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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st하우스·위액트 함께하는 ‘백일임보’ 프로젝트
인천에서 구조된 4개월 잉크와 30대 청년 사연
네츄럴코어, 지원자에게 30만원 상당 포인트 지급
소형 믹스견 '잉크'를 100일간 임시보호하게 된 임시보호자 홍준혁씨가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고 있다. 최민석 기자, 김대희 인턴PD

지난해 11월말 눈이 펑펑 내리던 밤, 인천의 깊은 산골에서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구조됐습니다. 컨테이너 밑에서 잔뜩 긴장한 채 발견된 강아지는 바람 소리에도 줄행랑을 칠만큼 겁을 집어먹은 상태였습니다. 제보를 받고 출동한 동물구조단체 위액트는 몇 시간을 잠복한 끝에 새끼 강아지를 포획하는데 성공합니다. 검은 털의 소형 믹스견 ‘잉크’입니다. 잉크는 운이 좋았습니다. 한겨울이 찾아오기 전 구조됐으니까요. 하지만 이후 반년간의 보호소 생활은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잉크를 입양하겠다는 가족은 나타나지 않았거든요.

지난해 11월 말 눈이 펑펑 쏟아진 인천의 산골 마을에서 몇시간의 잠복 끝에 포획에 성공한 잉크의 구조 당시 모습.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제공

그러던 지난 3월 26일 한 남성이 나타납니다. 홍준혁(33)씨입니다. 준혁씨는 잉크의 임시보호를 위해 경기도 용인의 위액트더홈 보호소를 찾았습니다. 준혁씨 첫인상은 조금 무서워보였습니다. 키가 워낙 큰데다 건장한 체격에 온몸 여기저기 문신이 가득했거든요. 하지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정말 안되는 일이었어요. 준혁씨가 입을 여는 순간, 대반전이었습니다. “저런 사람에게 강아지를 맡겨도 되냐는 말이 나올까 봐 걱정했어요.” 수줍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는 따뜻함이 한껏 묻어났습니다.

사실 준혁씨는 개st하우스팀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백일임보’ 프로젝트의 첫번째 지원자입니다. ‘백일임보’ 프로젝트는 위액트가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을 시민 임보자가 100일간 임시보호(임보)하고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기획입니다. 유기견에게는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반려견으로 살아갈 준비를 할 기회를, 임보자에게는 부담이 큰 입양 대신 단기 임보를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용기를 낸 임보 지원자를 위해서는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가 30만원 상당의 공식몰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반려물품을 지원합니다.

이제 생애 첫 임보에 도전한 준혁씨와 밍크의 100일간의 동거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6년을 고민한 강아지 입양, 임시보호부터 시작하다

지난 3월 26일 위액트더홈에서 첫 대면한 준혁씨와 잉크. 잉크는 낯선 사람이 아직 무서운 강아지라 이름을 부르자 도망갔다. 최민석 기자

알고 보니 준혁씨는 오랫동안 유기견 입양을 고민해왔더군요. 집에는 12살 고양이 ‘지니’와 2살 고양이 ‘길동이’가 함께 살고 있지만 강아지를 키워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준혁씨는 2년 전 노즈워크 장난감을 사두고 종종 꺼내 보면서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이 어떨지 상상했다고 해요. 그렇게 머릿속으로만 그려본 강아지와의 일상을 ‘백일임보’를 통해 도전하게 된 겁니다.

보호소에서 잉크를 처음 만나게 된 준혁씨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잉크가 생후 4개월쯤 무렵에 외딴 마을에서 홀로 구조돼 사람을 경계하고 겁이 많은 편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준혁씨는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잉크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습니다.

잉크에게 간식을 주며 자신에게 다가오길 바라는 준혁씨의 모습. 최민석 기자

걱정대로 잉크와의 첫 만남은 어색했습니다. 손에 간식을 들고 다가갔지만 잉크는 준혁씨의 손이 아닌 훈련사 이동희씨의 손에 있는 간식만 쏙쏙 골라 먹었습니다. “간식은 제 손에 있는데 선생님한테만 가네요.” 시선으로 잉크를 뒤쫓는 준혁씨 표정에 서운함이 드러났습니다. 동시에 지켜보던 이들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준혁씨의 간절한 마음이 안타까우면서도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거든요.

이날 동희씨는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준혁씨를 위해 목줄 매는 법부터 핸드피딩까지, 임시보호에 필요한 기본 교육을 설명했습니다. 특히 겁이 많은 잉크에게는 이중 목줄이 필수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보통은 하나를 골라 쓰는 하네스와 리드줄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해서 혹시 모를 탈출 상황에 대비하기로 했습니다.

임보처로 이동하기 전 준혁씨가 마련한 이동가방에 몸을 넣은 잉크. 김대희 인턴PD

훈련을 마친 동희씨는 “떠나보내는 입장에서 아쉽지만 잉크에게 임시보호는 너무 필요한 일”이라며 “잉크가 100일 동안 좋은 임보자 곁에서 가족을 기다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양이 둘과 강아지 하나, 낯선 집에서의 첫날

임보처에 도착한 직후 잉크의 모습. 털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지만 긴장한 상태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최민석 기자

잉크는 준혁씨의 자가용을 타고 용인에서 서울까지 조금은 힘든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차멀미가 워낙 심했기 때문에 잉크는 도착 직전 준혁씨 차에 구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준혁씨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더군요. 조용히 잉크를 다독이면서 수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디어 집입니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잉크는 이동 가방 안에서 잠시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준혁씨가 방으로 들어가자 재빠르게 따라 들어갑니다. 낯선 곳에서 의지할 대상은, 안면을 튼 준혁씨밖에 없었던 겁니다.

고등어태비 길동이, 소형 믹스견 잉크, 터키시 앙고라 지니가 나란히 앉아 준혁씨가 주는 간식을 받아먹고 있다. 최민석 기자

문제는 고양이들이었습니다. 준혁씨의 반려묘 지니와 길동이는 이 집의 터줏대감이거든요. 하지만 걱정과 달리 고양이들은 하악질 한번 없이 잉크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고, 잉크 역시 단 한번 으르렁거린 것을 제외하고는 차분하게 반응했습니다. 사실 준혁씨가 강아지를 워낙 좋아해서 준혁씨 집에는 지인의 반려견이 자주 방문했다고 합니다. 지니와 길동이는 강아지에게 익숙한 경력자들이었던 거죠.

“평생 함께하진 못하겠지만 아프지만 말기를” 임보자의 눈물

준혁씨를 탐색하기 위해 냄새를 맡는 잉크의 모습. 최민석 기자

잉크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사료를 먹었습니다. 그러고는 준혁씨뿐만 아니라 취재진에게도 다가와 냄새를 맡으며 탐색하는 모습을 보여줬죠. 그렇게 아주 조금씩 잉크는 이 집에 적응해나가게 될 겁니다.

준혁씨는 “잉크도 평범한 강아지처럼 사람을 보면 꼬리 흔들고 반겨주는 그런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그러고는 “(임보를 하는)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잉크와 함께하진 못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앞으로 함께하게 될 준혁씨와 잉크의 100일. 시간은 걸리겠지만 잉크에게도, 준혁씨에게도 행복한 변화는 벌써 시작된 듯 보였습니다.

인조 잔디 위에서 냄새를 맡는 잉크. 최민석 기자

임시보호는 입양과 다릅니다. 한 생명을 평생 책임지는 입양과 달리 가족을 찾기까지 잠시 곁을 내주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강아지에게 임보가 하찮은 경험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보는 100일은, 잉크에게 세상에 대한 기억을 새로 쓰는 시간이 됩니다. 지금 잉크는 사람을 믿을 용기를 얻는 중입니다.

100일의 연습 기간을 지내고 있는 잉크와 평생을 함께할 입양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잉크의 입양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정보란을 확인해주세요.

■백일임보 첫번째 주인공, '잉크'
-10개월 추정, 7.4㎏ 암컷 믹스견
-접종 및 중성화 완료
-퍼피 때부터 떠돌이 생활을 해 조심성이 많은 편
-정을 붙이면 한 사람만 졸졸 따라다니는 껌딱지 강아지

■입양문의
-카카오톡 채널 '사단법인 위액트'
-메일 '[email protected]'

■펫푸드 기업 네츄럴코어가 '백일임보' 프로젝트 참여자의 원활한 임시보호를 돕기 위해 물품을 지원합니다. 개st하우스에 출연하는 '백일임보' 임보자에게는 30만원의 네츄럴코어 공식몰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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