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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봄날이 한창이던 5월 중순. 지리산 자락의 '맛있는 부엌'에서 한식을 탐구하는 분들과 커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식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제철음식학교' 고은정 선생님 부름으로 마련된 자리에는 떫은맛과 쓴맛이 있는 '음식(주로 나물)'과 커피가 함께했다.

봄은 '풀의 계절'이다. 냉이, 달래, 씀바귀, 두릅처럼 쌉싸름한 맛이 가득한 나물에는 겨우내 지친 몸을 깨우고 새살을 돋우는 힘이 있다. 유아기에는 본능적으로 이 맛을 거부하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 그것이 몸을 살리는 약이 될 수도 있음을 터득했다. 그래서 쓴맛은 생명의 증거이자 건강의 상징이다. 커피도 본디 약으로 쓰이던, 쓴맛 나는 열매이자 씨앗이다. 떫은맛 역시 쓴맛과 함께, 자연에서 오는 건강함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의 클로로겐산, 와인의 타닌, 녹차의 카테킨, 카카오의 폴리페놀이 대표적이다.

'커피집(황소자리)'에서 일본의 커피 장인 모리미츠는 말한다. "쓴맛은 커피의 힘이고, 떫은맛은 생명이 담긴 맛"이라고. 그는 특히 과테말라의 특징인 떫은맛을 애써 덜어내려 하지 않는다. 그 맛이 주는 생동감을 극대화하는 포인트를 찾아서 커피를 볶는다. 쓴맛과 떫은맛 모두 자연이 담긴 맛이라는 점에서 봄나물과 커피는 아주 많이 닮았다.

이야기 끝 무렵,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왔다. 햇살에 금세 시들어버리는 나물의 진가를 못 알아보거나 좋은 물건에 제값을 치르려 하지 않는다면, 팔러 나오는 이들도 키우는 이들도 끝내 사라지고 만다는 것. 커피도 다르지 않다. 소비자인 우리가 살피고 챙기지 않으면, 생산자는 결국 돈이 되는 다른 작물로 눈을 돌릴 것이다.

땅에서 나는 먹거리들은 땅을 알고, 계절을 아는 이의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제 가치를 발휘한다. 커피도 나물도 마찬가지다. 고은정 선생님이 '한식문화운동가'를 자처하는 이유도 거기 있지 않을까. 자연에서 오는 것들을 문화로 이어가려면 식물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알고, 그 개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음식으로 재탄생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지리산에서 만난 봄의 쓴맛은 새로운 다짐으로 나를 이끌었다. 커피는 현대인의 일상이자 문화다. 커피 없는 내 삶을 상상하기 싫다면, 먼 나라의 커피 생산자를 내 곁의 농부처럼 살피고 그들의 땀과 눈물까지 문화에 녹여내는 일이 꼭 필요하다. 나는 이제부터 '커피문화운동가'이다.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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