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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미래 먹거리' 영토를 넓혀라
[4] 첫발도 못 뗀 항공 모빌리티
도심 한복판 420원에 드론이 음식 배송
반경 10km 15분 배달 자동물류 시스템
수직이착륙기 하반기에 시민 태울 준비
서울 12배 도시가 15~30분 생활권으로

편집자주

다음 세대의 삶을 책임질 미래 첨단 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추격자였던 중국이 선도국으로 변모하는 사이 한국 기술은 규제와 정쟁에 발목 잡혀 제자리걸음을 했다. '뛰는 차이나, 기로의 K산업' 2부에선 미래 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을 분석했다.
지난달 24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설치된 메이퇀 드론 배송 드롭함에 드론이 도착하자 주문자 천하오녠이 상품을 받기 위해 화면을 누르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지난달 24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고층 빌딩숲 사이로 무인기(드론)가 상자를 매달고 '위잉위잉' 소리를 내며 날아왔다. 도착 지점은 보행 도로에 설치된 대형 자판기 같은 형태의 '드론 공중 드롭함'. 드론은 드롭함 위에 정확히 착륙해 상자를 내려놨고, 다시 부상하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중국 배달 플랫폼 메이퇀이 2017년부터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대도시에서 운영 중인 드론 배달 서비스다. 고객이 휴대폰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원이 받아 수직이착륙장인 버티포트가 있는 건물 옥상으로 운반하고, 이후 드론이 가져다 지정된 드롭함에 내려놓는 식이다.

기자도 직접 밀크티를 주문해봤다. 드롭함에 표시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하니 배달 가능한 인근 식당들과 메뉴가 나왔다. 오후 4시 10분에 밀크티 배달 주문을 넣으니 25~35분 뒤 도착할 것이란 예상 시간이 휴대폰 화면에 떴다. 15분 뒤 드론이 물건을 받아 비행을 시작했다고 표시됐고, 4시 34분에 드론이 도착했다. 드롭함 화면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니 문이 열렸고, 배달된 밀크티가 들어 있었다. 지불한 배송료는 할인가로 2.2위안(420원). 할인 전 가격도 4.2위안(800원)밖에 안 됐다. 같은 드롭함을 이용한 천하오녠(49)은 "이렇게 높은 빌딩이 많은데, 그 사이를 뚫고 드론이 안정적으로 배송하는 것에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한 도로에 설치돼 있는 메이퇀의 드론 배송 드롭함. 선전=이혜미 특파원


중국이 ‘저고도 경제’를 국가 주도로 전폭 지원하며 육성하고 있다. 저고도 경제는 고도 1,000m 이하 공역 내에서 드론이나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같은 비행체를 이용해 도심항공교통(UAM)과 물류, 관광응〮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중국은 2021년 저고도 경제를 국가 교통망 계획의 일환으로 제시했고, 지난해 중국 경제를 이끌 핵심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저고도 경제가 단순한 도심 내 이동·물류 수단을 넘어, 차세대 항공우주산업 인프라로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의 촉매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상품을 싣고 온 드론이 메이퇀의 드롭함 위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선전=이혜미 특파원


1, 2년 내 중국서 드론택시 상업운행



데이터 분석업체 싸이디컨설팅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국 저고도 경제 관련 기업은 5만 개를 돌파했다. 그중 상장사가 118개에 달한다. 싸이디컨설팅은 올해 중국의 저고도 경제 규모가 8,591억 위안(약 171조 원)에 이르고, 2035년에는 3조 위안(약 600조 원)으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왕하오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 산업정책연구소장은 신화통신에 "민간용 드론 기술의 특허 출원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라며 “특히 eVTOL 분야의 출원이 압도적”이라고 전했다.

저고도 경제를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메이퇀은 eVTOL 기반의 배송 드론을 개발, 반경 10㎞ 지역에서 15분 이내에 배달을 완료하는 자동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말 기준 메이퇀의 누적 배송 건수는 45만 건을 돌파했다. 중국 관영신문 차이나데일리는 “메이퇀이 만리장성 관광객들에게 인근 호텔 옥상에서 음식과 의약품을 배송하는 드론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며 “배송비는 56센트(약 780원)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1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북동쪽 뤄후 스포츠 레저 공원에 이항의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모델 ‘EH216-S’가 전시돼 있다. 선전=신혜정 기자


UAM 기업 이항도 중국의 저고도 경제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지난달 15일 선전시의 북동쪽에 자리한 뤄후 스포츠 레저 공원에 들어서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사이로 네 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헬리콥터를 닮은 비행체가 보였다. 이항의 eVTOL 모델인 ‘EH216-S’다. EH216-S는 조종사 없이 승객만 태우고 비행하는 2인승 자율주행 드론 택시다.

이항은 올 1월 이 공원에 EH216-S를 실제 탑승해 볼 수 있는 이착륙장과 충전 시스템을 갖췄다.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정비 중인데, 하반기부터 시민들을 태우고 공원 안을 비행할 예정이다. 이항이 UAM 체험 시설을 만든 건 상용화를 앞두고 시민들이 직접 타보며 친숙해지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EH216-S가 상용화하면 광저우 같은 주요 도시에서 15~30분의 일일생활권이 만들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저우 면적(7,434㎢)은 서울시(605㎢)의 12배에 달하지만, 드론 택시로 최대 30분 내에 어디든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이항은 빠르면 1, 2년 안에 중국에서 드론 택시 상업 운행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5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뤄후 스포츠 레저 공원에 이항의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전시장이 마련돼 있다. 선전=신혜정 기자


"선전 고도 120m 이하 공역 75% 개방"



저고도 경제 참여 기업이 급증한 배경엔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2023년 저고도 공역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군사 제외)을 저고도 경제라 명명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대표적인 예가 상업 이용을 위한 비관제 공역 설정이다. 예전엔 중국 공역 전체가 관제 공역이어서, 드론 실증 비행을 하려면 인민해방군 승인을 일일이 받아야 했다. 탄차오천 중국 선전항공산업협회 부회장 겸 사무총장은 현지 언론에 “올해 말까지 선전의 고도 120m 이하 공역의 75%가 개방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고도 300m, 이후 600m까지 개방이 확장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저고도 경제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상하이시는 지난해 ‘저고도 경제 산업 고품질 행동 방안’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400개 이상의 저고도 비행 노선을 구축해 물류·여객 운송과 스마트 시티 등 100개 이상의 비행 서비스를 상업화한다는 게 골자다. 광저우시는 지난해 7월 eVTOL 개발 기업에 1,500만 위안의 보조금을, 선전시는 2023년 저고도 경제 핵심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 3,000만 위안(약 58억2,000만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시장분석업체 SMG컨설팅의 창립자 세르지오 체쿠타는 외신에 “올해 초 기준 약 30개의 중국 성·시 정부가 저고도 경제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UAM 분야 글로벌 특허 보유 현황


특히 중국은 UAM이 향후 우주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00m 이하 저고도 UAM은 항공교통에 이어, 준우주권(고도 80~100㎞), 우주궤도(고도 160km 이상) 비행으로 연결된다. 전기 추진과 자율 비행, 경량 복합 소재 같은 UAM 기술이 우주발사체나 소형 위성 운반체 개발에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재우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UAM을 활성화하려면 위성통신을 통한 중계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며 “스타링크 같은 위성통신 수요를 촉발시키고 위성 발사체도 더 필요해지면서 우주산업 생태계가 확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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