 즉 공복(公僕)을 뽑는 소중한 기회다.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가 민주공화제를 정치체제로 채택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위대한 결단이었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1910년에 망한 대한제국의 왕조체제로 되돌아가길 단호히 거부하고 전혀 새로운 민주공화제를 꿈꿨다.
그런 임정의 법통을 계승해 1948년 출범한 대한민국은 온갖 내우외환에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제의 튼튼한 뿌리를 다져왔다. 민주공화제를 이어가는 것은 지금 우리 세대의 신성한 의무다. 일각에서 입법부·사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삼권분립의 균형이 무너져 총통제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총통제는 시대착오다. 누구든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면 결연히 맞서야 한다. 머슴이 상전 노릇 하는데도 묵인하면 주인이라 할 수 없다.
1946년 8월 15일 열린 광복 1주년 기념식에서 자리를 함께한 우남 이승만과 백범 김구. [중앙포토]
정치 실패의 책임을 정치인들 탓으로 쉽게 돌리지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의 선택에 따른 책임이 가장 무겁다.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 5년과 윤석열 정부 3년, 즉 지난 8년의 국정 혼선과 실패는 유권자 입장에서 대단히 실망스럽고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그들을 대통령으로 뽑은 당사자가 바로 우리 유권자여서다.
독선적 국정운영 반면교사 필요
머슴 잘못 뽑으면 주권자의 책임
'정치 내전' 끝내고 통합으로 가야
6·3 조기 대선에 임하는 국민 개개인은 책임을 통감하는 심정으로 투표장에 가야 하지 않겠나. 사전투표에 이어 3일 본투표에서 진짜 주인답게 무서운 한 표를 행사해야 하겠다. 그 과정에서 새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문재인·윤석열을 반면교사로 삼으면 좋겠다.
'문+윤 8년'은 독선적 국정 운영이란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의 초법적인 적폐 청산 캠페인에 검객으로 동원된 검사 윤석열이 나중에 내부 권력투쟁을 벌이면서 갈등과 분열을 키웠다. 그뿐인가. 문 정부는 부동산 실정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서민과 중산층을 고통스럽게 했다. 경제학 교과서를 무시한 소득주도 성장이 경제를 재앙으로 몰아갔다. 북한과 중국 앞에서 저자세를 보여 국민 자존감을 상하게 했고, 평화 타령 와중에 북핵은 더 고도화됐다.
2019년 1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문 대통령의 초법적 적폐 청산 작업의 최일선에서 일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윤 정부는 이태원 참사에도 측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자리 지키기에 급급했고, 채상병 사망 사고를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아 국군통수권자로서 군심을 흔들었다. 명품백과 명태균 등을 둘러싼 김건희 관련 의혹을 말끔하게 처리하지 않고 버티다 조기 몰락을 자초했다. 위헌적 12·3 비상계엄은 그런 지도자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 최악의 비극이었다.
다음 대통령은 철저하게 이런 '문+윤 8년'의 시행착오를 뛰어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부인이나 친인척이 법적 근거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퍼주기 공약을 일삼는 포퓰리스트는 멀리해야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국민이 선택할 시간이다.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면 오는 4일부터 새 정부가 시작된다. 2022년 대선은 0.73%포인트라는 근소한 표 차이 때문인지 패자는 제대로 승복하지 않았고, 승자는 패자에게 아량을 베풀지 못했다. 이로 인해 극한 정쟁이 일상이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었다.
제헌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백봉(白峰) 신사상'으로 유명한 독립운동가 라용균(1895~1984) 전 국회 부의장은 1922년 모스크바에서 레닌을 직접 만났는데,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소련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꼈다. 1923년 영국으로 건너가 의회민주주의 정치를 지켜봤다. 선거에서 패해 권력은 잃어도 생명은 뺏지 않는 영국의 선진 정치를 보면서 망국의 청년 지식인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선거 패자가 승자에게 "당신은 운 좋은 악마(You are lucky devil)"라고 농담하며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라용균은 해방 이후 합리적 의회민주주의자의 길을 걷는다. 그런 영국처럼 포용·화해해야 대선이 '정치 내전'을 끝내는 '통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월 23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2차 후보자 토론회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두 후보는 승패의 갈림길에 섰다.[뉴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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