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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자 김홍 인터뷰

1년 기자직 그만 두고 5년여 뒤 등단
2023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 이력
2015년 첫 습작 ‘말뚝들’ 집필 중 윤석열 계엄
“비현실적 서사에 내란사태 안 넣기 어려워”
제3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김홍(39). 그는 중학생 때 도서관에서 읽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태백산맥’ 등도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가족이나 학교의 권유가 아닌, 제물로 닿은 인연이었다. 작가와의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지난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됐다. 박승화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2017년 등단한 소설가 김홍(39)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2023년 봄 계간지 ‘백조’에서 예정된 글이 ‘펑크’ 났다며 김 작가를 찾았다. 써둔 글 있냐고, 급히 원고 좀 달라고. 작가는 답했다. “지금은 안 됩니다…, 운전 중이라서요.” 작가는 귀가 뒤 송고했다. 단편 ‘오렌지, 였던’이다.

여느 작가와 달리, 거절과 좌절을 피하지 않고 계간지에 분주히 투고해오면서 김 작가에겐 ‘재고 작품’이 있다고 ‘업계’에 알려진 것. 창작에만 전력하는 “무업작가” 정신과 유머 또한 저 일화대로 감추기 어렵다.

김홍 작가의 올해 첫 책 제목은 ‘말뚝들’이 될 것이다. 그의 네번째 장편소설이 된다. 제30회를 맞은 2025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오는 8월 출간 예정이다. 응모작이 단행본이 되기까지 ‘손질’은 더해지기 마련이다. 단 하나, 어떤 이변이 있을망정, 제목만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김 작가의 작업 파일에 ‘말뚝들’ 제목의 습작이 처음 저장된 때가 등단도 전인 2015년이다. ‘10년 쓴 작품’이다. 달리 표현할 까닭이 없다. 김 작가는 장편 ‘프라이스 킹!!!’으로 2023년 제29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당시 소감 글에 “언젠가 ‘말뚝들’이라는 장편을 쓰려고” 한다고 못 박았다.

소설 단행본만 이미 5종을 펴낸 ‘기성 작가’에게 물었다.

―심사 때 제기된 ‘말뚝들’의 장단점이 있었다. 맞춰 수정하실 용의가 있는가?

“그럼요, 제가 편집자 말을 정말 잘 듣거든요.”

―제목 수정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어떤가?

“제, 제목요? 제목은 절대 못 바꾸죠.”

돌변한 김 작가가 절박하게 말했다. “말뚝이 바닷가 연안에 박힌 강렬한 이미지로 구상하고 메모하고 쓰고 뒤집고 버리고 이어 써간 작품이 ‘말뚝들’이거든요. 여러번 새로 쓰기도 하고 장편 트리트먼트를 작성해보기도 했어요. 제목과 ‘죽은 사람이 바다에 가서 서 있다’라는 이미지만 같고 완전히 다른 이야기들이었죠. 아, 이번에는 진짜 ‘말뚝들’을 써내고 싶다, 제목과 그 이미지 두가지를 반드시 살려보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지난 29일 낮 3시 한겨레출판사에서 시작된 최종심은 당선작을 가리기까지 장장 2시간이 걸렸다. ‘역대급’이다. 추정컨대 기성의 문학적 내공과 신인의 감각적 기예가 부딪혔다. 응모자 이름을 모르는 가운데 당선작 표결 뒤 “김홍 아니야?” 말들이 나왔다. 질주하는 서사, ‘웃든 말든’ 식의 해학, 정치사회 현실의 의뭉스러운 풍자 등이 형식상 두드러진 까닭이다. 김홍이었어? 김홍 글 맞네, 김홍 글 아닌데? 심사위원들은 엇갈렸고 들썩였다. 김홍이었다. 한때 ‘문학계 주성치’로도 소개됐던 김홍은 그 시각 서울 중화문학도서관에서 상주작가로 글을 쓰고 있었고.

“사실 당선 통보까지 끝났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전 당선자 기사를 보니 지난주쯤이더라고요. 그래서 전혀 예상하질 못했어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차 빼달란 건가 싶었죠. 전화받고 순간적으로 숨이 막혔어요. 목이 메서 말을 잘 못 했습니다.”

작가 김홍(본명 홍석원)은 1986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자랐다. 조선일보 구독 가정에서 중학생 시절 학원에 비치된 한겨레가 세계관에 영향 준 첫 일화로 기억한다. 고려대(정치외교학과) 재학 시절 민주노동당 학생위 활동을 했다. 오랜 목표대로 2011년 기자가 되었으나 1년 남짓 뒤 그만뒀다. “충동”과 “번아웃”이 교직했다. 이후 동해에서 석달가량 고기잡이배를 탔고, 대리운전도 했다. 기자가 되고자 국문학을 이중전공했을 뿐 “소설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다만 창작 수업이 즐거웠다. 재차 언론사와 난생처음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지원했다. “다 떨어졌는데, 한예종이 더 분한 거예요.” 작가로의 경로가 굳혀진 계기다. 습작기와 대학원(문예창작) 수료까지 5년여 들여 2017년 일간지 신춘문예로 등단한다.

이처럼 반골적이고 비선형적이며 비약적인 삶은 김홍의 작품 세계에 고스란하다. 작중 자본주의·정치 현실의 비현실화, 비현실의 현실화에서 ‘유머’는 긴급하다. 첫 소설집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2021)나 첫 장편 이후 “확실한 100퍼센트가 아니면 세상에 내놓지 말아야겠다” 각오한 두번째 장편 ‘엉엉’(2022)부터 여지없다.

―유머는 기질인가, 기교인가? 직접 대화해보니 별로 웃기진 않은 것 같다.

“하하하, 저 완전 ‘유머러스’해요. 작품에선 기질과 기교가 맞물린 것 같아요. 소설은 재밌어야 한다고 봅니다. 독자가 소설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작품 쓸 때 저도 웃어요. 아내가 같이 웃진 않던데, 저는 만족합니다. 독자가 함께 웃어주면 고맙고, 그렇지 않더라도 따라와주면 가치 있지요.”

김홍 작품이 ‘유머’와 ‘분방’으로만 설명되긴 어렵다. 두번째 소설집 ‘여기서 울지 마세요’(2024)의 기조대로, 어떤 웃음은 씁쓸하고 차갑고, 마침내 쓸쓸하다. 게다 김홍의 인물들은 작품들을 기웃대고 넘나든다. 서사가 의뭉스레 확장되는 방식이겠다. ‘말뚝들’은 작가의 의도인바, ‘엉엉’ ‘프라이스 킹!!!’에 이어 ‘위원회 3부작’을 완결 짓는다. 부조리한 현실 세계의 기괴한 작동원리를 해학과 애상으로 “감각”시키고자 한다. 집필 와중 계엄령 사태가 터졌다. 의도할 새도 없이, 전개되는 비현실적 삶이 작가의 “집필 환경”이 되면서 소설에 개입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소설도 완성 전까지 자신감을 가질 수가 없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너무 힘들었거든요. 시도해보지 않은 분량이고요. 처음으로 20매씩 쓸 때마다 아내에게 보여줬어요. 아내가 페이스메이커처럼 계속 읽고 응원해줘서…, 그러지 않았으면 못 썼을 겁니다.”

―더불어 윤석열도 작품 완성에 기여한 건가?

“그러게요. 그래서 더 좋은 소설이 됐는진 모르겠지만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비현실적 이야기를 구상하고 쓰고 있었으니까 벗어날 수가 없었죠.”

제30회 한겨레문학상 당선자인 소설가 김홍(왼쪽)이 지난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관 등을 설명하고 있다. 박승화 선임기자

김 작가가 소설을 통해 독자와 닿고 싶은 지점은 ‘존재론적 불안’이다. “논리가 아닌 불안의 감각이 육박할 때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그때 사회는 조금 변화한다.” 말하자면 부조리의 실존적 체감이 그가 보는 문학의 쓸모다. 애독하는 작가가 가브리엘 마르케스, 살만 루슈디, 필립 로스, 폴 오스터 등인 이유가 되겠다. 최근 읽은 작품이 저널리즘적 문학으로 우뚝한 프랑스 작가 에마뉘엘 카레르(67)의 ‘적’이다.

사실상 전업작가로 불안을 삼키며 몇달째 메모만 할 때가 많다. 막상 일정 단계에서 집필은 빠른 편이라 한다. 써본 적 없는 1000매가량(200자 원고지)의 10년짜리 작품 ‘말뚝들’은 하여 9년차 김홍의 모든 것이자, 가장 김홍 아닌 김홍의 작품이 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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