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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지난 29일 경북 포항의 야산에 추락한 해상초계기 P-3CK의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사고기는 활주로를 이륙한 뒤 20초가량 상승하다 장주 비행, 즉 정해진 경로로 공항 주변 비행을 위해 오른쪽으로 기체를 기울이며 방향을 틉니다. 이어 15초가량 정상 비행을 하다가 갑자기 기체 날개가 지면을 향해 더욱 기울더니 곧바로 동력을 잃은 듯 추락합니다. 정상 비행을 하다가 불과 수십초 만에 이상 비행을 하는 영상이 공개되자 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인 사고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 "매우 안정적인 기종"…국내 첫 해상초계기 인명 사고

해상초계기는 해상 감시 및 정찰을 비롯해 대잠수함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영상 속 사고기는 제트기보다는 민항기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초계기 중엔 실제 민항기를 플랫폼으로 삼아 개발된 것도 있습니다. 사고기인 P-3CK의 경우 날개가 크고 네 개의 프로펠러와 엔진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이중 절반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착륙이 가능한 기종입니다. 이희우 공군 예비역 준장은 "초계기는 안전하게만 비행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기술이 이미 적용된 기체"라고 평가합니다. 프로펠러로 운행되는 기체이기 때문에, 엔진에 일부 문제가 생겨도 충분히 '글라이딩 착륙' 즉, 비상 착륙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조류 등 외부 요인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P-3CK와 유사한 형태의 같은 엔진으로 운행되는 C-130 공군 수송기를 조종한 경험이 있는 한 항공운항학과 교수 역시 해당 기종은 매우 안정적인 기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교수는 "엔진 4개 중 2개가 꺼져도 착륙이 가능한 기종"이라며 "실제로 조종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상정하고 훈련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봐도 비슷한 형태의 추락을 보이는 경우는 날개 한쪽이나 엔진이 완전히 소실됐을 경우"라며 "사고 당시 고도인 270미터 정도에서는 조류가 충돌했다고 해도 나타날 수 없는 형태의 추락 모습"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해군 해상초계기의 인명 피해 사고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 "갑작스러운 급강하 이례적"…조종 계통 이상 의심도

해군에 따르면, 사고기는 추락 불과 1분 전 관제탑과 훈련 단계에 따른 정상 교신을 진행했습니다. 교신 내용에는 사고를 우려할 만한 정황이 전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후 수십 초 만에 추락합니다. KBS 취재진과 통화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해당 영상에서 보이는 추락 상황은 정상적인 조종 상황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며 조종 계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이륙해서 우선회할 때까지는 비행기가 굉장히 안정적이고 이상이 없어 보인다"며 " 항공 역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엔진 이상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해당 엔진은 롤스로이스사 제품으로 P-3 기종이 미국에서 단종된 것과 달리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부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엔진 이상이라도 동시에 네 대의 엔진 대부분에 이상이 생겨야 갑자기 불안정하게 비행할덴데 그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조종 계통의 어떤 기체 결함이 있는지 등은 면밀하게 향후에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공군 예비역 준장 역시 영상을 본 뒤 조종 계통의 결함 가능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사고 기체가 우선회를 위해 (기체를 옆으로 기울인 뒤) 선회 각도를 풀어야 하는데 풀지 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종 계통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우측 엔진이 정지하면 그쪽의 양력이 더 떨어지니까 기체가 더 깊이 기울여질 수 있다"면서도 "해당 기종은 엔진이 굉장히 안정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고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선회 이후 기체 각도를 정상화하지 못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이희우 공군 예비역 준장은 " 두 가지 가능성을 얘기할 수 있는데 하나는 (기내 무거운 화물이 갑자기 이동하며) 항공기의 균형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 즉 무게 중심이 바뀌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조종면에 이상이 생겨서 기수 컨트롤이 안 되는 두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매우 이례적이고 원인 규명이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해군 초계기 노후화 우려도…해군 "모든 상황 종합해 원인 규명"

사고기는 1966년부터 록히드마틴사가 미 해군에 공급한 P-3B 기종을 2007년 들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기체 골격을 제외한 모든 장비를 개량해 2010년 해군에 실전 배치한 P-3CK 기종입니다.

지난 2021년 2월부터 약 6개월간 창정비를 마쳤는데 통상 초계기의 창정비 주기가 4.5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연말 창정비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해군 측은 창정비 이후에도 정기 점검이나 수시 점검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령 자체가 오래된 기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한 전문가는 "해당 기종은 당시 많이 생산되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 국내에서는 동일한 기체 중에 사용하지 않는 기체에서 부품을 빼서 쓰는 '동류전환'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종이 단종되고, 생산량이 적어 수요가 낮은 경우 새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오래된 부품으로 돌려 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항공기의 고도나 비행 속도 등 보다 정밀한 사고 원인 분석을 가능하게 해 '항공기의 블랙박스'로 불리는 비행기록장치는 없고, 음성기록장치만 있는 것 역시 '오래된 기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해군 관계자는 개량 당시 모든 부품을 교체하고 보장된 1만 5000시간의 비행시간 중 6800여 시간을 운행한, 즉 절반도 운행하지 않는 기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해군 초계기의 피로도에 대한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이 100대가 넘는 해상초계기를 운행하는 반면, 우리는 16대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해군은 사고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제 사고 현장에서 확보한 음성기록장치 분석을 비롯해 잔해와 관제탑의 항적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신형 초계기의 실전 배치로 오는 2030년 도태 예정됐던 초계기에서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당 기종의 기체 피로도가 쌓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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