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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우편함에 선거공보물이 꽂혀 있다. 55세대 중 11세대가 가져가지 않았다. 이수민 기자

" 뜯은 거 반, 안 뜯은 거 반이네. "
1일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 아파트 관리인 A씨(75)가 종이 폐기물이 담긴 마대자루를 정리하며 말했다. 그가 가리킨 자루엔 ‘제21대 대통령선거 책자형 선거공보’ 5~6개가 널려 있었다. 한 번도 뜯지 않아 풀이 붙은 채 빳빳한 봉투도 여럿 보였다. 그가 재활용 상자를 정리하는 동안 우편함에 있던 선거 공보물을 그대로 분리수거장에 가져다 놓고 외출하는 주민도 있었다. A씨는 “이번 주부터 재활용품 수거장에 공보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아파트 복도에도 떨어져 있어 치워달라는 민원이 들어오는데 선거가 끝나면 한 번에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오피스텔 분리수거장. 뜯지 않은 공보물이 널려 있다. 김창용 기자

선거 관련 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등에서 얻는 유권자가 늘면서 이번 대선 때도 ‘종이 선거 공보물 딜레마’ 현상이 재현됐다. 선거 공보물 제작비를 제외한 발송비만 300억원 이상의 세금이 투입되는데 효용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6·3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날 마포구 공덕동 한 오피스텔 우편함에도 공보물이 든 흰색 봉투가 가득 꽂혀있었다. 242세대 중 100여 세대가 가져가지 않은 모습이었다. 같은 날 강서구 오피스텔에서도 115세대 중 70여 세대의 우편함에 공보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난 30일 사전투표를 마친 김모(31)씨는 “우편함에 있는 공보물을 따로 열어보지 않았다”며 “대통령 후보별 내놓는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없고, 온라인에서 접한 토론회 영상이나 뉴스 기사만 보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남양주 별내에 사는 이모(84)씨는 “지지하는 특정 후보의 공약만 읽고 나머지는 버렸다”며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지인들이 공유해주는 후보 분석 글만으로도 각 후보별 배경이나 성향에 대해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1일 서울 강서구 한 오피스텔 우편함. 김성진 기자

실제 종이 선거 공보물의 영향력이 점점 떨어지는 데 반해, 유권자들은 SNS나 유튜브 등 영상을 통해 대선 관련 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기간(2022년 2월 27~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유권자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1522명 중 34.5%가 ‘지지후보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주요 경로’로 ‘인터넷 및 SNS’를 꼽았다. ‘TV·신문, 라디오 등 언론보도’와 ‘후보자 TV토론 및 방송연설’이 각각 34%, 24.8%로 뒤를 이었고 정당 및 홍보자의 선거 홍보물은 2.3%에 그쳤다.

김주원 기자

이렇다보니 유력 대선 주자들은 TV 예능을 넘어 예능형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하고 있다. 방송인 홍진경씨가 운영하는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는 지난주 김문수·이준석·이재명 후보가 차례로 출연했다. 각 영상은 공개된 지 나흘만에 조회수 105만~190만회를 기록했고, 최다 4만 3000여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각 후보의 진솔한 모습이 담겨 좋다”, “이 영상 보고 누구 뽑을지 정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 올라온 각 대선후보 영상. 1일 기준 1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사진 유튜브 캡처

종이 선거 공보물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제21대 대선에서 전국에 발송된 책자형 선거 공보물은 2400만부에 달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기간 중이라 예산 결산이 나지 않아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면서 “20대 대선 기준으로 제작비를 제외한 선거 공보물 발송 비용으로 320억원이 들었고 이번 대선엔 370억원가량 편성됐다”고 밝혔다.

김철현 한국정치평론가협회 부회장은 “과거에 비해 SNS 등 정보 획득 경로가 다양해지고 있는데 선거 공보물 같은 낡은 홍보 채널에 예산을 쏟을 필요가 없다”며 “젊은 세대뿐 아니라 노인 세대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지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선거 정보를 실용적이면서도 간편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순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장은 “디지털 시대에 선거 공보물은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되는 추세”라며 “유권자 중 신청하는 자에 한해서만 공보물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는 전자우편 등으로 보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디지털 소외계층을 고려해 선거 공보물을 유지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75세 이상 노인 중에선 투표소가 어디인지 찾기 어려워하는 이들도 많다”며 “종이 공보물의 필요성을 간과하진 않되, 점차 디지털로의 전환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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