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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결승전 생중계 중
윤여춘 KBS 해설위원, '느릿느릿' 선수들 질타
"초등학생보다 못해... 기록 아닌 순위 경쟁만"
21일 경남 밀양시에서 열린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결승 경기를 중계하고 있는 윤여춘(오른쪽) 해설위원. KBS뉴스 영상 캡처


“초등학생보다 못한 경기…. 앞으로 이 경기는 중계하지 않겠다.”

지난 21일 경남 밀양시에서 열린 제54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결승 경기를 지켜보던 윤여춘 KBS 육상 해설위원의 쓴소리다. 생중계 중 결승선을 향해 달리고 있는 선수들을 직격한 것이다. 윤 위원의 해당 발언이 담긴 KBS뉴스 유튜브 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31일 낮 12시 기준 조회수는 무려 207만 회에 달했다.

"한국 육상 슬픈 현실... 1위 기록, 부끄러운 수준"



윤 위원의 ‘분노’는 선수들의 실망스러운 경기 운영에서 비롯됐다. 당시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전력을 다해 빠르게 달리지 않았다. 너나 할 것 없이 주변 선수들 속도에 맞춰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기록보다는 순위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는데, 심지어 경기 도중 옆 선수와 대화하는 장면까지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위원은 “조금 선수들이 페이스가 늦다. 너무 순위 경쟁을 하다 보니 조깅도 아니고, 워킹보다는 조금 빠른 것 같다. 실망을 많이 주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어 “이것이 대학 육상선수들의 현실”이라며 “이런 경기 모습을 관중에게, 국민들께 보여 주는 건 육상인들의 창피한 모습”이라고도 했다.

급기야 ‘향후 중계 중단’까지 선언했다. 윤 위원은 “이렇게 뛰면 중계하는 저희도 힘이 나지 않고, 시청하는 분들도 채널을 돌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대학부 3,000m 장애물 경기는 중계 방송을 해서는 안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D님에게 이야기해서 당분간 중계 방송 안 하는 걸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말 속상하다. 초등학생 경기만도 못하다”고 재차 실망감을 표했다.

이날 1위를 차지한 선수의 기록은 ‘10분 16초 56’이었다. 한국 남자 대학부 최고 기록인 8분 50초 41(2007년)보다 1분 26초나 뒤처진 기록이었다. 여자 대학부 최고 기록(9분 59초 05)에도 못 미쳤다. 윤 위원은 “(남자) 대학생 1위가 10분을 넘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자 선수(의 최고기록)도 9분대인데 (남자) 대학 선수가 여자선수 1위보다도 15, 16초(나 늦으)면 거리상으로 100m 이상 떨어진 레이스를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 경남 밀양에서 열린 제54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대학부 3,000m 장애물 결승 경기 장면. KBS뉴스 캡처


"대학생들이 담합하나"... 선수는 "억울"



선수들에 대한 질책은 경기 당일로 끝나지 않았다. 윤 위원은 29일 KBS뉴스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기록 경쟁이 아니라, 순위 경쟁을 했다는 게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대학생들이 담합을 했다는 것이 속상했다.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이 뭘 보고 배우겠느냐”고 반문했다. “한국 육상이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를 제외하고는 올림픽 가는 선수가 없다. 육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질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게 윤 위원의 설명이다.

물론 선수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윤 위원은 ‘기록보다 순위를 중시하는’ 현 시스템도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전국체전 금메달을 따면 1억 원 가까이 받고, (다른) 국내 대회에서도 순위에 따라 포상금이 측정돼 있다”며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못 따면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대회에서 높은 순위에 올라 실업팀으로 가는 게 세계대회에서 기록 경쟁을 하는 것보다 실질적 보상이 더 큰 셈이다. 윤 위원은 “순위가 아니라, 기록에 대해 보상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누리꾼들도 대부분 윤 위원 지적에 동의하고 있다. 유튜브 댓글창에 선수들 자세를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지자, 결국 문제의 경기를 뛰었던 선수도 직접 등판했다. 1위에 오른 정민국 선수는 댓글창에 “전국체전에서 다른 종목이 순위 싸움을 하면 그건 전력이고 전술인데, 어떤 종목은 그게 되고 어떤 종목은 그게 안 된다는 게 참 웃긴다”며 “선수들 입장을 좀 생각해 보셨을까 궁금하다”고 적었다. 여론의 질타를 받는 데 대한 반박이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비아냥대는 발언이 많아 다수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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