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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인공지능(AI)용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소프크뱅크가 자금을, 인텔이 기술을 대고 도쿄대학의 연구개발(R&D)과 일본 소재·부품·장비 저력이 보태진다. 반도체 산업을 되찾겠다는 일본의 야심이 한국 주력 산업인 메모리를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도쿄 소프트뱅크 본사의 회사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日 ‘HBM 이후 메모리’ 선점하겠다
지난달 3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소프트뱅크와 인텔이 저전력 AI용 메모리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할 회사 ‘사이메모리(Saimemory)’을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목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체재’ 개발이다.

HBM은 D램 메모리를 여러 층 쌓고 연결한 첨단 메모리로, 엔비디아·AMD 등의 AI 가속기에 탑재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한다. 그런데 소프트뱅크·인텔은 HBM과 다른 구조로 전력 소비를 줄인 ‘적층형 D램 칩’을 만들려 한다. 이미 한국이 주도하는 HBM이 아닌 새 판을 짜, 차지하겠다는 거다.

소프트뱅크가 최고재무책임자(CFO), 인텔이 최고기술책임자(CTO), 도쿄대학이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담당하고 전 도시바 임원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7월부터 사이메모리 경영이 시작된다고, TV도쿄도 같은 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로젝트는 초기 비용 100억엔(약 960억원) 중 30억엔은 소프트뱅크가 출자하며, 일본 정부에도 지원을 신청할 계획이다. 인텔의 반도체 적층 기술과 도쿄대학의 데이터 전송 특허를 활용하며, 일본 첨단 기판 회사 신코와 기초과학연구소 이화학연구소도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차세대 메모리 개발이 성공하면 소프트뱅크가 우선 공급받는 조건이다.



D램 없는 日, ‘메모리 팹리스’ 노려
일본 D램은 1980년대까지 세계를 호령했으나, 미국의 견제와 한국의 추격에 밀려 13년 전 호흡기를 뗐다. 일본의 마지막 D램 회사 엘피다는 2012년 파산해 이후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됐고, 도시바에서 분사한 키옥시아는 낸드 메모리만 생산한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산업 특성상, 일본의 D램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사이메모리는 ‘칩 설계와 지적재산 관리 전문 회사’를 표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하는 ‘종합 메모리 회사’다. 그런데 일본은 일단 공장 없이 메모리 설계만 하고(팹리스), 제조는 파운드리(위탁생산)에 맡기겠다는 심산이다. AI 칩을 설계하되 제조는 TSMC에 맡긴 엔비디아와 비슷한 모델이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이(가운데)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미국 고객 확보를 위한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IBM 리서치 반도체부문 담당자(왼쪽)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라피더스

일본 매체들은 “대만 업체에 칩 생산을 맡길 것”, “나중에는 라피더스가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라피더스는 지난 2022년 토요타·소니·소프트뱅크 등이 ‘일본산 반도체’를 위해 공동 출자해 세운 회사다. 일본·대만에 D램 생산기지를 갖춘 마이크론도 거론된다.



‘日 정부 + 소프트뱅크’ 쌍끌이 리더십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는 ‘쌍끌이’로 일본 반도체 재건을 이끌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은 지금까지 자국 기업 라피더스에 1조8225억엔(약 17조5000억원)의 지원·출자를 결정했다. 이를 위해 정보처리촉진법 등 법도 개정했다.

지난 4월 소프트뱅크는 비용 650억엔(약 6200억원) 중 45%가량을 정부에서 보조받아 홋카이도에 일본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에 착수했는데, 라피더스 인근이다. ‘라피더스에서 만든 칩을 소프트뱅크 데이터센터로 공급한다’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실현되면, 라피더스는 후발 파운드리 업체의 최대 숙제인 ‘대형 고객사 확보’를 해결하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은 “일본 반도체 산업은 맥이 끊기고 소부장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TSMC 공장 유치와 라피더스의 IBM 기술 협력 등 미국·대만과 손잡고 공백을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라며 “한국 메모리가 고립될 위험마저 있다”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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