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 4월9일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5월 한국의 대미 수출이 8.1% 하락하는 등 전체 수출 증가율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의 영향이 본격화한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액은 572억7000만달러로, 지난 2월부터 플러스를 유지했던 수출 증가율은 1.3% 감소해 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다만 조업일을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은 26억600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1.0% 증가했다.
5월 수입은 5.3% 감소한 503억3000만달러였고, 무역수지는 69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해 20억5000만달러 늘었다. 이번해 누적 무역수지는 42억달러 증가해 19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5월 수출에선 반도체가 역대 5월 중 최대실적을 보이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이어지고 고정가격도 올라 지난해 동기 대비 21.2% 증가한 138억달러를 기록했다. 바이오헬스(4.5% 증가), 선박 (4.3% 증가), 무선통신기기(3.9% 증가), 컴퓨터(2.3% 증가) 등도 한몫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트럼프 관세’의 영향이 본격화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유럽연합(EU)로 전기차 수출 호조와 중고차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미국의 관세 조치와 조지아 신공장 가동 영향으로 62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달 대비 4.4% 감소했다. 석유제품·석유화학 수출도 각각 36억달러, 32억달러를 기록해 각각 지난해 같은달 대비 20.9%, 20.8% 감소했다. 산업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양 품목 가격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대미국 수출액(억달러)·증감률(전년비,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지역별로 보면 5월 대미 수출은 1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8.1% 감소했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총 자동차 수출액이 18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달 대비 32%가 줄었다. 대중국 수출도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 수출이 줄면서 지난해 같은달 대비 8.4% 감소한 104억달러를 기록했다. 대아세안 수출도 지난해 같은달 대비 1.3% 감소 10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우리 양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모두 감소해 미국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관세 조치와 관련해 미 정부에 우리 측 입장을 정확히 전달해 상호 호혜적 해결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번 추경을 통해 편성된 ‘관세 대응 중소·중견 무역보험’, 관세대응 바우처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