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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 모습. 셔터스톡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이모(36)씨는 오는 7월 출산 예정이다. 이씨는 첫 아이 출산 때 장시간 진통을 겪다 아이가 내려오지 않아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해 이번에도 제왕절개로 낳기로 했다. 이씨는 “제왕절개 수술 때 15㎝ 정도 아랫배를 절개했는데, 이 자국이 ‘켈로이드(두껍게 부풀어 오른 흉터)’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술 부위가 손가락 두께로 빨갛게 부풀어 오른데다, 실로 꿰맨 흔적까지 그대로 남아 속상하다”라며 “둘째 출산 뒤에도 똑같은 일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씨는 최근 봉합용 실 대신 수술용 피부접착제를 쓰면 흉터가 덜 생긴다는 말을 듣고 다니던 산부인과에 문의했지만, “피부접착제는 수가가 따로 없어 사용할 수 없다”라는 답을 받았다. 그는 “내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쓸 수 없다니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이씨처럼 제왕절개 수술 때 피부접착제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산모가 많지만, 현행 수가 제도의 한계 탓에 의료 현장에선 사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모 10명 중 7명(2024년 67.4%)이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상황에서 산모 삶의 질을 고려해 선택권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피부접착제는 외과 수술에서 피부를 접합하는 용도로 흔히 널리 사용된다. 산부인과의 제왕절개 수술에서도 7~8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박인양 교수팀은 지난 2018년 제왕절개 수술 후 봉합 시 실로 피부를 꿰매는 대신 의료용 피부접착제로 봉합하면 수술 부위 합병증이 감소되고 미용적으로도 더 낫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논문을 통해 “피부접착제 봉합법은 미용적으로 결과가 좋고, 상처 합병증도 증가시키지 않아 기존 봉합법의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수년째 제왕절개 수술 때 피부접착제를 사용해온 정다와 서울 고은빛산부인과 원장은 “봉합 부위가 방수 제재로 접착되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적고, 염증이 생기거나 상처가 벌어지는 확률도 적어졌다”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흉터가 덜 생기고, 수술 직후부터 샤워를 할 수 있는데다 따로 실밥을 뽑지 않아도 돼 환자들도 선호한다”라고 설명했다.

산모 입장에서 장점이 많은데도 제왕절개 등 산부인과 수술에서는 널리 쓰지 못하는 건 포괄수가제 영향이다. 치료 내용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치료 종류에 따라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의 진료비 지불방식이다. 현재 시중에서 사용되는 의료용 피부용접착제에는 존슨앤드존슨의 더마본드, 한미사이언스의 리퀴드밴드 등이 있는데 20만~30만 원대다. 1~2만 원대인 봉합사에 비하면 훨씬 비싸다.

익명을 요구한 분만병원의 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수술 수가는 고정돼있는데, 비용 차이가 크니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피부접착제를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무통주사나 페인버스터(통증 조절 장치)처럼 선별급여(효과 검증을 위해 예비적으로 건보 적용하는 항목. 본인부담금 80%)로 분류해 의학적 필요에 따라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왕절개 수술 때 피부접착제를 쓰지 못하게 막아둔 건 아니다”라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며 제왕절개 수가를 대폭 올린 상황이라 추가로 선별급여 적용하는 건 곤란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진 판단 하에 의학적으로 필요하다면 사용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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