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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북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엄수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영결식\'에서 순직 해군 장병의 어린 아들이 헌화하며 마지막 배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머니는 아들의 관 앞에 무너졌다. 태극기로 감싼 관을 두 팔로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흐느끼던 울음은 점점 커졌다. 어머니는 어린 아기의 등을 토닥이듯 몇번이고 관을 쓸어내렸다.

세살배기 아들의 어머니는 눈물을 삼켰다. 장난감 자동차를 바닥에 굴리다 고개를 들어 이따금 눈을 맞추는 아이를 향해 웃어 보였다. 아이의 뒤에서 훔치는 그의 눈물은 소리도 없었다.

1일 오전 해군 초계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 4명의 합동 영결식이 경북 포항 해군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해군장으로 엄수됐다. 순직 장병은 고 박진우(34) 중령, 이태훈(30) 소령, 윤동규(27)·강신원(25) 상사다.

1일 경북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엄수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영결식\'에서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들은 영결식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울었다. 고 강신원 상사의 어머니는 아들의 관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자리에 앉은 유족과 동료 해군들은 숨죽여 흐느꼈다.

고 박진우 중령의 세살배기 아들은 장난감 자동차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웃었다. 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에 영결식장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아이는 곧장 울음을 터뜨렸다.

영결식장은 울음과 그것을 참는 소리로 가득 찼다. 영결식을 주관한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순직한 장병 4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조사를 시작했다. “그대들의 숭고한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바다를 굳건히 지켜내고, 유가족을 우리 가족으로 생각하며 끝까지 보살피겠다”고 애도하던 그는 중간중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동료 전우들을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한 615대대 설우혁 소령은 “전우가 한순간에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빈자리가 하루하루 더욱 크게 느껴진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어렵게 말을 이었다.

1일 경북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엄수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영결식\'에서 유족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의 헌화 때 영결식장은 다시 한번 울음소리에 휩싸였다. 유족은 장병들의 영정사진과 위패 앞에 향을 피우고 국화꽃을 올렸다.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영정사진을 보며 위패를 쓸어내렸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돌리다가도 태극기로 감싼 관 앞에 멈춰 한참 통곡했다.

고 박진우 중령의 아들은 할머니 품에 안긴 채 박 중령의 관에 국화꽃 한송이를 뒀다. 할머니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안녕”이라고 했다. 그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손끝으로 아버지의 관을 살포시 만졌다.

이별 시간을 알리는 3발의 조총 소리가 영결식장 밖에서 울렸다. 운구가 시작되자 관을 든 해군 장병들이 발맞춰 걷는 구둣발 소리가 묵직하게 퍼졌다.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르는 유족들은 흐느꼈다. 끅끅거리며 울음을 참으려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떡하나.’ 허탈한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 “울어라. 실컷 울어라.” 유족 중 한명이 소리쳤다. 한번 터져 나온 울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1일 경북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엄수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영결식\'에서 유족이 헌화를 마친 후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우 중령, 윤동규·강신원 상사는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다. 이태훈 소령은 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고향인 경북 경산과 가까운 영천호국원에 안장된다.

이들은 해군 P-3CK 해상초계기에 탑승해 해군 포항기지에서 이착륙 훈련을 하던 지난 29일 오후 1시49분께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의 한 야산에 추락해 숨졌다. 순직한 이들은 1계급 추서 진급됐다.

해군은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항공기 잔해를 해군 항공사령부로 옮겨, 민간 전문인력과 함께 합동 사고조사를 할 계획이다.

1일 경북 포항시 해군 항공사령부 강당에서 ‘해군 P-3CK 917호기 순직자 영결식\'이 엄수된 후 운구 차량 영내를 떠나자 해군 동료들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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