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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추격? 보수 결집인가 과표집 착시일까…‘5:4:1’이 관전 포인트
21대 대선 사전투표 첫 날인 5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송파구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고려대에서 집중유세를 진행했다. /박민규 선임기자·한수빈 기자·성동훈 기자


[주간경향] 5월 28일 0시, 깜깜이 기간이 시작됐다. 선거법에 따라 대선 당일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8시까지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는 공표 금지다.

골든크로스, 다시 말해 막판 대역전 드라마가 벌어졌다는 주장은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2위 주자 측이 내놓는 흔한 주장이다. 막판 추격전으로 깜깜이 기간에 1, 2위가 바뀌는 대역전이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학적 여론조사가 처음 시작된 1987년 선거 이래 대선에서 ‘골든크로스’가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은 꾸준히 제기되지만, 과거 예측에서 실패했던 대부분의 선거는 총선이었다. 총선과 대선은 다르다. 총선의 경우 조사대상이 전국 253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하나씩 맞춰서 더하는 것이기에 예측 실패 가능성이 크지만, 대선은 전국 단일이다. 전문가들은 6월 3일 오후 8시 투표를 마치는 것과 동시에 발표될 출구조사 결과가 소수점 한 자리까지 맞아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막판 대역전 드라마 한 번도 없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각각 5:4:1이 목표 기준점이 될 걸로 전망했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 대선은 모두 8번이다. 한국의 정치 구도·지형상 과반은 쉽지 않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가 51.6%가 득표했는데, 그때는 전체 8번 선거에서 거의 유일한 양자구도였다. 심지어 민주노동당도 그때는 출마하지 않았다.”

대선 중 당선자가 과반을 득표한 유일한 선거였던 2012년 대선의 경우 절반 이상은 구도효과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사실상 2강 구도였던 2002년(노무현·이회창), 2022년(이재명·윤석열) 선거에서 과반이 없었던 것은 제3후보가 완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사실상 ‘3자 구도’인 이번 대선은 어떨까. 최 소장의 전망이다.

“투표율 추가 상승 여력이 가장 많은 것은 여전히 김문수 후보다. 여론조사보다 많이 나올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40%대 중후반 득표율을 보일 것이며, 김문수 후보는 막판 보수 결집으로 40% 초반대, 이준석 후보는 선거비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는 1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다른 전문가 예측도 엇비슷하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리서치뷰 조사 결과를 포함해 조사 종료일 기준으로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면접조사·ARS는 모두 12건인데, 이중 이재명이 50% 넘는 조사는 한 건도 없다”라며 “각 조사 평균은 47.2%인데, 이게 이재명이 받을 수 있는 성적표의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과거 대한민국 대선에서 이른바 ‘깜깜이 기간’에 골든크로스는 나타난 적은 없지만, 2위와 3위가 자리를 바꾸는 ‘실버크로스’는 일어난 적 있다.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 때다.

“그때 마지막 공표 모든 조사에서 홍준표가 3위였다. 실제 개표해보니 안철수가 3위로 밀려났다.”

안 대표는 “이번 대선이 보수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치러지는 대선이고, 국민의힘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사달이 나고 당내 친윤·비윤 갈등이 잠복해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추가 결집한 여지는 있어서 1·2위 격차는 한 자릿수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면서도 3위 후보인 이준석 지지율은 추락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월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투표소 인근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투표하려는 유권자들이 줄지어 서 있다. /문재원 기자


양강구도 결집으로 이준석 지지율 추락할 듯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를 김문수 후보가 추격해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리로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보수 결집’이 아니라 ‘보수 과표집’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표심’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가 틀렸다는 주장이다.

5월 23일 한국갤럽의 5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45%, 김문수 후보가 36%를 기록해 지지율이 9%포인트 차로 한 자릿수로 좁혀진 것과 관련, 민주당은 카드뉴스를 통해 “갤럽의 5월 3주차 여론조사를 보면 표본구성에서 보수가 276명, 진보가 275명으로 1명 차이였는데 5월 4주차 조사에서는 보수가 350명, 진보가 232명으로 118명이나 차이가 급증한 게 이재명 지지율 하락과 김문수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라며 “보수 응답자 과표집으로 인한 표본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이른바 ‘보수 과표집’ 주장은 지난해 총선 때부터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했던 주장이다. 예컨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2023년 12월 6일 이후 1월 하순에서 2월 중순까지 갤럽, NBS 지표조사 등 주요 여론기관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뒤집힌 적이 있는데, 그건 국민의힘 후보경선을 앞두고 전화를 받기 위해 대기하던 국민의힘 지지층이 적극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며 만들어진 ‘착시’일 뿐 실제 윤석열 정권 심판 ‘표심’은 한 번도 뒤집힌 적 없다는 주장이다. 유시민 작가, 여론조사꽃 대표인 김어준씨 등의 주장이기도 하다.

근거는 여론조사꽃의 자체 조사다. 여론조사꽃이 5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전국 성인 2011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조사 결과(응답률 21.9%·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이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재명 후보는 50.3%, 김문수 후보는 32.7%, 이준석 후보는 9.4%를 기록했다. 1·2위 표차는 17.6%포인트다.

꽃은 1만5009명 표본 크기의 대규모 여론조사도 했다. 지난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가상번호 활용 ARS조사(응답률 9.8%·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0.8%포인트)에서 이재명 후보는 52.3%, 김문수 후보는 35.1%, 이준석 후보는 9.0%를 기록했다. 1·2위 표차는 17.2%포인트였다. 김어준씨는 유튜브 방송에서 “큰 비용을 들여 교과서대로 한 조사였는데도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는 우리 조사 결과를 인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 꽃은 1만5000여명 표본 크기의 대규모 여론조사를 했다. 지난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는 52.3%, 김문수 후보는 35.1%, 이준석 후보는 9.0%를 기록했고, 5월 24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는 48.8% , 김문수 후보는 37.7% 이준석 후보는 10.7%를 기록했다. 이 조사들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0.8%포인트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캡쳐


1만5000 샘플로 조사하면 정확할까

“보수 과표집이라는 주장은 기준치가 있어 기준치를 넘어서면 과한 것이고 적으면 과소라는 것인데, 예컨대 한국의 보수가 몇 퍼센트라고 규정된 것이 있나”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전 소장의 말이다. 비유해 설명하자면 쇠고기 한 근은 600g이기 때문에 그것보다 초과하면 한 근보다 많다는 말이 성립하지만, 이념 성향은 그런 기준이 없다는 설명이다.

“보수 응답자 과표집으로 인한 표집 왜곡”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된 것은 5월 4주차 한국갤럽 자체 조사 결과다. 한국갤럽 측은 “기관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낼 사안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 보수 과표집으로 인한 착시 내지는 여론조사 표본에서 편향이 나타났다는 주장과 관련 한국갤럽 관계자는 “둘 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증명할 수 없는 가설일 뿐”이라며 “보수 쪽도 마찬가지다. 결과가 달라지면 반대쪽에서 또 반발하고 나선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특정 진영에 치우쳐 나타나는 문제, 이른바 기관편향(house effect)을 측정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 학계에서는 이미 2005년부터 측정 방법이 개발돼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방법론을 적용하면 개별 여론조사 관측값에 전체 여론추세에 따라 각 조사기관의 특성이나 조사 오차를 반영해 전체평균 추세를 만들 수 있다.

MBC와 서울대 박종희 교수팀이 운영하는 ‘여론 M’이나 이번 대선 기간에 경향신문이 운영하는 여론조사 ‘경향’이 이 방법론으로 전체 여론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결과를 역산하면 거꾸로 기관별 ‘조사기관 효과’를 측정·제시할 수 있다. ‘기관 효과’ 수치는 개별 여론기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조금씩 변동된다. 여론조사 ‘경향’이 공개하고 있는 데이터에 따르면 5월 29일 현재 한국갤럽의 경우 김문수는 추정치가 –4.80, 이재명은 –3.20이다. 실제 평균 추정치보다 김문수는 4.8%포인트, 이재명은 3.2%포인트 덜 나온다. 말하자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후보 모두 실제보다 낮게 나오는 기관 편향이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지표 사이의 격차다. 조사된 데이터에서 에브리리서치의 경우 국민의힘 추정치가 +8.60이고, 민주당은 +0.70으로 둘 다 평균 추정치보다 높게 나오지만 두 지표 사이의 차이는 7.9%포인트다. 국민의힘 쪽에 기운 조사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다.

‘꽃’은 어떨까. 꽃은 민주당은 +2.30인데 비해 국민의힘은 –5.50을 기록하고 있다. 격차는 7.8%포인트다. 민주당 지지도 실제 추정치보다 더 높게 나오지만 국민의힘 쪽 지지율은 실제 ‘참값’보다 더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 표본 수를 늘렸더라도 기관 편향 문제에서 ‘특정 진영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는 것으로 의심받는’ 여타 기관의 조사 품질과 별반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함의다.

“기관 편향 문제는 표본이 크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표본이 아무리 커져도 비표본 오차인 바이어스는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향신문과 여론조사 ‘경향’을 공동작업한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말이다.

“김어준씨가 유명인이다 보니 꽃 조사가 민주당 강성 지지 성향인 김어준씨가 대표를 맡은 여론조사기관에서 하는 것을 아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전화를 끊어버리기 때문에 비표준 오차인 하우스이펙트가 커진 거로 보인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최근 조사는 중도가 오염돼 보수나 진보와 같은 이념 성향의 기준을 잡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특히 2월 초 이재명 후보가 중도보수 선언을 하며 호남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신이 중도라고 답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이념 재배열이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자신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정확하다고 자신한다면 6월 3일 투표 마감 직후 후보별 예측치를 발표하고 최종 비교 평가하면 된다. 그 결과를 내놓지 않고 다른 기관 조사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선거일 전에 수많은 데이터를 쏟아낸 기관이면 틀리든 맞든 평가를 받고 스스로 개선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국의 여론조사기법이 진일보할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데이터로 말하고 평가받으면 된다는 의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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