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성인 3만5천여명 분석…"조기사망 줄이려면 음주연령 늦추는 방안 검토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알코올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1급 발암물질 그룹에는 알코올 외에도 흡연, 가공육, 미세먼지, 방사선, 벤젠 등도 포함된다.

음주가 암과 심혈관질환 등의 발생에 미치는 연관성은 명확하다.

유럽에서 성인 36만명을 상대로 음주 습관과 암 발생률을 조사해보니 암 환자 중 남성은 10명 중 1명, 여성은 30명 중 1명이 술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음주 관련 암 비율은 남성의 44%가 식도암·후두암·인두암, 33%가 간암, 17%가 대장암·직장암으로 각각 집계됐다. 여성도 이런 추세 속에 대장암보다 유방암 비율이 더 높았다.

술이 암을 유발하는 것은 주성분인 알코올이 만드는 발암물질이 점막이나 인체 조직에 쉽게 침투하기 때문이다. 또 간이 알코올 분해를 위해 만드는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암을 일으키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술과 암 발병률의 여러 상관관계는 이미 많은 실험으로 입증됐는데, 하루에 50g(주종별로 5잔가량) 정도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견줘 암 발생 위험이 2∼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본다.

특히 음주는 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 원인 중 하나다.

알코올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에너지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방간 상태가 된다. 지방간이 악화하면 간세포가 파괴되고 알코올성 간경변증,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여기에 음주를 처음 시작하는 나이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는 미성년(19세 미만) 때 처음 음주를 시작한 사람의 사망 위험이 성년이 된 이후에 음주를 시작한 사람보다 20%가량 높다는 분석이 국내에서 나왔다.

현재 음주를 허용하는 나이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의 경우 만 19세부터 주류 구매 및 음주가 가능하지만 일본은 20세, 미국은 21세(연방 기준)다.

음주
[자료사진]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이후연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와 사망원인통계 자료를 활용해 35∼64세 성인 3만5천159명을 9.9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첫 음주 연령과 사망 위험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3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역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를 19세 이전 음주 시작 그룹(9천723명), 19세 이후 음주 시작 그룹(2만3천275명), 평생 금주 그룹(3천161명)으로 나눠 전체 사망률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9세 이전에 음주를 시작한 그룹은 평생 술을 마시지 않은 그룹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29%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관성은 여성에서 두드러졌다. 같은 비교 조건에서 여성의 사망위험은 100%로 치솟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여성 음주자는 동일한 양의 음주에도 남성 음주자보다 알코올 관련 문제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음주자'(2만438명)만 분석했을 때는 19세 이전 음주 시작 그룹의 사망 위험이 19세 이후 음주 시작 그룹보다 20% 더 높았다.

19세 이후 음주를 시작한 그룹의 사망 위험도 평생 금주자보다는 15% 더 높았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낮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로 인한 조기 사망을 최소화하려면 음주 허용 나이를 늦추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후연 교수는 "19세 미만에 음주를 시작한 사람의 대다수는 현재 음주자이면서 절반이 위험 음주 습관을 보고했지만, 19세 이후에 음주를 시작한 경우는 현재 음주자가 절반에 불과하고 위험 음주 습관도 4분의 1 미만이었다"면서 "음주 시작 연령 이전에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음주 허용 나이를 늦추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272 미 국방 “중국 억제 최우선”…동맹국에 ‘국방비 대폭 증액’ 요구 랭크뉴스 2025.06.02
51271 지갑 얇아진 2030…소득 늘어도 덜 쓰는 중장년층 랭크뉴스 2025.06.02
51270 “생각만큼 강하지 않네”… 번번이 좌절하는 트럼프 외교 랭크뉴스 2025.06.02
51269 김진향 "짐 로저스, 이재명 지지는 사실…지지문 착오 있었다" 랭크뉴스 2025.06.02
51268 美재무 "트럼프, 시진핑과 곧 통화…무역합의 위반 해결될 것"(종합) 랭크뉴스 2025.06.02
51267 [사설] 美中 수출 8% 감소…시장 다변화와 체질 개선이 답이다 랭크뉴스 2025.06.02
51266 고1 치를 ‘통합형 첫 수능’ 2027년 11월 18일 시행 랭크뉴스 2025.06.02
51265 “테슬라 ‘모델3’·‘모델Y’ 대체할 전기차, 현대·기아 ‘아이오닉6’·‘EV6’가 유력” 랭크뉴스 2025.06.02
51264 이·김 한목소리… ‘한국판 플럼북’ 이번엔 될까 랭크뉴스 2025.06.02
51263 ‘짐 로저스, 李 지지’ 진실공방… 김진향 “사실, 대선 후 공개” 랭크뉴스 2025.06.02
51262 승리의 순간, 천사가 된 딸이 내려왔다 랭크뉴스 2025.06.02
51261 "이혼소송 불만" 서울지하철 5호선 방화범에 구속 영장 신청 랭크뉴스 2025.06.02
51260 리박스쿨-김문수의 ‘연결고리’…민주당이 제기한 두가지 근거 랭크뉴스 2025.06.02
51259 中·대만·홍콩, 코로나 기승…한국도 재유행 안심 못한다 랭크뉴스 2025.06.02
51258 독일 국경검문 피해 달아나던 이란인 사살 랭크뉴스 2025.06.01
51257 노원 수락산 야간 산불, 2시간 만에 진압…인명피해 없어 랭크뉴스 2025.06.01
51256 개혁신당, ‘이준석 허위사실 공표’로 고소한 민주당 무고로 맞고발 랭크뉴스 2025.06.01
51255 ‘이강인 PSG 챔스 우승’ 난동에 2명 사망·559명 체포 랭크뉴스 2025.06.01
51254 텔레그램방 ‘교수’에 혹했다가는…가짜 코인 사기 주의보 랭크뉴스 2025.06.01
51253 [대선 D-2] 국힘 "잘못된 과거와 절연"…尹 '김문수 지지'에 선긋기(종합2보) 랭크뉴스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