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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에서 오동나무가 절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나무가 충절과 절개의 상징으로 지역주민 마음속에 깊이 뿌리내렸던 '성삼문 오동나무'여서다. 주민들은 “역사적 상징성이 있는 나무가 자치단체 잘못으로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 성삼문 선생 유허지(遺墟地) 앞에 자라던 이른바 '성삼문 오동나무' 5그루가 잘렸다. 홍성군은 이 오동나무 후계목을 심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


성삼문 오동나무 '싹둑'
30일 홍성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4일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의 성삼문 선생 유허지(遺墟地) 앞에 자라던 이른바 '성삼문 오동나무' 5그루를 잘랐다. 또 인근에 100년 이상 된 은행나무도 함께 절단했다. 홍성군은 5억9000만원을 들여 유허지에 ‘매죽헌 쉼터’를 조성하고 있다. 내년 1월 완공 예정인 매죽헌 쉼터에는 잔디와 꽃·나무 등을 심는다. 또 휴게·조경·안내시설 등을 설치한다. 홍성군은 이 때문에 오동나무 등 기존 나무를 베어냈다.

홍성군 관계자는 해당 오동나무가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충남도 문화재심의위원회는 2023년 10월 홍성군이 신청한 '쉼터 조성 사업'에 대한 문화재 현상 변경 1차 심의에서는 사업을 부결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2월 2차 신청에 따른 심의에서는 통과시켰다. '세부적인 (나무)식재계획은 관계 전문가 조언을 받아 시행하라'는 조건을 달아서다.

마을 주민들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데다 마을 수호신 역할을 하던 나무가 하루아침에 절단됐다 하니 허망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 홍북면 노은리에 성삼문의 탄생지임을 알리는 유허비가 서있다. 중앙포토


오동나무는 '절개의 상징'
성삼문 오동나무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성삼문은 1418년 당시 외가인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한양으로 올라가 1438년 과거에 급제했다. 이 소식을 듣고 이곳에 자라던 오동나무에 북을 매달아 치면서 과거 급제를 축하했다고 한다. 성삼문은 단종(端宗) 복위운동을 하다 발각돼 1456년 처형당했다. 주민들은 일찍부터 이 나무를 '성삼문 오동나무'로 부르며 충절과 절개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이 오동나무는 보호수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세월이 흘러 1950년대 고목이 된 오동나무에서 기적처럼 새싹(자목)이 돋아났다. 이 나무는 무성하게 자라나며 유허지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70여 년 넘게 자랐고, 주민은 애지중지했다. 주민들은 “마치 성삼문 선생의 굳건한 정신이 시대를 넘어 다시 피어나는 듯한 감동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한 국립산림과학원과 충남도산림환경연구소는 2011년부터 후계목을 길렀다. 2014년에는 김석환 당시 홍성군수를 비롯한 지역 인사가 유허지 입구에 다섯 그루의 증식된 오동나무를 기념 식수하며 그 의미를 더욱 되새겼다. 지난 4월에는 손자목을 홍예공원 '후계목 정원'에 심기도 했다.

성삼문 고향 마을. 중앙포토


홍성군 "오동나무 후계목 3그루 심기로"
이에 군은 충남산림자원연구소에서 성삼문 오동나무 후계목 3그루를 받아 성삼문 선생 유허지에 심기로 했다. 새로 심을 오동나무는 높이 8∼10m, 직경 40㎝정도 된다. 정확한 식재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르면 올해 가을 무렵에 심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무는 무료로 받지만, 운송비와 식재비는 홍성군이 부담하기로 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나무를 심기가 적절하지 않아 가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새로 심는 나무는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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